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로부터의 자유

브런치 & 인스타그램 디톡스

by 조이홍

요즘 할리우드 셀럽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이 있다. 사실 좀 한참 됐다. 바로 SNS 디톡스(detox)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 두고 SNS에 접속하지 않는 것, 또는 스마트폰을 꺼두는 것이다. 디톡스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해독하는 것을 말하니,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디지털 세상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디지털 디톡스는 201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회자되었다. 스마트폰이 우리네 삶에 깊숙이 파고들던 시기와 궤를 같이 한다. 오죽하면 세계적인 IT 기업인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2012년 보스턴대 졸업식 축사에서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 하루 한 시간 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라고 역설했을까?


콘탠츠 생산자 겸 소비자로서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을 애용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브런치와 인스타그램 디톡스를 시작했다. 그 시작은 '관심작가'와 '팔로우' 줄이기였다.


브런치 관심작가로 650여 작가를 등록해 두었다. 관심작가가 이렇게 많은데 피드에 올라오는 글은 매번 한정되었다. 자주 접하는 작가님들 글만 피드에 노출되었다. 알고리즘 때문인가 싶었는데 하루는 날 잡고 등록한 작가 페이지를 한 분씩 방문해 보았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님도 많은 반면, 새 글이 올라오지 않은 작가님들도 꽤 많았다. 새 글이 올라오지 않는 작가님들 중에서 2020년에 글을 업로드하고 더 이상 새 글이 올라오지 않는 작가님들은 '구독해지'를 눌렀다. 좀 매몰찬가 싶었지만 '글로 소통하는 사이'인데 1년 이상 글을 쓰지 않았다는 건, 내게는, 브런치 활동을 하지 않는 거라 비쳤다. 그렇게 650이던 숫자가 495가 되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숫자를 더 줄여볼 참이다. 대신 지금 소통하는 작가님들과 꾸준히, 그리고 더 활발하게 소통하고 싶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다. 1,200여 명이 넘는 팔로우를 1,000명 이하로 줄였다. 친절한 인스타그램은 항상 '교류가 적은 계정 49개'를 알려준다. 지난 90일 동안 내가 올린 피드에 반응하지 않는 계정들이다. 물론 이 계정들 중에 내가 원해서, 내가 필요해서 팔로우를 한 계정도 있다. 하지만 선팔하고 맞팔을 요청한 분들도 많았으니 소통하지 않는 계정에 더는 미련 두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고백하면 한때 구독자와 팔로워를 늘리려 무작정 '관심작가'와 '팔로우'를 누른 적도 있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구독자'와 '팔로워'가 힘이요 권력이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결국 내가 만드는 '콘탠츠의 질(quality)'이 가장 중요했고, 몇 분 안더라도 그분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오거나 생기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나쁠 거 없었다. SNS 스타 되는 게 내 꿈은 아니니까.


SNS 디톡스는 사용 시간 줄이기를 의미하지만, 내게는 부풀려진 숫자들을 줄이는 것도 포함되었다. 물론 새해에는 습관적으로 SNS에 접속하는 것도 좀 줄여볼까 한다. '좋아요'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잃을 건 몇 개의 '좋아요'요, 얻을 건 '수준 높은 소통과 콘탠츠의 질'일 터였다.


만국의 노동자여, 아니 브런치와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터 조이홍이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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