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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Aug 13. 2021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우리도 부모는 처음이라서...

 우리 집에는 공부가 취미인 아이와 영혼이 자유로운 아이가 있다. 아이 1은 운동(수영)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책상에 앉아 수학 문제를 풀고 과학과 역사 과목을 예습하며 영어 원서를 읽는다. 나가서 놀다 오라고 해도 책상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 2는 혼자서 잘 논다. 공상에 빠져 노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책을 읽는다. 그런데 대부분 만화책이다. 만화책 그만 읽고 밀린 숙제 하라고 잔소리하면 주말에는 자기도 좀 쉬고 싶단다. 그럼 주중에 숙제를 밀리지 말았어야지! 아이 1과 2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평소 적은 분량이라도 매일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자기 계발서나 아이들 교육 관련 서적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성공이나 교육 문제는 일반화할 수 없을뿐더러 결과가 좋은, 성공한 일군의 사례들이 다른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마치 '착하게 살자'처럼 유익한 말들의 향연은 오히려 새겨들을 말이 없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하지만 아이들이 중학생,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교육 관련 문제는 아내와 내 경험, 지혜만으로는 감당하기 벅찼다. 선배 K형의 말처럼 '아이들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는 자유방임'이 정답에 가장 가깝다는 걸 알면서도 그 길로 무소의 뿔처럼 터벅터벅 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했다. 그런데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말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어찌어찌해 무언가를 내려놓는다고 해도 아이들의 미래가 그 결정에 의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면 어쩌나 걱정됐다. 걱정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하지 않을 텐데…. 이런 이유 때문에 '대세'를 따르는가 보다. 마음이 편하니까. 아무리 교통 체증이 심해도 휴가철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휴양지로 휴가를 가야 하고, 인파가 몰려 두세 시간씩 기다려도 소문난 맛집의 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리라. 남들도 다 하는 선택이야말로 리스크가 적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게 아닐까? 


 좋은 대학이 아이의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은 아니다. 물론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나오면 성공할 가능성이 다소 높아진다는 사실조차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공이 행복의 다른 이름은 아니다. 부모님 세대, 많이 양보해서 우리 세대까지는 사회적 성공이 행복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가난한 시대였고 결핍의 시대였다. 배곯지 않고 사는 게 행복의 선결 조건이었다. 지금 아이들은 다르다. 다른 인류라 불러도 좋을 만큼 태생부터 우리와는 다르다. 그런 아이들에게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살라고 강요하는 건 왠지 촌스러워 보인다. 과거에는 대학을 나오면 취업하기 쉬웠다. 아무것도 없던 우리나라에는 모든 것이 새로 만들어져야 했다. 조금 과장하면 널린 게 일자리였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내 자식은 '설마' 다르겠지 하고 그 깔때기 안으로 힘껏 밀어 넣는다. 아무리 많이 밀어 넣어도 구멍을 통과하는 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가 꿈꾸지 못했던 꿈을 꾸고,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본다. 그래야 마땅하다. 그런데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길들여진 방식으로 이 새로운 인류를 길들이려고 한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말하고, 미래를 말하는데 교육만큼은 여전히 과거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교육은 백 년 후까지의 큰 계획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건가?


 우연한 기회에 평소에 잘 읽지 않던 아이들 교육(양육) 도서 두 권을 연이어 읽게 되었다. 한 권은 출판사가 SNS로 서평 리뷰어를 모집하는 광고를 통해서였다. 책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와 '되겠어?' 하는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덜컥 돼 버렸다. '농부 시인' 서와 작가의 <나를 찾는 여행 쫌 아는 10대>라는 책이었다. 다른 한 권은 중학생을 둔 자녀라면 꼭 시청해야 한다고 주위에서 적극 추천했던 한 방송사의 교육 관련 다큐멘터리를 엮은 책으로 제목부터 어마어마한 <혼공 코드 - 최상위권 학생들의 비밀>이었다. 극과 극에 놓여 있는, 성격이 아주 다른 두 권의 책이 같은 시기에 우연처럼 운명처럼 내게로 왔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 통증 정도를 1에서 10까지 수 중에 몇 번에 속하는지 콕 집어 말해보라고 한다. 이 책들은 하나가 1이라면 다른 하나는 10이었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나를 찾는 여행 쫌 아는 10대>의 저자 서와 작가는 현재 20대 중반으로 시골에서 시와 글을 쓰며 농사를 짓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으로부터 '홈스쿨링'을 소개받고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려만 줄 뿐 선택은 오롯이 어린 작가님의 몫이었다. 서와 작가가 '나답게 사는 것''가슴 뛰는 일'을 찾기 위해 떠난 길에서 마주한 경험과 생각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놀라움이 멈추지 않았다. <혼공 코드 - 최상위권 학생들의 비밀>은 시청자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SBS 스페셜 <혼공 시대> 3부작의 연장선에 있다. '혼공법' 실행 지침서다. 제목 그대로 최상위권 학생들이 왜, 어떻게 공부를 잘하는지 사례 중심으로 그 비밀을 풀어낸다. 물론 핵심은 혼공, 즉 자기 주도 학습이다. 엄마와 학원이 대신해 주던 '학습'의 진정한 주인은 학생이 되어야 한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그래야만 현행 입시 제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결론 내지만, 공부의 주체가 학생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깊게 공감했다.


 대척점에 있는 두 책을 읽고 느낀 공통점은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것이다. 뻔한 결론이지만 삶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부모 역시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나를 찾는 여행 쫌 아는 10대>의 저자 서와 작가는 용감하다. 어떻게 어린 나이에 저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나도 아내도 더 용감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바로 작가의 부모님이었다. 10대의 어린 딸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른 길을 제시해 주고, 응원해 주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용기가 대단했다. 우리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하얀 종이 위에 한 뼘 정도 간격으로 점 두 개를 찍어 보자. 하나를 A, 다른 하나를 B라고 할 때 A에서 B로 갈 수 있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을까? 정답은 '무수히 많다'이다. 2차원 평면에서도 그럴진대 3차원 현실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길이 있을까?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각자가 가는 길이 각자의 길 위에서 정답이다. 설령 오답이라고 해도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어야 하지 않을까? 두 권의 책을 아이들에게도 읽어보게 할 셈이다. 삶에 얼마나 다양한 길이 있는지 제시해 주는 부모가 되어 보려고 한다. 결코 쉽지는 않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기다려 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 보려고 한다. 결코 길들일 수 없는 아이들을 길들이려 욕심부리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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