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한데

1월 31일, 노안아 내가 아무리 안 보여도 스크린 숏은 안 한다!

by 조이홍

평생을 좌, 우 시력 1.5로 살아온 나에게 두어해 전쯤 문득 불청객이 찾아왔다.

평생 오지 않으리라 믿었던 노안(老眼)이었다.

육체의 노쇠는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 어느 정도 만회되었다.

허나 나빠지는 시력은 나라님도 구제할 방법이 없었다.

즐겨 먹는 과자의 상품 정보를 보지 못한 지 한참 되었다.

뭐, 사실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30년 인연이 다 되어가는 막역한 대학 선배 K형.

K형이 40대가 되었을 때 '형 이제 정말 늙었네요.'라며 놀렸고,

K형에게 노안이 찾아왔을 때 '형 이제 눈도 안 보여요?'라며 놀렸더랬다.

그 벌을 받는지 나에게도 40대가, 노안이 찾아왔다.

누구나 겪는 통과 의례인 것을 마치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처럼 행동했다.

그때의 나는 얼마나 우매했던가!


얼마 전 K형과 남한산성으로 산행을 갔다.

K형이 쓴 등산(방한) 모자가 유독 K형을 나이 들어 보이게 했다.

그 모습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짠해 눈물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K형에게서 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흔 살 넘어서면서 나이를 헤아리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내 나이가 헷갈린다.

누군가 나이를 물어보면 대답 대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잖아."

이 말을 습관처럼 사용하는 나를 발견했다.


오늘 아내가 보낸 카톡이 보이지 않았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글(브런치)을 읽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일은 문제없었더랬다.

책 읽기도 무난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보다 싶었다.

카톡을 스크린 숏으로 찍어서 확대해서 볼까 약 2초간 망설였다.

그만두기로 했다.

해변가에 쌓아 올린 모래성처럼 파도에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것 같았다.

일단 한번 시작하면 습관이 될까 봐 두려웠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별 일 아니었다.

나이 듦도 별 일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자꾸 신경 쓰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데….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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