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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Oct 27. 2021

아무튼, 백신 접종 (2차 접종 후기)

그리고 코로나 세상의 이모저모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지 보름이 지났다. 1차 접종 후 두통 및 가슴 통증이 상당 기간 지속되어 2차 접종은 내심 걱정되었다. 1차 접종보다 2차 접종 때 훨씬 아프다는 주변 지인의 백신 완료 후기가 걱정을 부추겼다. 1차보다 더? 이러다 정말 뭔 일 나는 거 아닌가 걱정이 앞섰다. 2차 접종 예정일보다 일주일 정도 먼저 백신을 맞았다. 어차피 맞을 바에야 초조하게 기다리느니 먼저 맞는 게 좋겠다는 '윗선'의 결정이 있었다. 마침 잔여 백신이 생겼다는 알람이 떴고 빛의 속도로 클릭해 예약했다. 잠 못 이룬 밤이 무색할 정도로 접종 후 부작용이나 후유증은 없었다. 두통이나 가슴 통증은커녕 접종 부위 통증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백신을 맞기는 한 건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 접종 다음 날 운동(탁구)하러 갔는데 다른 어떤 날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평소에는 쩔쩔매던 5부 고수들을 상대로 연달아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번에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 후 비염과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이 완치되었다는 한 지인의 독특한 후유증(?)을 전했었는데, 나는 탁구 고수가 된 건가 싶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중국 영화에 나오는. 절대 고수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혈도가 막혀 평범하게 살다가 백신을 맞아 막힌 혈이 뻥 하고 뚫렸다는! 코로나로 거의 2년을 일상을 빼앗기고 살았는데 이 정도 소소한 '기적'은 생겨도 좋겠다 싶었다. 아니 생겨야만 했다. 그 기적의 유효 기간이 고작 하루밖에 되지 않아 '화병'이 생겼으니 후유증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는 없겠다. 같은 날 2차 접종을 끝낸 아내에게도 특별한 후유증은 나타나지 않았다. 접종 완료 후 '입맛이 되살아나' 체중이 좀 늘었다는 게 아내 후유증의 전부였다. 이건 확실히 후유증은 아닌 듯싶었다. 아내 입맛은 결혼 후 지금까지 늘 살아 있었다! 아무튼,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우리 부부 모두 별 탈 없이 건강하니 감사했다. 감염 예방 백신을 접종하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는 걸 감사해야 하는 시대라는 게 쓴웃음을 짓게 했지만, 누구를 원망할 수도 탓할 수도 없으니 그저 감사하기로 했다. 불확실성의 시대이고, 갈수록 이런 불확실의 주기는 잦아들이라 예상되니 아쉬운 쪽에서 적응할 수밖에…. 


 10월 23일을 기준으로 전 국민의 70%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10월 26일 현재는 36,424,121명이 접종을 완료해 70.9%를 기록 중이다. 이제 막 접종을 시작한 12~17세 청소년은 288,044명이 1차 접종을 진행했고, 그중 16,368명이 접종 완료를 기록했다. 해당 연령대 인구 대비 0.6%에 해당한다. 중학생인 첫째 아이가 코로나 백신을 맞을지를 두고 한동안 고민했다. 우리 부부가 접종 완료 후 건강했기에 아이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했다. 아이는 백신을 맞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반 친구 대부분이 접종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위드 코로나'와 '전면 등교'가 가시화된 시점에서 백신을 맞지 않으면 학급에서 확진자 발생 시 자가 격리될 수 있으니 가능하면 백신을 맞는 게 어떻겠냐고 아이를 설득했다. 아이는 그래도 싫다고 했다. 아직까지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10~19세 코로나 확진자도 적지 않았다. 32,542명으로 전체 확진자 354,355명의 9.18%나 기록했다. 60~69세 연령대의 확진자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치였다. 더구나 최근 확진자가 2~3천 명 대로 늘어나면서 학원, 학교 등의 전파로 청소년 확진자가 급증했다.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지만 억지도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아이 뜻에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며칠 후 아이가 자진해서 코로나 백신을 맞겠다고 했다. 반 친구들 대부분이 백신을 맞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내는 아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예약부터 했다. 역시 그 나이대는 친구가 최고다. 


