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홍 Oct 19. 2021

출사표까지는 아닙니다만…

글쓰기는 계속되어야만 한다!

 1년 넘게 쓰고 고치기를 반복 중인 청소년 성장 소설이 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수십 군데 출판사에 출간 제안서를 보냈다. 일부 출판사는 ctrl+c, ctrl+v 했음이 분명한 거절 메일을 보내왔다. 아내도 그림책 출간 제안서를 여러 출판사에 보냈는데 이름만 다를 뿐 문장이 동일했다.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출판사에 얼마나 많은 출간 제안서가 밀려드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솔직히 거절 메일보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무응답, 무관심이다. 도대체 메일을 받았는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대형 출판사는 메일을 보내면 먼저 잘 받았다는 말과 함께 검토하는 데 시간(보통 2개월)이 걸리니 기다려 달라는 답장을 보내준다. 물론 그 후에 '아쉽게도…'로 시작하는 거절 의사가 분명한 메일을 받았지만, 더 잘 써서(고쳐서) 다음에는 꼭 OK를 받고 말리라는 긍정적인 자기 암시 효과를 낳으니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 한 출판사는 원고 내용까지 들어가면서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적어 보냈는데 진심으로 감동받기도 했다. 함께 하면 좋았겠지만 미숙한 원고 탓이려니 하고 분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출판사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해당 원고로 대형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에도 응모했다. 당연히 결과는 낙방이었다. 낙방할 때마다 원고를 다시 읽으면 '그럴만하다' 싶었다. 응모 전날까지 고쳐 쓰기를 반복하고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도 또 고쳤다. 100 퍼센트까지는 아니어도 90퍼센트 정도는 만족한 원고였는데도 그랬다. 오타는 둘째치고 비문에 엉성한 문장들이 창피할 때도 있었다. 최근에도 한 대형 출판사의 청소년 성장 소설 공모전에 응모했다. 거의 '환골탈태' 급으로 다시 쓴 원고였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스스로 꽤나 만족했는데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 원고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혹시 단점이 발견되면 어떻게 할까 싶어서다.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밑거름 삼아 다시 새싹을 틔우면 그만이니 잠시 동안 이별도 나쁘지 않다. 


 예비 작가에서 '예비'라는 말을 떼어낼 수 있는 뜻밖의 사건이 내게도 일어났다.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했던 <경기 히든 작가> 공모전에 에세이 부문으로 당선되었다. 주제가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었는데 '랜선 제주 여행 - 글쓰기로 위로받은 나의 코로나 1년'이라는 글로 덜컥 당선된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브런치에 썼던 글 중에 '제주 관련' 글들을 모아 <제주에 가고 싶다>라는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그 글을 쓰면서 스스로 위로받기도 했고 일부 독자와 공감하기도 했더랬다. 그런 소소한 내용을 담은 글이었다. 솔직히 급하게 작성해 당선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막상 당선되고 보니 얼떨떨했다. 편집된 원고와 작가 소개를 요청하는 메일을 받으니 조금 실감했다. 모두 열 편의 당선작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오는 것이니만큼 내 지분은 10분의 1 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기분 좋았다. 한 편으로는 걱정도 태산이다. '꼴랑 이런 글이 책으로?'라는 반응이 나올까 두렵기도 하다. 


 올해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새롭게 쓴 글도 없고 어차피 되지도 않을 건데 하는 마음이 컸다. 브런치 편집팀에서 올린 광고성 글이기는 하겠지만 한 작가님이 올린 글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꼭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써놓은 글은 언젠가는 빛을 보게 되리라는 다소 뻔한 글이었다. 원래 진리란 단순한 법이니까. 확증 편향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제주에 가고 싶다>의 증보판을 내기로 결심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자료를 찾고, 사진을 뒤지고,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소수이긴 하지만 내 글의 애독자분들께는 죄송스러운 일이다. 아마도 '어디서 읽은 듯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글들이 많으리라 예상한다. 맞다. 이전에 썼던 글들을 '재활용' 했다. 그러니 성가신 '새 글 알림' 알람이 오면 무시하셔도 좋다. 물론 더 많은 독자와 만나게 되기를 바라고 기왕이면 그 어렵다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덜컥 당선되면 더할 나위 없겠다. 아니면 말고. 그래도 글쓰기를 멈추지는 않을 테니까.  

작가의 이전글 전복은 못 먹어도 전복죽은 좋아합니다 (feat 해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