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펠롱에일을 만난 동문재래시장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by 조이홍

제주 집이 남원읍 위미리에 있어 좀처럼 제주시로는 올라올 일이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한 번은 반드시 와야 했다. 동문재래시장을 들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아내가 그 맛을 인정한 오메기 떡집이 있었다. 다른 시장에서 오메기떡을 한번 사 먹어 본 아내는 더욱 그 집을 그리워했다. 사실 내 입맛으로는 그 집 떡이나 이 집 떡이나 차이점을 모르겠는데 아내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서 동문시장으로 가야지!


동문재래시장은 제주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다. 제주시 구도심 중앙로에 위치해 있어 관광객뿐만 아니라 도민들도 많이 이용해 언제나 활기찬 곳이다. 주차시설도 잘 되어 있지만 워낙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는 아예 근처 유료주차장을 이용할 생각으로 시장 입구 건너편 주차타워에 차를 댔다. 그런데 관리하시는 아저씨가 동문시장을 이용하면 1시간은 무료라고 했다. 물론 주차비는 무지 저렴했지만 (1시간에 1,500원) 관광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에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먼저 아내가 좋아하는 아남 떡집에 들러 오메기떡부터 샀다. 제주에 머무르는 동안 먹을 만큼만 욕심부리지 않고 샀다. (물론 제주를 떠나는 날 또 들러 엄청 많이 샀다.)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가 하나씩 꺼내 먹으면 간식용이나 아침 대용으로도 좋았다. 포장을 하는 동안 주인아주머니가 맛을 좀 보라며 오메기떡을 하나씩 주셨다. 확실히 맛이 있었다. (그래도 차이까지는 모르겠다.)


동문시장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시장이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귤이었다. 뭍사람은 종류도 잘 모르는 여러 가지 귤이 자기가 가장 맛있다고 뽐내기라도 하듯이 진열되어 있었다. 아내는 작고 새콤한 귤을 좋아해서 우리는 1kg에 5,000원 정도 하는 감귤을 샀지만 한라봉(청견과 폰캉 교배)부터 천혜향(오렌지와 감귤 교배), 레드향(한라봉과 감귤 교배), 황금향(한라봉과 천혜향 교배)까지 맛도 모양도 다양한 귤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같은 종류의 귤이라도 땅에서 그냥 키운 것, 바닥에 비닐을 덮어씌워 키운 것, 하우스에서 키운 것 등 다양했다. 가끔 제주에 지인이 있는 분들이 일명 파치라는 비상품용 귤을 선물 받아서 나눠주곤 했는데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감귤 품위 유지 및 농가의 생계를 위해 제주도 반출이 금지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쉽게 먹을 수 있는 귤이지만 제주에서는 그 이미지를 위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귤을 열심히 구경하다 보니 한편에 돗멘이라는 검은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 흑돼지 라면이었다. 정말 제주에는 별게 다 있구나! 우리는 처음 보는 돗멘이 너무 신기해 한 봉지를 샀다. 흑돼지 라면은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했다. 아~ 현기증 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펠롱에일 맥주를 찾아 나섰다. 아내가 얼마 전부터 너무 궁금해했는데 대형 마트에서도 동네 마트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곶자왈을 모티브로 한 맥주라는데 그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 대형마트 직원한테 물어보니 오히려 시장에 가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이곳에서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몇 군데 가게에 들렀지만 잘 모르거나 없다고 했다. 아마도 아직 많이 확산되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아내의 끈질긴 탐문 덕분에 드디어 펠롱에일을 찾았다. 우리는 일단 6 캔들이 한 박스만 사서 맛을 보기로 했다. 제주에서도 1일 1 맥주를 실천하고 있어 사나흘이면 없어지겠지만 그래도 검증의 시간이 필요했다. 페일에일 타입 크래프트 맥주인 펠롱에일은 다양한 식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제주 곶자왈처럼 여러 가지 개성 있는 홉을 블렌딩해 만든 맥주라고 했다. 외국어인 줄 알았던 펠롱은 ‘반짝’이라는 의미의 제주 방언이었다. 우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바로 24캔 1박스를 사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펠롱에일은 올해 우리가 먹은 맥주 중에 단언컨대 최고의 맥주였기 때문이다. 한 캔에 4천 원이니까 가격은 결코 만만치 않았지만 어떤 수입맥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맛을 자랑했다. (PPL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입맛 기준입니다.) 동문시장은 최고의 오메기떡과 함께 최고의 맥주도 우리에게 선물하였다. 이렇게 이곳을 찾아와야 하는 이유가 하나둘씩 늘어갔다.


동문시장은 야시장으로도 유명해 밤에도 활기가 넘쳐난다. 아내와 단 둘이서만 데이트를 하는 코스로도 참 좋을 텐데 아쉬웠다. 오늘은 아내가 그림 책방에서 운영하는 그림 수업에 참여해야 해서 내가 준, 큐 형제와 놀아주기로 한 날이다. 제주 특산물로 만든 무진장 맛있어 보이는 안줏거리와 오늘은 여기서 안녕이다.


<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오메기떡 이야기>


오메기떡은 제주도에서 많이 생산되는 차조를 이용해 만든 떡이다. 일명 흐린좁쌀이라고 하는 검은색 차조로 만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 먹는 오메기떡과 전통 오메기떡은 많이 다르다.


차조에 소금을 넣고 가루로 빻은 후 끓는 물로 반죽을 한다. 그리고 직경 5cm 정도의 도넛 모양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리게 빚는다. 골고루 잘 익게 하기 위해서다. 그걸 삶으면 오메기떡이 된다. 삶은 떡은 그냥 먹기도 하고 콩가루나 팥고물을 묻혀 먹는다. 냉수로 씻어낸 후 꿀을 묻혀 먹기도 한다. 이 떡에 누룩가루를 버무려 보관하면 오메기술이 된다. 이렇게 오메기떡은 사실 오메기술을 만들다 남은 차조로 떡을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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