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소설
"우리 아들, 벌써 7시야. 어서 일어나, 학교 가야지!"
"오민호! 빨리 일어나! 7시 30분이야! 지각해도 모른다. 언제까지 엄마가 깨워야 해!"
"7시 10분인 거 다 알아요. 그리고 저 일어났어요. 어머니."
"일어났으면 빨리 정신 차리고, 아침 먹어. 오늘 일찍 등교해야 한다며!"
"넌 중학생이 되어도 어쩜 이렇게 흘리면서 먹니. 식탁이 엉망이네. 됐어! 엄마가 치울 테니까 빨리 씻어."
"엄마가 등에 로션 발라 줄까? 남자도 피부 관리에 신경 써야 해."
"됐어요. 제 나이가 몇인데…. 제가 알아서 할게요."
"부끄러워서 그래? 엄만데 어때? 등 이리 대, 어서!"
민호는 문 앞에서 잠깐 멈추었다. 백발성성한 어머니를 홀로 두고 집을 나서려니 발걸음이 쉽게 떼지지 않았다. 자신의 집으로 모시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고집을 꺽지 않으셨다. 아버지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 머릿속에 있는 시계는 언제부턴가 40년 전에 맞춰졌다. 아버지가 아이들을 구하겠다며 집을 나섰다. 그날 이후 다시는 아버지를 볼 수 없었다. 한이 평생 어머니 가슴에 응어리졌음은 말할 것도 없을 터였다. 자신도 그랬다.
병원에서는 어머니 증상은 양호한 편이라고 위로했다. 일상생활은 가능했으니까. 대개 환자들이 점점 기억을 잃어버리는 게 다반사고 그런 경우 환자를 혼자 두는 건 위험했다. 마흔을 훌쩍 넘긴 아들을 중학생으로 대하는 어머니가 다시 젊어진 거라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제처럼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이야기가 달랐다. 억세게 비가 퍼붓는 날이면 어머니는 홀로 외출했다.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거리를 헤맸다.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식구들 모두 긴장했다. 그런 날에는 민호든 아내든, 아니면 아이들이라도 할머니 곁을 지켰다. 문제는 예고 없는 소나기였다. ID카드로 위치는 금방 확인할 수 있었지만, 어머니 나이에 비를 맞고 돌아다니다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었다. 게다가 점점 집과 거리가 먼 곳에서 발견되는 것도 걱정이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자신이 어머니를 보호해야 했다. 민호는 울컥하는 가슴을 꾹 억누르고 회사로 향했다.
팽목항에서 남편의 죽음을 전해 들은 날, 수연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비가 고마웠다. 빗물이 자신의 눈물을 감춰주어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하늘도 그녀도 그렇게 한참 동안 울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