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공부는 왜 하냐고 물었다

2월 4일, 공부란 도대체 무엇일까?

by 조이홍

오늘 둘째 아이가 공부는 왜 하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살면서 한 번쯤 해봄직한 질문인데 그동안 한 번도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은 문제였다. 공부는 왜 할까? 그전에 도대체 공부란 무엇일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에게 무언가를 말해주려고 하자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지나쳐야 하는 과정이야." 뭐 대충 이런 말로 얼버무렸지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건 숨길 수 없었다.


국어사전에서 공부(工夫)'학문이나 기술 등을 배우고 익힘'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원래는 공부(功扶)라고 쓰였는데 이는 '무엇을 도와 성취하다'라는 의미를 지녔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무언가를 성취하는 걸 지향하기 마련인데 이를 위해서는 학문이나 기술 등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한편 중국어에서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능수능란하게 될 때, 탁월한 전문가 또는 달인의 경지에 도달하는 과정을 공부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중국 무술 ‘쿵후(工夫)도 이러한 의미를 반영한다. 몸과 마음을 단련해 달인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이 곧 공부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단어의 본래 뜻과 가장 이질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중에 으뜸이 '공부'가 아닐까 싶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공부를 이야기할 때 과연 어느 누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는 의미로 사용할까?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과정이라고 인식할까? 우리에게 공부란 시험을 잘 치르는 것, 특히 수능 시험을 잘 치르는 것과 궁극적으로 좋은 대학에 가는 데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아니던가! 사실 공부를 잘한다는 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공부를 잘한다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머리로는 공정과 정의, 자유와 평등을 배우고 이해하지만 가슴은 시멘트 덩어리처럼 딱딱한 공부(시험)만 잘하는 인재들을 길러내는 건 적잖이 문제가 될 듯싶다. 그렇다면 공부의 진정한 의미란 무엇일까? 우연히 한 책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이 시대의 어른으로 존경해 마지않는 신영복 선생님은 자신의 저서 <담론>에서 공부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일생 동안 하는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오래된 인식 틀을 바꾸는 탈문맥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완고한 인식 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라는 뜻입니다.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먼 여행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삶의 현장을 뜻합니다.
애정과 공감을 우리의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세계 인식과 인간에 대한 성찰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이 공부이고 공부가 삶이라고 하는 까닭은
그것이 실천이고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세계를 변화시키고 자기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공부란 완고한 인식 틀을 깨고 새로운 앎과 직면하는 것이다. 흔히 과학에는 영원한 진리란 없다고 한다. 지금 정설로 받아들여지더라도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연구 성과들이 나오면 기꺼이 기존 학설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동설과 지동설이 좋은 예시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앎에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를 변화시키고 자기를 변화시켜야 한다. 공부란 머리로 배운 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느낀 것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숭고한 여정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프로 게이머가 꿈인 아이는 어쩌면 이 여정을 가장 충실히 수행 중인지도 모르겠다. 틈만 나면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시청한다. 아무리 뜯어말려도 소용없다. 다만 이 꿈이 앞으로도 여전히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어제의 꿈이 내일이 되면 바뀌는 나이 아니었던가! 그러므로 조금 더 기다려줄까 한다. 신영복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공부란 무엇이며 왜 해야 하는가를 아이에게 일러주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당분간은 하던 대로 하는 수밖에. 어제 독해 문제랑 연산 문제 밀렸던데 오늘까지 다 끝내 놔!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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