 10월 26일 현재 3,784,448명(인구 대비 2.9%) 확진자와 286,49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멕시코에서는 12세 소녀가 2분짜리 영상으로 어린이, 청소년 백신 접종 정책을 바꿔버렸다. 소녀는 '내 입장이 되어봐'라는 영상을 제작해 트위터에 올렸는데 이 영상에서 멕시코 보건 장관에게 미성년자의 백신 접종을 허락하지 않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소녀는 당뇨병을 앓고 있어 코로나 고위험군에 속했고, 지난해 보건 장관과 온라인으로 진행한 청소년과의 대화에서 미성년자라도 기저 질환이 있어 고위험군에 속하면 특별한 예방 조치(백신 접종)가 필요함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보건 당국이 고위험군 미성년자의 백신 접종을 진행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결국 이 영상으로 멕시코 보건 당국은 기저 질환이 있는 약 100만 명의 미성년자에게 접종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면 수업으로 전환을 앞둔 소녀의 간절함이 국가 정책을 바꿨지만, 여전히 멕시코의 1,200만여 명 청소년은 접종 대상자에서 제외되었다. 백신 접종을 원해도 맞지 못하는 아이가 세상에는 이렇게나 많다. 첫째 아이에게 이 사실을 일러주면 꼰대가 되겠지?  


 그런가 하면 미국, 인도에 이어 확진자가 많은 브라질은 대통령의 '코로나 막말'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에이즈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내용의 영상을 SNS에 올린 것이다. 지난해 7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가 20여 일 만에 복귀한 그는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선언해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때는 뉴욕의 방역 수칙에 따라 음식점에 들어가지 못해 길거리에서 피자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그런 대통령이 코로나 방역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질지 걱정스러웠다. 브라질은 10월 26일 현재 확진자 수는 세계 3위이지만, 사망자 수는 2위를 기록하고 있다. 60만 명 이상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확진자가 두 배 이상 많은 미국의 사망자가 75만 명대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코로나 발생 초기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무시한 그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 전문가들의 우려 가득한 목소리를 외면한 브라질 대통령은 결국 의회로부터 코로나로 대규모 사망 사태를 야기했다는 국정 조사를 받게 될 위기에 처했다. (종교는 없지만) 하나님께 감사한다. 대한민국에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지난 7월부터 마스크 규제를 완화하고 모임 인원 제한 규제를 없애는 등 '위드 코로나' 정책을 도입했다. EPL 경기 중계방송을 보면 많은 영국인이 예전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저래도 괜찮을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국도 최근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변이에 변이에 변이까지 발생했다. 영국 보건 당국은 아직 접종을 진행하지 않은 16세 이상 청소년 500만 명에게 백신 접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의료 단체에서는 겨울철이 되면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이틀간 평균 4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영국도 현재 플랜 B(마스크 의무화, 재택근무, 백신 패스 등) 카드를 만지작만지작하는 중이다. 


 우리나라도 11월 1일부터 3단계(단계별 6주)에 걸쳐 단계적 일상 회복, 즉 위드 코로나를 도입할 예정이다. 1차 단계에서는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지고, 사적 모임은 10명까지 완화된다. 생업 시설인 식당이나 카페는 시간제한 없이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자영업자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게 되었다. 다행이다. 영화관, 학원, PC방, 독서실, 공연장 등도 시간제한이 사라진다. 다만 실내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명부, 안심콜, 방명록 작성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 실외 마스크 착용은 1차에서는 적용되고, 2차에서는 코로나 발생 상황에 따라 벗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를 도입한 영국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플랜 B가 필요하지 않도록. 


 미세 먼지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은 코로나 훨씬 이전부터 마스크 착용을 일상화했다. 눈에 보일 정도가 아니면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숨쉬기 거북했다. 숨쉬기 조차 힘들었는데 어느새 마스크 착용이 자연스러워졌다. 위드 코로나가 되어도 이제 사람들은 쉽게 마스크를 벗지 못할 것 같다. 나부터 그렇다.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건 빨리 마스크를 벗는 게 아니라 코로나를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붙잡아 두는 것이리라. '위드 코로나'란 말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소름이 돋는다. 코로나와 함께 살라고! 한편으로 인류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질병과 싸우며 그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강한 몸(저항)을 갖게 되었다. 위드 코로나가 잘 정착되어 일상이 회복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여행이나 보복 소비가 아니라 코로나 사태로 우리가 얻은 것, 잃은 것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팬데믹에서 옳바른 교훈을 얻지 못하면 다음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모른다. 불확실성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지만, 또 준비하게 만든다. 부디 후자의 길을 가게 되기를 바란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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