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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Apr 13. 2021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시

송경동 시인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돌려 말하지 마라

온 사회가 세월호였다

자본과 권력은 이미 우리의 모든 삶에서

평형수를 덜어냈다 정규직 일자리를 덜어내고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성을 주입했다

사회의 모든 곳에서 '안전'의 자리를 덜어내고

그곳에 '무한이윤'이라는 탐욕을 채워넣었다

이런 자본의 재해 속에서 오늘도 하루 일곱명씩

산재라는 이름으로 착실히 침몰하고

생계 비관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노동자 민중들이 알아서 좌초해가야 했다 


이 참혹한 세월의 너른 갑판 위에서 

자본만이 무한히 안전하고 배부른 세상이었다

그들의 이윤을 위한 구조변경은

언제나 법으로 보장되었다 돈이 되지 않는

모든 안전의 업무 평화의 업무 

평등의 업무는 외주화되었다 경영상의 위기 시 

선장인 자본가들의 탈출은 늘 합법이었지만

함께 살자는 노동자들의 구조신호는

불법으로 매도되고 탄압당했다

위험은 아래로 아래로만 전가되었다

그 잔혹한 생존의 난바다 속에서

사람들의 생목숨이 수장당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돌려 말하지 마라

이 구조 전체가 단죄받아야 한다

사회 전체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이 처참한 세월호에서 다시 그들만 탈출하려는

대한민국의 선장과 선원들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위험한 세월호의

선장으로 기관장으로 

갑판원으로 조타수로 나서야 한다

이 시대 마지막 남은 평형수로 에어포켓으로

다이빙벨로 긴급히 나서야 한다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이 자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4월은 언제나 빈틈없이 돌아온다. 

이맘때면 앞장서 피리를 부는 무리가 있다. 그 뒤로 긴 행렬이 따른다. 

지키지 못한, 지키지 못할 약속이 허공에 맴돈다. 

피리 부는 무리가 사라지면 이내 행렬도 봄날 아지랑이처럼 증발한다.  

그렇게 여섯 해가 지나갔다. 많은 궁금증이 풀렸지만, 그 자리를 더 많은 수수께끼가 꿰찼다.   

송경동 시인의 시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폐부를 찌른다. 

헉 소리를 내고 쓰러지다가도 멀쩡히 일어나 다시 걷는다. 

4월이 지나가는 소리는 언제나 애처롭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선택할 마지막 기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꽃 같은 아이들이 별이 되었다. 

수많은 희생을 대가로 얻은,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숭고한 기회였다. 

미래 세대에게 현재를 보증금 '행복'에, 월세 '평등'으로 빌려 쓰고 있는 기성세대는 주인도 아니면서,

주인 행세를 하더니 그 기회를 덜컥 차 버렸다. 

앞으로 다가올 숙명을 '운'에 맡겨야 하는 미래 세대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는데, 

말이 입속에 한가득인데, 입이 없다. 

염치가 없다.  

4월에는 우리 모두가 불편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것만이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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