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작가가 되는 방법

1월 25일, 조정래 작가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읽다가

by 조이홍

도서관에서 조정래 작가님 등단 50주년 기념 독자와의 대화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우연히 발견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펄프 소설을 좀 빌려 볼까 들렀던 차에 움베르트 에코의 <젊은 소설가의 고백>과 함께 이 책을 빌렸더랬다. 에코의 <젊은 소설가의 고백>은 갈수록 책이 어려워져 끝내 완독은 포기했다. 언어학자이자 기호학자인 에코의 지성을 좇기에 내 굳은 머리는 페이지를 넘기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오랜만에 완독을 포기한 책이었다. 천재는 어떤 명제를 가장 쉽게 말하는 사람이나 가장 어렵게 말하는 사람이라는데 아무래도 에코는 후자 쪽에 속했다. 지금도 '안나 카레니나가 실존하지 않는 허구적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우리는 그녀의 시련에 눈물을 흘리고 그녀의 불행에 마음 아파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수십 페이지를 할애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럴 때는 빠른 포기가 정답이다. 그래야 정신 건강에 해롭지 않다.

시간이 없지 읽을 책이 없으랴!


조정래 작가님이 등단 50주년을 맞아 독자의 질문에 답한 내용을 정리해 옮긴 <홀로 쓰고, 함께 살다>는 첫 장부터 주옥같은 말들이 넘쳐났다. 조정래 작가님처럼 작가가 되고 싶다는 문학도에게 전한 말이 내 가슴에도 깊게 새겨졌다. 브런치 작가님들도 글쓰기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 줄 안다. 나 역시 글쓰기가 잘 되든, 되지 않든 글쓰기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조정래 작가님 입(글)을 통해 들으니,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뭔가 머릿속이 한결 맑아진 듯했다. 작가님이 말한 좋은 작가,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학, 길 없는 길
읽고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쓰고 쓰고 또 쓰면
열리는 길


중국의 시인 구양수가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라고 한 것을 작가님의 오랜 경험으로 변주한 것이 바로 위와 같은 방법이다. 본디 인생도 마찬가지지만 문학 역시 '길 없는 길'이란다. 그래서 작가님도 '읽고 생각하고 쓰기'를 지난 50년 동안 끊임없이, 줄기차게, 치열하게, 끈덕지게 실천했다고 한다. 그래야 닿을 수 있는 길, 그래야 열리는 길이 문학의 길인 것이다. 거장도 이런 피나는 노력으로 글을 쓰는데 하물며 이제 2년 남짓 쓴 풋내기가 글쓰기에 얼마나 대단한 노력을 했을까! 이것이 좋은 작가가 되는 유일한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방법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니 읽고 읽고 또 읽은 후에,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 쓰고 쓰고 또 쓰는 수밖에.


조정래 작가님은 '길게 쓸 수 있는 힘'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무슨 일에 대해서나 무작정 길게 쓸 수 있는 힘은 소설을 쓸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춘 것이라고. 마침 단편소설을 하나 쓰고 있는데 너무 길게(늘어지게) 쓰는 건 아닌지 고민하던 차였다. 마치 운명처럼 작가님의 이런 말을 들으니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단편이라 적당히 길어야겠지만 말이다.


에코에게 석죽은 문장과 지혜가 조정래 작가님을 만나 번뜩 떠졌다. 그래서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하는가 보다. 조정래 작가님의 응원(?)에 힘입어 오늘도 읽고 생각하고 쓴다. 내일도 읽고 생각하고 쓰련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빅스비와 시리의 랩 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