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무쓸모의 쓸모
2008년 아이폰 3G가 출시된 이래 10년 넘게 아이폰만 사용했다.
3G를 5년, 5G를 6년쯤 쓴 것 같다.
슬림한 디자인과 손에 딱 맞는 그립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한 입 베어 문 '사과 모양'은 젊음의 상징이자, 도회적이고 진취적인 현대인을 잘 드러내는 이미지였다.
1년에 한 번씩 스마트폰을 바꾸는 사람도 있었지만, 있는 기능의 반도 활용하지 못하는데 굳이 새 기기로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2019년 처음 갤럭시로 갈아탔다.
디자인 측면에서 아이폰이 점점 갤럭시처럼 변하고 있다고 느꼈다.
마침 사용하고 있던 아이폰 5G가 더는 스마트폰으로 기능하지 못해 바꿔야 했는데,
갤럭시처럼 보이는 아이폰을 그 비싼 가격에 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바꾼 갤럭시는 온통 낯설고 불편한 것 투성이었다.
아이폰에 익숙한 손가락이 갤럭시 운영체제를 따라가지 못했다.
갤럭시로 바꾸고 약 3개월은 후회의 나날들이었다.
쭉 아이폰으로 갔어야지, 왜 노선을 갈아타서는... 엄청 후회했다.
이번에도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굳은 머리와 서툰 손가락이 새로운 메커니즘에 맞춰 변했다.
진화는 한 개체, 한 세대 안에서 몇 번이고 일어나는 일인가 보다 싶었다.
역시 인간은 대단하다.
가끔 아이폰이 그립기도 했지만, 이제 갤럭시에 정(情)이 들어버렸다.
원형을 급하게 따라 만든 카피캣이 그 원형을 보기 좋게 뛰어넘은 몇 안 되는 사례였다.
첫째 아이가 스마트폰 AI도 랩을 한다며 한 번 보겠냐고 해서 그러마 했다.
그런데 갤럭시와 아이폰 AI 중 하나는 랩을 잘하고, 다른 하나는 별로라고 했다.
누가 더 랩을 잘할 것 같냐고 묻길래 당연히 아이폰이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갤럭시 빅스비(Bixby)와 아이폰 시리(Siri)에게 차례차례 랩을 해달라고 말했다.
빅스비는 훌륭한 래퍼였다. 비트박스도 훌륭하고 라임을 가지고 놀았다.
시리는 초보 래퍼였다. 아직 연습 중이라 비트박스도 랩도 어색했다.
'랩의 고향'에서 태어난 AI 시리가 랩 실력은 정말 별로였다.
두 AI의 랩을 듣고 모처럼 기분 좋게 웃었다.
K-POP이 세계를 강타하는 요즘, 역시 AI 랩도 우리나라가 최고인가 혼자 흐뭇했다.
이걸 또 이렇게 연결하다니..., 나도 이 글의 결말이 이렇게 마무리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쓰고 보니 이렇게 쓰였다. 글이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처음 몇 줄을 쓰기 시작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쓰일 때가 있다. 글쓰기란 참으로 매력적이다. 써 보면 안다. 글쓰기가 얼마나 삶에 위안을 주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