한뼘소설
"여보……, 아들이야…… 딸이야?
"딸이야."
"몸무게는?"
"2.8kg이야. 아주 예뻐."
"2.8kg이면…… 너무 작은 건 아닌가? 누굴 닮았어?"
"날 닮았어. 하지만 눈은 자기야."
"……"
"여보세요, 여보세요?"
"지금…… 아기와 얘기할 수 없을까?"
"바보 같이. 아기가 어떻게 말을 해? 우는 것밖에 모른다고."
"……우는 거라도 듣고 싶어."
"그렇게 보고 싶으면 빨리 와."
"곧…… 갈게……."
남자는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TV를 껐다. 옆에 앉은 여자가 그 모습을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왜 4월 1일만 되면 모든 채널에서 내가 출연한 영화를 보여주는 거야?"
"자기는 여기서도 대스타인걸. 난 그런 자기가 부럽기만 한데?"
"난 이제 사람들에게 잊히고 싶어. 조용히 쉬고 싶다고."
"레슬리, 투정 그만 부려. 자기는 행운아야. 평생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천국에서도 그렇잖아."
"자기도 지난 12월 30일에 온종일 인지구, 금지옥엽 2, 심사관만 상영한다고 불평하지 않았었나?"
"내가? 그랬어? 오, 이런. 레슬리, 이제 그만 서둘러야겠어. 주인공이 늦으면 안 되잖아. 자기가 천국에서 다시 태어난 걸 축하하는 파티잖아. 어서 서둘러야 해."
"별로 가고 싶지 않아. 난 파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만 칭얼거리고 어서 옷 갈아입어 친구! 파티에 입고 갈 멋진 옷도 벌써 골라놨다고. 어휴. 내가 일찍 와서 다행이지, 나 아니면 누가 자길 돌봐주겠어?"
"나도 감사하게 생각해, 자기랑 천국에서 다시 만나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걸. 애니타."
"우리 마지막 통화가 늘 마음에 걸렸어. 눈 감는 순간 기도했어. 자기를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자자! 옛날이야기는 그만 하고 이제 정말 가야 할 시간이야."
레슬리는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애니타도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두 사람은 천국에서도 당분간 좋은 친구로 지낼 터였다. 그들의 환생 순서는 아직 꽤 많이 남았다. 그들은 사람들이 왜 이곳을 천국이라고 부르는지 알았다. 오래도록 사귀어 좋은 사람, 친구와 함께 있어서였다.
4월 1일, 언제부턴가 만우절이라는 날보다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난 장국영(Leslie Cheung)을 추억하는 날이 되었다. 오늘 한뼘소설은 그를 기억하며 썼다. 나만의 방법으로 그를 추억하고 싶었다.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매염방(Anita Mui Yim-fong)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연인이라고 스캔들이 날 정도로 친한 친구사이였다. 장국영이 떠난 해 겨울, 매염방도 우리 곁을 떠났다. 그 시절 우리를 설레게 했던 두 개의 별이 빛을 잃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두 사람이 천국에서 다시 만나 오랜 친구로서 행복하게 지내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