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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Jul 03. 2021

오늘 하루 비닐봉지 없는 지구를

기후위기가 궁금한 분들을 위한 대놓고 하는책 홍보

 '기후위기'에 관한 관심이 최고조에 오른 요즘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다. 아직 기후위기가 먼 세대의 일, 다른 나라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 싶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책 이야기를 해볼 참이다. '공포 마케팅'은 아니지만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기후에 한해서)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힘들고 두려운 게 사실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해 두지만, 출판사로부터 1원 한 장 받지 않았다. 그저 '지구' 위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더 늦기 전에 우리 별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많은 분들이 이 책들을 읽었으면 한다.   


 처음 이야기할 책은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빌 게이츠다. 이 책이 출간된 후 빌 게이츠의 이혼(졸혼) 이슈가 불거졌다. 평소 메신저보다는 메시지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혼 사유가 평범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이로 인해 책에 대한 관심이 다소 사그라들기도 했다.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로 중간에 책 읽기를 그만둘 수도 없었다. 마음을 다잡고 메시지에 주목했다. 


 이 책은 다른 글에서도 잠깐 소개했었다. 빌 게이츠는 혁신가, 기술 신봉자답게 기후재앙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혁신적인 기술과 제도(정책) 개선으로 풀어갈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그러나 제2장 제목이 '어려울 것이다'일 정도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더미 같음을 시인했다. 일부 혁신적인 기술은 상용화 직전이거나 상용화되었으나 대부분 기술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게다가 탄소배출과 관련한 여러 가지 제도들은 너무 오래전에 만들어져 오늘날 현실과도 잘 맞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눈앞이 캄캄하다.


 저자는 기후재앙(위기)과 관련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혼선을 줄이고 객관적으로 그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다섯 가지 프레임(질문)을 제시한다. 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해결 가능성이 조금 보이는 듯하다. 물론 '어려울 것이다.'  


 첫째, 510억 톤 중 얼마일까? 

 인류는 한 해에 약 5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오랜 시간 그곳에 머문다. 따라서 당장 오늘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춘다고 해도 당분간 지구 온난화 현상은 지속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든지, 억제하든지 총량 대비 얼마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가짐으로써 어떤 특정 활동이 가지는 구체적인 의미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의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매년 1,700만 톤의 탄소를 제거하는 효과를 가진다. 이는 전체 배출량 510억 톤의 0.03%트에 불과하다. 


 둘째, 시멘트에 대한 계획은 무엇인가? 

 탄소 배출은 궁극적으로 인류 생존활동의 결과다. 인류가 살아가는 한 필수 불가결하다. 물론 현재의 방식을 유지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시멘트에 관한 질문은 전력 생산과 운송 수단 이외에도 온실 가스를 줄이는 일에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510억 톤 중에서 제조(생산) 분야는 31%, 전력 생산은 27%, 사육과 재배(식량)는 19%, 이동 수단은 16%, 냉방과 난방은 7%를 각각 배출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멈출 수 있는 것은 없다. 이중 가장 시급하고 다른 요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전력 생산 분야다. 전력 자체를 만드는 데 이미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이를 사용해 인류가 사용할 물건을 만드는 데는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깨끗한 전기를 만드는 일이 제로로 가는 길에 중요한 열쇠인 이유다!    


 셋째, 얼마나 많은 전력을 말하는 걸까? 

 화석 연료를 사용해서 만드는 전기는 값싸고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다. 인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전기가 필요하고, 불행하게도 앞으로는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2050년이면 세계 인구가 약 100억 명이 되리라는 전망을 대부분 학자들이 동의한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불가피하다.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탄소 배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선진국에서 깨끗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개발도상국과 공유하지 않으면 탄소 중립 시대에 진입하기 어렵다. 기후위기 문제는 전 지구적 동참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넷째, 얼마나 큰 땅이 필요할까? 

 전력 밀도란 주어진 크기의 땅이나 물에서 서로 다른 전력원으로 만들 수 있는 전력의 양을 말한다. 현재 기술로는 화석 연료를 사용한 발전소가 단위 당 전력량이 가장 많다. 산업 혁명 이후 꾸준히 화석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으니 당연하다. 태양열과 풍력은 효율이 떨어진다. 다만 그린 에너지 생산 비용은 해를 거듭할수록 낮아지고 있으니 이는 매우 희망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간헐성'은 태양열과 풍력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1년 내내 발전기를 돌릴 수 있을 만큼 태양과 바람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넓은 땅이 필요한 것도 해결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혁신에 혁신이 필요하다. 지구라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다섯째, 돈이 얼마나 들어갈까?   

 화석 연료를 사용한 에너지는 청정에너지를 사용한 것보다 저렴하다. 안정적으로 제공된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에서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든다. 제로 탄소 기술은 여전히 비싸다. 깨끗한 그린 에너지 기술에 붙는 가격 프리미엄을 '그린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그린 프리미엄이 일부 선진국뿐만 아니라 대다수 나라에서 감당할 수 있어야 탈(脫) 탄소 시대가 가능하다. 특정 그린 에너지 기술이 화석 연료 기술과 비료해 얼마나 저렴한지, 만약 두 기술의 차이가 크다면 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린 프리미엄이 제로가 된다면, 즉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술과 배출하지 않는 기술의 비용이 같다면 누가 지구에 피해를 끼치는 기술을 사용하겠는가? 


 이후 전개는 이 다섯 가지 질문을 토대로 전기 생산, 제조, 사육과 재배, 교통과 운송, 냉방과 난방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 보고 해결점을 찾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빌 게이츠 자신이 스스로를 기술 신봉자라고 할 만큼 그는 결국 기술이 해답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실제로 책에서 언급된 기술들은 꽤 많은 진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기술자와 정책 입안자에게 맡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전기 자동차를 타고 (아직은 화석 연료를 사용해 만든 전기로 충전하지만) 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하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며, 육식을 줄이고 인공 고기를 먹는 등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다. 오늘처럼 'Plastic Bag Free Day'에는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좋다. 제로 웨이스트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목록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510억 톤에서 제로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하지만 반드시 해내야 한다.  


