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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Oct 28. 2019

아직도 헷갈리는 천지연 & 천제연폭포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나만 그런 건지 조카들 이름을 부를 때 뻔히 이름을 알면서도 앞에 다른 조카 이름 두세 명은 기본으로 부르게 된다. 이름이 비슷하지도 않은데도 그런다. 조카가 열 명이 넘으니 사실 헷갈릴 만도 하다. 하지만 준, 큐 형제를 부를 때도 마찬가지다. 앞에 있는 준을 부를 때도 큐 이름을 먼저 부르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거 병은 아니겠지? 하긴 분당 서현역 좌, 우 출구를 아직도 헷갈려해 아내에게 핀잔 듣기 일수이니 내가 좀 둔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제주에도 그런 경우가 하나 있다. 바로 천지연폭포와 천제연폭포이다. 이름은 가운데 글자 하나 차이지만 두 폭포는 매우 다르다. 하지만 어떤 것이 천지연이고, 어떤 것이 천제연인지 너무 헷갈렸다. (혹시 지금 바로 그 차이를 설명해 주실 수 있는 분은 손?) 폭포는 정방폭포와 엉또폭포로 충분히 보았다고 생각해 그만 갈 참이었는데 두 폭포가 너무 헷갈려 둘 다 가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차이는 금방 알 수 있었지만 그 느낌과 분위기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내가 옛날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흠흠. 

<천지연 폭포>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두 폭포를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차이는, 천지연은 하나의 폭포고, 천제연은 3단 폭포라는 점이다. 천지연은 서귀포시에 있고, 천제연은 중문에 있다. 천지연은 평탄하게 다듬어진 현무암 돌길을 산책하듯 걷다 보면 만날 수 있고, 천제연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꾸준히 걸어야 볼 수 있다. 천지연은 잘 조성된 공원 느낌이고, 천제연은 숲이 우거진 계곡 느낌이다. 이렇게 다른 폭포였는데 나만 헷갈린 것이다. (그렇다. 다른 사람들은 절대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천제연 폭포>

  물론 공통점도 있다. 두 폭포가 있는 곳 모두 난대림 지역이라 사계절 내내 푸르고 주위에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비오는 날이었지만 이 지역은 후끈해서 땀이 날 정도였다. 솔직히 폭포 자체만 보고 준, 큐 형제는 조금 실망하는 눈치였다. 이미 정방폭포와 엉또폭포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폭포 주위는 이국적이고 경이로운 경치를 자랑했다.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비경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이리라.) 다행히 천제연 폭포를 가는 길에 어린아이 주먹만 한 제주 달팽이를 만나 준, 큐 형제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 동안 지켜보며 서 있었다. 제3 폭포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났는데 20여분 동안 30cm 정도 이동했을까? 인간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달팽이에게는 오늘 하루의 중요한 일과였을 것이다. 또 바위를 뚫고 나온 나무뿌리들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약한 나무뿌리가 단단한 바위를 뚫고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상상도 되지 않았다. 폭포만 보려고 정신없이 걷다 보면 결코 볼 수 없었을 숨은 자연을 만난 것이다. 천지연 폭포 아래 물속 깊은 곳에는 열대어 일종인 무태장어도 산다고 하는데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었다.       

  두 폭포 모두 입장료를 받는다. 천지연은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고, 천제연은 어른 2,500원, 어린이 1,500원이다. 나만 혼자 헷갈린 두 폭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1만 4천 원을 지출했다. 노력이 들어가면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다. 앞으로는 두 폭포를 헷갈릴 일은 없을 것이다. 부디...



<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천제연 난대림지대 이야기>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서쪽으로 500m 지점에 있는 계곡을 따라 남쪽으로 양쪽 바위에 보존되고 있는 상록수림이다. 이 난대림 속에는 제주도에서 가장 희귀한 솔잎란이 자생하고 있다. 넝쿨식물로는 후추등, 마삭줄, 남오미자, 모람 등이 많이 자라고 상록관목류로는 자금우, 돈나무, 백랑금, 양치식물로는 콩짜개덩굴, 도깨비고비, 더부사리고사리 등으로 난대성 식물의 극성상을 이루고 있다. 이 보호구역은 경치가 좋아 선녀들이 내려와서 목욕을 하였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며 3단으로 이어지는 (천제연) 폭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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