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홍 Oct 30. 2019

국민이 뽑은 제주 7대 특산물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2013년 제주 7대 특산물이 전 국민의 참여로 선정되었다. 관광산업과 연계해 제주 특산물을 적극 홍보하여 농, 어업에 종사하는 제주도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청정제주지역에서 나온 특산물을 통해 국민의 건강 향상에도 기여한다는 취지라고 한다. 그런데 하필 왜 7가지를 선정했을까? 제주는 참 7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도 전문가 집단과 제주도민, 그리고 제주를 찾는 관광객과 서울시민 등 1만 명이 참여해 선정된 결과라고 하니 믿어볼 만하다. 선정된 제주 7대 특산물은 감귤, 고사리, 갈치, 옥돔, 자리돔, 돼지고기, 말고기이다. 제주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수긍이 가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 선정 취지에는 공감한다. 

   

  감귤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고 피부와 점막을 튼튼히 하여 감기 예방 효과에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겨울이면 엄마가 항상 귤을 많이 먹으라고 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비타민 C는 피부미용과 피로회복에 좋으며 칼슘의 흡수를 도와준다. 비타민 P는 동맥경화, 고혈압 예방에도 좋다. 조선시대에는 가장 중요한 진상품으로서 왕과 중앙관리들만 맛을 볼 수 있었다. 제주 농민들은 갖은 노역과 부담을 겪어 ‘눈물 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오죽하면 자기가 기르던 감귤나무를 말려 죽이기까지 했을까?

 

  제주 중산간 지역의 습한 곳에서 자라는 제주 고사리는 크고 굵지만 연하고 부드러워 전국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는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나온 육개장 에피소드에도 제주 고사리가 등장한다. 고사리는 예로부터 ‘궐채’라 불리며 임금님께 진상을 올린 뛰어난 자연식품이다. ‘산에서 나는 소고기’로 불리며 오래전부터 약용과 식용으로 널리 쓰였다고 한다. 단백질, 칼슘, 철분, 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머리와 혈액을 맑게 해 주고 음기를 보충하며 열독을 풀고 이뇨작용을 원활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제주 고사리가 들어간 뜨끈한 육개장 한 그릇이면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국민생선 중 하나인 갈치는 청정해역인 제주도 연안에서 잡히는 제주산이 굵고 크며 살이 오동통해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맛이 좋아 갈치구이, 갈치찌개, 갈치조림으로 많이 먹는다. 특히 갈칫국과 갈치회는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다. 제주에 출장 와서 갈치회를 몇 번 먹어봤지만 그 맛을 잘 모르겠다. 일부러 찾아 먹는 맛은 아니었다. 아직은 갈치구이나 조림이 더 입맛에 맞는 것 같았다. 9월 말에서 이듬해 2월 말 낚시로 잡은 갈치가 최상품이다. 우리가 흔히 제주 은갈치라고 부르는 은백색의 구아닌은 인조 진주의 광택 원료나 립스틱 성분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옥돔은 제주도 연·근해를 중심으로 수심 80~120m 내외의 깊은 바닷속에서 서식하며, 왕실 진상품이었을 정도로 고급 어종이다. 맛이 은근하고 담백한 데다 비린내가 없어 한번 맛본 사람은 누구나 다시 찾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 옥돔이 무슨 맛인지 모르는 사람 중 하나이다. 지금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돌아갈 때마다 고급 선물로 빠뜨리지 않고 사가는 것이 바로 옥돔이다. 지방질이 없고 단 백질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제주도민들도 즐겨 먹는다. 지금도 정성이 중요한 제사나 차례 때 빠지지 않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리돔은 맛이 담백하고 기름기가 적어 소화가 잘된다. 그리고 칼슘이 풍부하고 고단백 식품이라 회복기 환자에게 좋다. 제주도 연안에서 주로 5월부터 8월까지 잡히는데 제주도민들은 자리라고 많이 부른다. 비늘을 벗겨내고 머리와 지느러미, 내장을 제거한 후 뼈째로 잘게 썰어서 양념해 물을 붓고 먹는 자리물회, 싱싱한 자리를 날로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자리회가 유명하다. 구이나 젓갈 등으로도 많이 먹지만 우리는 한 향토음식점에서 반찬으로 나온 자리 볶음을 정말 좋아한다. 멸치볶음과는 차원이 다르다. 몇 번씩 더 달라고 하니 눈치가 보여 돌아가면서 한 번씩 부탁하기도 했다. (그래 봤자 한 테이블이라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이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제주 토종 흑돼지는 오랜 세월 동안 제주의 기후와 풍토 조건에 잘 적응한 대표적인 재래 가축이다. 몸 전체가 빛이 나는 검은색의 털로 덮여 있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고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좋다. 잔칫날이나 큰일이 있을 때는 돼지고기로 시작해서 돼지고기로 끝났을 정도로 중요한 날 밥상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다. 제주의 풍속 중 독특하고 재미있는 ‘고기 도감’이라는 것이 있다. 혼, 상례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할 돼지고기 세 점, 순대 한 점, 마른 두부 한 점의 고깃반을 나누는 사람이다. 작지만 평등하게 돼지고기를 나누던 풍속은 어려웠던 시절 공동체가 함께 사는 지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적어도 우리 가족에게 제주 먹거리에서 흑돼지는 단연 최고의 음식이 아닐까 한다. 


  제주에서 언제부터 말을 키우기 시작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탐라가 고려에 말을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고려시대에 제주도에서 말이 사육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본격적인 말 사육은 고려 충렬왕 때 몽골이 제주에 목마장을 설치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제주에서 말고기를 음식으로 즐겨 먹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1990년대 후반 관광산업의 활성화와 함께 말고기도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는 것이 보통이다. 말고기는 단백질과 필수지방산, 철분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여성들에게는 미용, 남성들에게는 스테미너 음식으로 인기 있다. 또한 어르신들께는 관절염, 골다공증, 중풍치료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한때 강원도 동해안에서 가장 많이 잡던 명태를 이제는 한 마리도 잡을 수 없다는 뉴스를 보았다. 치어를 인공 부화해 바다에 풀어주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만선이 된 명태잡이 배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자연이 오염되고 그에 따른 지구의 환경도 점점 바뀌어 가고 있다. 그 영향이 우리의 식탁에도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먹을거리는 곧 우리의 생명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임을 생각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미술작품의 색다른 체험 빛의 벙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