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한뼘소설

by 조이홍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오늘도 미연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반지하 원룸이지만 그녀에게 허락된 유일한 안식처였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누군가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오롯이 그녀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곳이라면 고독과도 기꺼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취업하는 줄 알았다. 헬조선? 취업 전쟁? 남의 일이라 여겼다. 자신은 열심히 살았으니까! 그냥 열심히가 아니고 진짜 열심히. 성적도 스펙도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그녀를 원한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졸업과 동시에 갚아나가야 할 학자금이 있었지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누구나 똑같은 처지였다. 억울하지도 패배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오히려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취준생 3년 차,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인의 꿈은 멀어져만 갔다. 대한민국은 지옥이 아니었다, 천국이었다. 알바 천국! 이제 그녀는 프로 알바가 되었다.


며칠 전부터 묘한 울음소리를 내며 애처롭게 자신을 쳐다보던 녀석이 보이지 않아 미연은 신경 쓰였다. 길냥이들은 보통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데 녀석은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런 녀석을 본체만체했다. 미연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당장은 자신 이외의 존재에게 눈길 줄 여유가 없었다. 그녀 마음속에 핀 희망이라는 꽃들이 시들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래도 며칠 마주쳤던 녀석이 보이지 않으니 걱정됐다. 코로나로 살아내기 팍팍해진 건 인간 세상이나 길냥이 세상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집 앞에 누런 봉지 하나가 널브러져 있었다. 누가 남의 집 앞에 쓰레기를 갖다 버렸나 미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가까이 다가가자 행동을 감지한 자동 센서등에 불이 켜졌다. 그 녀석이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죽었나? 왜 하필 우리 집이야! 순간 파르르 떠는 작은 생명체. 녀석은 작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벌벌 떨었다. 시원스레 울지도 못했다. 심상치 않았다. 미연은 녀석을 안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불과 3분 전만 하더라도 이런 행동을 하리라고는 그녀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녀석을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녀석이 고독한 별 지구에서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다. 미연은 정말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그녀는 언젠가 스쳐 지나친 동물 병원을 향해 정신없이 달렸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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