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의 꿈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by 조이홍

평소 전시회를 많이 다니지는 못하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준, 큐 형제에게 좋은 전시를 보여주려고 한다. 솔직히 아이들이 전시회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나름 몰입해서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을 관람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성장해 가면서 이런 경험들이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어떤 나무가 될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수 백 미터까지 자랄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자고 있을 테니까.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오래전부터 들어 알고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한 번도 찾아가 보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제주를 사진으로 보면 뭐하나, 그 아름다움을 내 눈에 담아 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제주, 오름, 기행’(손민호 지음, 북하우스)을 읽고 나니 꼭 한 번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 빚진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오름이 관광 명소로 각광받기 훨씬 전부터, 오름을, 제주를 사랑한 남자, 김영갑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김영갑갤러리_2.jpg <사진 촬영은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진행하였습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성산읍 삼달리 외진 곳에 있었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으로 폐교를 개조해 만들었다. 입장료(어른 4,500원, 어린이 1,500원)를 내고 들어가면 그의 작품이 담긴 엽서를 준다. 입장권이자 찾아온 여행객에게 주는 작은 선물인 것이다. 시한부 판정을 받아 2005년 9월에 사망한 김영갑 작가가 마지막 순간까지 머문 곳이라 지금도 한편에 그의 사무실과 카메라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제1전시실 두모악관과 제2전시실 하날오름관에는 지금은 사라진 제주의 모습과 쉽게 드러나지 않는 제주의 속살을 그의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의 사진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가 삶에 지치고 찌든 인간을 위로하는 영혼의 쉼터라고 말한 제주를 조금은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영갑 작가 자신에게도 제주는 영혼의 안식처이자 사랑 그 자체였던 것이다. 아마도 내가 그에게 빚진 마음을 느낀 것은 제주를, 어떤 대상을 완전히 사랑하는 그의 삶에 대한 태도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한참을 그의 작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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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정원도 투병 중에 그가 직접 가꾼 공간이라고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유난히 평화롭게 보이는 정원에는 갖가지 식물들과 조각들이 작가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주고 있었다. 두모악을 나오면서 그의 시선이 오래 머물렀던 용눈이오름이 궁금했다. 도대체 그는 거기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나도 그의 시선을 따라 용눈이오름에 올라 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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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단한 삶에 눌려 주저 않는 대신, 이어도라는 꿈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충실하게 현재의 삶을 일궈나갔다. 그렇게 나는 그들이 누리는 평화로움의 비밀이 바로 이어도였음을 깨달았다. 관광산업이 제주 사람들의 생명산업이 되었다. 제주사람들은 이제는 이어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방목장으로 사용되던 드넓은 초원은 골프장으로 변하고, 아름다움이 빼어난 중산간 들녘은 리조트와 펜션으로, 별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제주사람들의 마음에서 이어도는 지워지고 있다. 이 땅에서 제주다움이 사라질수록, 제주인의 정체성을 잃어갈수록 사람들의 기억에서 이어도의 비밀은 잊혀지고 있다” 김영갑의 <이어도의 비밀> 중 일부이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제주에 대한 그의 외침을 너무 늦지 않게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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