 기후위기가 정말 인류 활동의 결과 때문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단다. 심지어 일부 기후학자들도 그렇다. 지구는 주기적으로 뜨거워지고 차가워지기를 반복할 뿐, 현재 1도~2도 정도의 상승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두 번째 책,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여러 가지 논쟁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설명해 준다. 기후위기에 관한 비합리적 회의론자들이나 기후변화 거부론자들의 논리에 현혹되지 않도록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책 표지에 '가장 쉬운 기후 수업'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저자인 김백민 교수는 극지 전문가이자 기후과학자로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가 북극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남극과 북극의 기후변화를 재현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인스타그램에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의 키워드를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었는데 이를 본 출판사에서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의 리뷰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DM을 보내왔다.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도 거의 다 읽었고, 마침 이 책도 궁금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었고 이틀 만에 완독 했다. 무척 쉽고 흥미진진해 책을 놓기 싫었다.


 이 책 역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독자와 함께 하고자 한다.  


 첫째, 인류가 영향을 미치기 전 지구의 기후는 어땠을까?

 둘째, 과학자들은 인류가 지구 온도를 얼마나 상승시키고 있는지 정말로 잘 이해하고 있을까? 

 셋째, 97% 이상의 과학자들이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지구가 뜨거워진 데 인류의 책임이 크다는 것에 동의하는데 왜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것일까? 3%의 논리는 정말 비과학적이고 귀 기울일 필요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중요한 메시지가 있을까? 


 인류가 지구에 영향을 미치기 전, 45억 살이나 된 지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6억 년 전 지구는 온통 눈으로 뒤덮였던 반면 5,500만 전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지금보다 무려 5~6배나 많아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10도 이상 높았다. 남극과 북극에 얼음도 모두 녹아 사라졌다. 무척 긴 시간이지만 지구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극단적인 변화를 겪게 된 걸까? 이는 지구의 탄생 및 생명체의 등장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온실 효과, 바다, 지각의 충돌, 우주 먼지 그리고 이런 요소들의 상호작용이 지구의 기후를 극단으로 변화시켰다.


 5,500만 년을 정점으로 지구 온도는 지속적으로 내려간다. 남극이 거대 빙산으로 뒤덮이게 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남반구에 있던 인도판이 북쪽의 유라시아판과 충돌하면서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 산맥이 탄생했고 바로 이 산맥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견이 많은 윌리엄 루디먼의 가설이지만 가장 많은 지지 역시 받고 있다) 인류가 베일에 싸인 빙하기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다양한 발견과 과학 기술의 개발로 '고기후학'이 학문으로 발전한다. 


 위대한 지구는 수 십억 년 동안 다양한 자연법칙을 통해 균형점을 찾았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세상이 마침내 찾아왔다. 그런데 인류가 화석 연료를 발견했다. 화석 연료는 인류에게 너무 달콤했다. 화석 연료를 통해 인류는 자연에 의해 멸하지 않는 강력한 문명을 만들었다. 이른바 '대가속' 시대를 맞이했다. 1950년 전후를 기점으로 인구수, GDP, 질소 비료, 에너지 사용량이 폭등한다. 이에 맞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메탄 농도, 지구 온도가 상승한다. 마치 누가 일부러 똑같이 그린 것처럼 이들의 그래프는 모두 같은 양상을 보인다. 인류가 지구에 끼친 영향이 너무나도 선명하다. 


 선구자적인 과학자들 덕분에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기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인류의 활동이 지구에 끼친 영향도 파악했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적어도 기후학 측면에서 아직 인류는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예를 들어 기후에서 '구름'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를 정도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일반에 전파하기 위해 '기후 게이트'가 벌어지기도 했다. 진실을 과정, 왜곡했다. 과학자들조차 기후학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갖게 되었다. 기후학은 불확실성의 학문이다. 미래는 오지 않았고 어떤 형태로 올지도 예측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지구에 끼친 인간의 영향력은 분명하기에, 불확실한 미래를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 '답'을 찾아야 한다. 지구를 대상으로 한 위험한 '게임'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극단적인 미래 기후 시나리오 중 하나는 세기말이 되면 평균 기온이 5도 이상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2도 이하, 특히 최근에 1.5도 이하로 억제하려는 노력과는 차이가 크다. 이러한 시나리오에는 화석 연료 사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가 포함되어 있다. 유감스럽다고 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 예측에는 '화석 연료의 고갈'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기후위기 문제와 별개로 우리는 화석 연료 고갈이라는 심각한 문제 역시 가지고 있다.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은 지구를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은 불가피하다.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발자국을 감소시키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기존 생각이 바뀐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원자력 발전소이고 다른 하나는 육식이다. 두 책 모두 이 두 가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여지를 주었다. 장점만큼 단점이 많은 원자력에 대해서는 평소 반대 입장이 분명했는데, 기존 전력 생산 방식을 깨끗한 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서 '안전한 원자력' 역시 고민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육식을 위한 낙농업, 특히 소를 키우기 위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정확히는 메탄)와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생각하면 육식을 과감하게 줄이거나 대체 식품 (인공 고기) 섭취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진지하게 고민해 볼 참이다. 


 오늘은 '비닐봉투 없는 지구'를 위한 날이다. 2008년 스페인의 한 환경 단체가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으로 1인당 비닐봉투 사용량이 약 410개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생활을 실천해 보자. 하루쯤 지구를 비닐봉투로 부터 자유롭게 해 주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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