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준, 큐 형제가 태어나고 우리 부부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아이들 독서였다. 특히 아내는 매일 잠자기 전 5~10권의 동화책을 읽어 주었다. 준 신생아 때부터 큐가 초등학교 입학한 후까지 한참을 읽어주었다. 거실에는 TV 대신 책장을 두었다. 책은 집안 여기저기에 두어 언제라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아내의 노력 덕분에 준, 큐 형제는 화장실에 갈 때도 꼭 책을 들고 간다. 하지만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독서량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자극이 될 만한 것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우리 가족 모두 좋아하는 전이수 작가가 제주도로 내려가 갤러리를 열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준, 큐 형제와 함께 가보면 좋을 것 같았다.
‘걸어가는 늑대들’은 전이수 작가의 갤러리 이름이자 동화책 제목이기도 하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이 더 좋아하는 전이수 작가는 12살 소년이다. 하지만 그림동화책뿐만 아니라 에세이도 출간한 전문작가다. 그림 전시회도 한다. 12살 아이의 감성이 어찌나 깊고 맑은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가족 모두 좋아하지만 특히 아내가 좋아한다.
갤러리는 작은 규모였지만 작품이 제법 많이 전시되어 있다. 벽뿐만 아니라 지붕까지 그림책 원화들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일부 작품은 구매가 가능하고, 다양한 아트 상품들도 판매했다. 수익금은 제주 미혼모센터와 아프리카 친구들을 위해 사용해 우리도 텀블러, 스케치북, 머그잔 등을 구매했다. 전이수 작가의 그림을 보면 어떤 느낌으로 그림을 그렸을지 공감이 갔다. 어렵지 않았다.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법을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어떤 미술적 기법이나 기교가 훌륭하기보다는 그 진솔함이 좋았다. 전이수 작가를 한번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만나지는 못했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큐가 전이수 작가를 만나면 그의 에너지를 좀 받지 않을까 했는데 아쉬웠다
그런데 마침 우리가 제주에 머무르는 동안 <마음 읽어주기>라는 부모들을 위한 북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이수 작가의 엄마이기도 한 김나윤 작가가 엄마, 아빠들과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눠보는 시간이라고 했다. 아내와 나도 신청했는데 운 좋게 둘 다 참석하게 되었다. 25명이 참석했는데 아빠는 나 혼자였다. 지난번 보지 못한 전이수 작가도 만날 수 있었다. 전이수 작가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수줍음 많은 아이였다. 참석한 엄마들 대부분 어떻게 아이를 작가로 키웠는지 궁금해했다. 그 비법은 김나윤 작가의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김영사)를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도 하루 만에 정독을 했다. 사실 대부분 부모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도 많고,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일들은 더 많은 법이다. 김나윤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녀는 천사가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아내와 나는 전이수 작가가 재능도 물론 있지만, 김나윤이라는 엄마가 있어 그 재능을 발견하고 증폭시켜 준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결국 아이에게 있어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나도 이번 생에서 아빠는 처음이라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인지, 정답이란 게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저 아이들이 자라면서 무언가를 질문해 올 때 삶의 선배로서 해 줄 수 있는 말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