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봄나들이

한뼘소설

by 조이홍

미영은 모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큰 맘먹고 헤어스타일을 싹 바꿨다. 새로 한 머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짧은 머리가 잘 어울려 놀랐다. 회사일에 집안일에 치여 숍에 오는 걸 차일피일 미루었더랬다. 다 소용없었다. 오롯이 자신을 위한 하루를 살기로 했다. 살랑이는 봄내음을 맞으며 홀로 공원을 산책했다. 셀카를 찍어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남편에게 보냈다. 어깨를 짓누르던 스트레스가 봄바람에 실려 날아갔다.


지난 며칠간 하는 일마다 배배 꼬였다. 그녀가 낸 두 건의 여름 소비자 이벤트 제안서는 모두 반려되었고, 진행 중인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도 주요 마일스톤마다 사고가 났다. BM을 맡고 있는 유아용 음료에서 눈에 띄게 소비자 클레임이 증가했다. 하늘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시련을 준다는데 그녀에게만큼은 예외였다. 불행에게는 심장도 눈물도 없었다. 출근하는 그녀 앞에서 회사 가지 말라고 떼쓰며 우는 아이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서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하는 남편이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미영의 외출을 제안한 건 남편이었다. 아이도, 집안일도 신경 쓰지 말고 그녀만의 시간을 보내라며 다독여 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친구들 만나 함께 저녁 먹고 늦게까지 수다라도 떨다 들어오라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남편과 아이가 좋아하는 밀푀유 전골 재료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충성, 행보관님 복귀하셨습니까?"

"어? 무슨 말이야?"

"머리가 너무 짧아서, 군대 시절 행보관인 줄 알고…."


평소 남편의 말투가 아니었다. 그의 말에서 으스스한 냉기가 전해졌다. 순간 미영은 문득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몇 달 전 남편이 한 말이었다. 간절한 남편의 부탁에 그녀도 흔쾌히 동의했더랬다.


"미영아, 머리 다시 기르면 안 돼? 예전 연애할 때처럼. 난 네 긴 머리가 참 좋더라."


미영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짧은 머리가 무척 잘 어울렸다. 새로 바뀐 스타일이 참 마음에 들었다. (끝)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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