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책과 함께 즐겁게 보내라고?
올 겨울방학 아이들이 읽을 책을 엄선했다.
솔직히 지난 여름방학에는 독서의 질(Quality)보다 양(Quantity)에 초점을 맞췄더랬다.
지나친 욕심이었다.
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은 아이들은 심적 부담감은 부담감대로 느끼고 정작 독서 활동에 집중하지 못했다.
게다가 매일매일 써야 하는 '독서 일기'도 힘들어했다.
사실 나도 고만할 때 그래 본 적 없었는데 좀 과했다.
그래서 이번 겨울방학에는 책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양보다 질에 집중하기로.
독서 일기를 쓰지 않는 대신 읽은 책 한 권당 '독후활동지'를 작성하기로 했다.
쓰기와 읽기는 반드시 함께여야 한다는 고미숙 작가님의 의견, 작가님은 이와는 좀 다른 차원의 글쓰기를 의미했지만, 에 적극 공감했다. 독후활동지는 총 4개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과 그 문장을 고른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이 책의 줄거리를 써 보세요.
독후감 쓰기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첫째 아이가 읽어야 할 책으로 일곱 권을 골랐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나도 아내도 대학교 1학년 때 읽었던 책이었다. 이제 막 중3이 되는 아이가 읽기에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한번 도전해 보라고 권했다. 아이도 선뜻 그러마 했다. (절대 강요는 없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내가 강력히 추천했다. 아이가 세상 돌아가는 일(정치)에 제법 관심이 많아 이제는 읽어도 좋겠다 싶었다. <귤의 맛>은 내가 먼저 읽었는데 여자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내아이도 좀 알아야겠다 싶어 권했다. 나머지는 워낙 많이 추천되는 고전이라 이제 읽을 때가 되었다 싶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둘째 아이가 읽어야 할 책으로도 일곱 권을 엄선했다. 글밥이 많은 책에 여전히 약한 모습을 보여 두꺼운 책은 가급적 피했다. 고전이라도 가급적 어린이용으로 나온 쉬운 책으로 골랐다.
아래 세 권 이외에 <장 발장>, <이순신>, <수원화성과 정약용>, <남자가 여자 말을 안 들으면>이다. 아이가 역사에 관심이 많고 재미있어해 역사책을 두 권 골랐다. <내가 나인 것>은 조금 어렵겠다 싶었지만 지금이 딱 읽기에 적합한 시기인 것 같았다. <손도끼>는 워낙 모험을 좋아하는 아이라 좋아할 게 틀림없었다. <어린 왕자>는 좋아할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감성은 분명히 아닌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근슬쩍 끼어넣었다.
아울러 이번에는 가족 독서모임도 진행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을 줄인 이유도 사실 독서모임 때문이었다. 온 가족이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성싶었다. 나도 아내도 각자 독서모임을 하고 있으니 그리 어려울 것도 없겠다 싶었다. 가족 독서모임 할 책으로 <긴긴밤>, <담배 피우는 엄마>, <지구가 너무도 사나운 날에는>,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이상 네 권을 골랐다.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동화에서 두 편을 골랐고 나머지 두 권은 아빠와 엄마 관심사 중에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주제의 책으로 골랐다. 외식 메뉴 한번 정할 때도 끝도 없는 난상토론을 벌이는 우리 가족이 과연 독서모임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겨울 방학이 무려 2개월이나 된다. 코로나로 외출도 자유롭지 않으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아이들은 더 이상 집에서 게임할 수 없게 되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독서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었다. (그래도 코로나한테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이번 겨울방학은 부디 우리 아이들이 책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아마 아이들이 이 글을 읽으면 콧방귀를 뀔지도 모르겠다. 책과 함께 즐겁게?
"그건 아빠나 그렇지!"라는 비명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