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가족 독서모임!

<긴긴밤>과 함께 한 제1회 가족 독서모임

by 조이홍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첫 번째 가족 독서모임의 거사(巨事)를 주말 저녁 드디어 치렀다.

예비 초6, 예비 중3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이라 첫 번째 책은 어렵지 않고, 분량도 많지 않으며 아이들도 이야기할 거리가 많으리라 예상되는 루리 작가의 <긴긴밤>으로 골랐다.


나도 지난해부터 '책사공(책으로 사람과 공간을 잇다)'이라는 동네책방 모임에서 독서모임을 진행했고, 아내도 아이들 학교에서 알게 된 몇몇 엄마들과 함께 두 달 전부터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대략 난감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많이 읽어주었지만 독서모임은 처음이라 무척 긴장되었다. 원래 지난 주말에 첫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 아내가 "다들 바쁜데 다음 주에 할까?" 제안했을 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격하게 고개만 끄덕거릴 뿐.


기왕 시작하기로 한 독서모임을 계속 미룰 수만은 없어 강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독서모임 경험이 가장 많다는 이유로 첫 모임의 발제문과 사회는 아빠가 맡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이라 성인 독서모임에서는 하지 않는 '독서 충실도' 테스트를 하자고 제안했다. 책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로 총 열 다섯 문항을 출제하기로 했다. 테스트에서 1등 한 사람에게는 '소원권'을 걸었다. 소원권이라고 해도 거창한 건 아니고 외식(배달) 할 때 메뉴를 고르거나 집안일(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등) 면제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이 독서모임에 관심을 갖기에는 충분했다. 8시부터 시작하기로 했는데 7시 30분부터 언제 시작하냐고 재촉했다. 책 읽기도 공부처럼 하는 첫째 아이도, 어디서 속독을 배웠는지 책 한 권 읽는데 30분도 걸리지 않는 둘째 아이도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독서 충실도 테스트는 총 15개 문항을 10분 동안 풀었다. 문제를 풀 때도 평소 공부 습관이 나왔다. 첫째 아이는 5분 만에 풀고 두 번이나 검토를 했다. 둘째 아이는 5분 만에 풀고 딴짓(잡지 읽기)을 했다. 독서한 지 한참 된 아내는 10분을 꽉 채웠다. 결과는 1등 첫째 아이, 2등 아내, 3등 둘째 아이 순이었다. (승부욕이 강한 아내와 첫째 아이는 문제 푸는 동안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독서 충실도 테스트는 선정 도서를 얼마나 잘 읽었는지 확인하는 기준이 되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독서모임의 시작을 부드럽게 해주는 Ice-breaking 효과도 있었다. 처음 하는 독서모임이 낯설었던 아이일도 정답을 맞혀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말문이 트였고, 이후에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에도 큰 부담 없이 참여했다.


'생각을 나누는 시간'에는 미리 준비한 발제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총 4개 문항이었다.


1. 이 책의 제목이 '긴긴밤'인 이유를 함께 생각해 봅시다.

2. 나에게 가장 '긴긴밤'은 언제였나요?

3. 노든이 나(화자)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4. 책을 읽은 후 마음에 남는 문장을 낭독하고, 왜 그 문장을 선택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사회자로서 텍스트가 작가의 손을 떠난 이상 해석은 오롯이 독자의 몫임을 주지시키고 우리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고 각자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은 나와 어떻게 생각이 다른지 주의 깊게 듣는 것이 독서모임의 진짜 목적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각자고 읽고 느낀 대로 이야기를 나눴다. 의외의 말들이 쏟아져 나도 아내도 깜짝깜짝 놀랐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문장을 낭독하는 시간도 매우 좋았다. 요즘에는 아이들도 어른들도 대부분 묵독을 하니까 소리 내어 읽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낭독은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각자가 마음에 남는 문장을 낭독하고 그 이유를 말하는 시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다. 마지막으로 첫 독서모임에 대한 짧은 감상평을 한 마디씩 남기고 한 시간 가량의 첫 가족 독서모임은 끝이 났다.


다음 독서모임 책은 사회와 발제를 맡은 둘째 아이가 골랐다. 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싸움의 달인>을 선정했다. 15개 문항의 독서 충실도 테스트도 아이가 직접 만들기로 했다. 조금 어설펐지만 가족 독서모임은 꽤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같은 책을 읽고 아이들과 생각을 나누는 게 생각보다 재미도 있고 그간 몰랐던 아이들 속마음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이들도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놀라기도 했다. 원래는 겨울방학 기간에만 하기로 했는데 더 해보고 괜찮으면 평소에도 하자고 아내가 제안했다. 나는 좋다고 환호했지만,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 사라졌다. 아이고, 그렇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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