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제주 한달살이를 계획하고 나서 우리 가족이 함께 보는 TV 프로그램이 생겼다. 낚시를 하는 OO어부라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평소 낚시에는 1도 관심이 없던 아내도 이 프로는 좋아했다. 만화 이외에는 어떤 TV 프로그램도 관심 없던 큐도 역시 좋아했다.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제주에서 적어도 생선은 사 먹지 말고 낚시로 잡아서 먹자는 당찬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이것은 뭍사람들의 판타지다. 제주도 사람이 다 생선을 직접 잡아먹겠는가. (제주에 사는 직장 동료들도 모두 마트에서 사 먹는다.) 하지만 우리는 낚싯대만 있으면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큐는 숨겨두었던 용돈을 내게 건네며 자기는 물고기가 잘 잡히는 낚싯대로 사달라고 특별 주문을 하기도 했다. 자기 돈을 기꺼이 내놓은 것은 구두쇠 큐에게는 엄청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나도 낚시를 잘 모르고, 특히 바다낚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바다낚시의 맛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기 위해 OO어부를 보게 된 것이다.
제주에 도착한 다음 날 가장 먼저 바다낚시를 알아보았다. 제주 집이 위미항 바로 앞에 있어 우선 위미항에 가서 정보를 구하기로 했다. 위미항은 풍부한 수산자원을 보유한 국가어항 중 하나이다. 제주도에서 벚꽃이 가장 먼저 피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바다 멀리로는 편편하게 다듬어 놓은 것 같은 섬 지귀도가 보인다. 지귀도는 참돔으로 유명해 조업하는 어선도 많고 특히 참돔 대물을 노리는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참돔을 잡을 일은 없겠지만 그런 위미항에서 첫 바다낚시를 도전하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위미항에서는 배낚시를 포함한 각종 바다낚시에 대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먼바다에서 태풍이 접근하고 있다는 기상예보가 있어 그날의 배낚시는 이미 예약이 끝났고, 다음 날 예약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한두 명은 어떻게 추가할 수 있지만 4인 가족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친절한 선장님은 곧 어딘가로 전화를 해 자리가 남아 있는지 물어봐 주었다. 다행히 그 배에는 한 자리 (4인 가족)가 남아 있었다. 우리는 바로 예약을 하고 남는 시간에 위미항 근처를 둘러보았다. 아름답고 한적한 곳이었다. 이 시간에 일을 안 하고 있는 것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이 너무 좋았다. 날씨는 또 얼마나 좋은지 위미항에서도 멀리 한라산이 또렷하게 보였다. 이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우리는 예약 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해 대기를 했다. 우리 가족이 1등이었다. 낚싯대를 잡고 포즈도 취해 보았다. 마음만으로는 이미 프로 낚시인이 되어 있었다. 배낚시는 1인 당 1만 5천 원이고 이동 거리 포함해서 2시간 동안 위미항 앞바다에서 낚시를 체험하는 것이다. 이미 다양한 어종의 낚시를 TV로 배운 우리 가족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노모를 오시고 온 중년 부부팀, 2명의 엄마가 5명의 아이들과 함께 온 연합 가족팀과 함께 20여 분간 배를 타고 위미항 앞바다로 이동했다. 하늘은 맑은데 너울이 제법 있었다. 선장님의 친절한 낚시 방법 설명 후 (우리 집) 1차 낚시 전쟁이 시작되었다.
사실 바다낚시는 걱정과 달리 아주 간단했다. 낚시 바늘에 미끼로 사용하는 새우를 끼운 후 바다에 던진다. 봉돌 (낚싯바늘이 물속에 가라앉도록 낚싯줄 끝에 매어 다는 작은 쇳덩이)이 바닥에 닿으면 릴을 3~4회 정도 감아 주면 된다. 나는 시작하자마자 어랭이(용치놀래기) 한 마리를 잡았다. 역시 위미항은 풍부한 수산자원의 보고였다. 아내와 준, 큐 형제는 쉴 새 없이 물고기에게 먹이만 주고 있는 꼴이었다. 하하하! OO어부를 가장 열심히 본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낚시 시작 30분 후 예고 없이 멀미가 찾아왔다. 나뿐만 아니라 아내, 중년 부부팀, 연합 가족팀의 엄마 한 명 등 어른들 대부분에게 멀미가 왔다. 나는 작은 선실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하늘이 핑핑 돌았다. 아내는 무려 세 번이나 토하면서도 아이들 옆을 지켰다. 역시 엄마는 아빠보다 강했다. 물론 낚시는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모두 멀쩡했다. 우리 집에서도 준과 큐는 멀쩡했다. 1시간 동안 정말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낚시를 한 큐가 마침내 2짜 (22cm 정도) 쏨뱅이를 잡았다. 다른 아이들도 물고기를 제법 잡았지만 큐가 잡은 고기가 오늘 배에서 가장 컸다. 큐는 ‘우리 집 낚시왕’과 ‘오늘의 월척’ 두 가지 명예를 모두 가지게 되었다. 준은 아쉽게도 손맛을 보지 못했다. 나는 큐의 자부심이 한동안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2 짜를 잡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할 아내가 다른 사람 앞에서 토하는 모습을, 그것도 세 번이나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분간 낚싯대를 잡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리고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국가어항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이용범위가 전국적인 어항 또는 도서·벽지에 소재하여 어장의 개발 및 어선의 대피에 필요한 어항이다. 제주도에는 위미항과 함께 김녕항, 도두항, 모슬포항, 신양항, 하효항이 국가어항이다.
<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지귀도 이야기>
지귀도는 땅이 평평하여 바다로 들어가는 모양이라서 지꾸섬이라고도 불린다. 위미리 해안으로부터 남쪽 약 4㎞ 지점에 있다. 섬 중앙부는 평평한 용암대지상을 하고 있고, 주위는 5~10m 높이의 현무암질 암반 해안을 이루고 있다. 서귀포 일대의 다른 섬과는 달리 완만한 침강 해안으로 이루어져 수심이 얕고, 섬 주변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다. 해조류가 밀생하고 패류와 갑각류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이 풍부해 갯바위 낚시터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