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제주에 머무르는 동안 아내는 새벽 수영을 다녔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6시부터 7시까지 1시간 동안 수영을 하고 왔다. 올레 7코스를 걸은 다음 날에도 몸을 풀어야 한다면 수영장에 갔다. 한라산을 다녀온 다음 날도 갔다.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빠지지 않고 가려고 했다. 아내에게 수영은 운동 그 이상의 것이었다. 서귀포에 있는 수영장에 다닌 지 일주일도 안되어 그 반의 에이스가 되었다. 존경스럽다. 준과 나는 그 시간에 위미항으로 산책을 하기로 했는데 겨우 한번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너무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비가 많이 오던 날 아침, 수영을 다녀온 아내가 유난히 기운이 없어 보였다. 준, 큐 형제는 아직 자고 있어 모처럼 둘만 모닝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마침 서귀포향토5일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서귀포향토5일장은 매월 끝자리 4일, 9일에 열린다. 비가 많이 와 열릴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곳도 시설이 현대화되어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아 시장 안은 한산 했다. 우리는 우선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녹차호떡을 하나씩 먹었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시장을 구경하면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많은 음식과 군것질거리를 마구 사들일 위험에서 우선 벗어나야 했다.
녹차호떡을 하나씩 손에 쥐고 시장 구경에 나섰다. 기운 없어하는 아내가 궁금해하던 애플망고를 사러 과일가게가 몰려 있는 곳으로 갔다. 역시 제주의 시장답게 온갖 종류의 귤이 예쁘게 포장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번 느끼지만 귤의 종류가 예전보다 많이 다양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과일의 종류가 다 비슷하다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마침 어느 가게의 주인아저씨와 눈이 마주쳐 그곳에서 애플망고를 샀다. 노란색 망고로 익숙한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붉은색 애플망고는 제주에서도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었다. 돈을 내면서 손이 떨렸지만 침착하게 행동했다. 아내에게 들키지 않은 것 같았다. 귤도 한 봉지 샀다. 제주에 살고 있는데 귤은 떨어지지 않고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시기에만 잠깐 먹을 수 있는 파란 사과도 조금 샀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딱딱한 복숭아는 사지 못했다. 나를 제외하고는 다들 물컹한 복숭아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과일을 사고 다음으로 (또)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분식, 떡볶이를 사러 갔다. 제주에 와서는 좀처럼 먹을 기회가 없어 아내가 떡볶이를 많이 그리워했다. 떡볶이를 포장하는데 그 옆에 김말이와 오징어 튀김이 눈에 들어왔다. 크기가 그동안 먹던 것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그런데 그 옆에 내가 좋아하는 찹쌀 도너츠와 꽈배기도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용기를 내어 이것도 사면 어떨지 아내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다행히 승낙해 주었다. 반찬으로 먹을 오징어젓갈과 아귀포채도 샀다. 특히 아귀포채는 처음 맛보는 것이었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밥반찬에도 좋지만 맥주 안주로도 그만이라는 반찬가게 사장님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서 산 것이 절대 아니었다.
이제 제법 우리 두 사람의 손이 무거웠다. 아내가 이제 더 이상 먹을거리는 사지 말자고 한 그 순간 우리 눈에 빙떡이 들어왔다. 제주 7대 향토음식이기도 한 빙떡은 그동안 먹을 기회가 없어 너무 궁금했는데 마침 우리 앞에 있는 것이다. 이것은 먹을거리가 아닌 제주의 향토음식을 공부하기 위한 교재로 필요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맛이 너무 궁금해 그 자리에서 우선 하나씩 먹어 보았다. 삶은 무채를 메밀전에 말아먹는 것으로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 주시던 강원도 메밀전병과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맛은 전혀 달랐다. 거의 아무 양념도 되어 있지 않은 시원한 무채가 담백한 메밀전과 만나 슴슴함의 절정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었다. 아내와 나는 말없이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5천 원어치만 더 포장해 달라고 말했다. 결국 도착하자마자 먹은 녹차호떡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두 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서로 소리 없이 웃었다. 아내가 다시 기운 차리고 기분도 나아진 것 같아 다행이었다. 이런 게 소확행이 아닐는지.
<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제주 향토5일장 이야기>
* 제주민속5일장 : 매달 끝자리 2, 7일 개장
* 함덕5일시장 : 매달 끝자리 1, 6일 개장
* 대정5일시장 : 매달 끝자리 1, 6일 개장
* 표선5일시장 : 매달 끝자리 2, 7일 개장
* 성산5일시장 : 매달 끝자리 1, 6일 개장
* 중문향토5일시장 : 매달 끝자리 3, 8일 개장
* 고성5일시장 : 매달 끝자리 4, 9일 개장
* 한림5일시장 : 매달 끝자리 4, 9일 개장
* 세화민속5일시장 : 매달 끝자리 5, 10일 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