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홍 Oct 30. 2019

꼭 맛봐야 할 7대 향토음식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2013년 제주도는 도민과 관광객의 선호도 조사, 인터넷 투표, 학계 등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꼭 맛봐야 할 7대 향토음식을 선정했다. (또 7?) 대표 향토음식의 브랜드화와 함께 역사,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음식에 이야기를 접목하는 스토리텔링도 개발하였다. 자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7대 향토음식에는 자리돔 물회, 갈칫국, 성게국, 한치물회, 옥돔구이, 빙떡, 고기국수가 선정되었다. 벌써 6년 전이니 내년쯤에는 다시 한번 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야 자리, 갈치, 한치, 옥돔도 좀 살지 않을까? 맛있다고 계속 먹으면 언젠가는 먹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자리돔 물회는 근해에서 잡히는 작은 자리돔을 바로 썰어서 식초와 된장을 넣고 채 썬 오이와 향신료 제피를 넣은 뒤 찬물을 부어서 만든다. 제주에서 잡히는 모든 자리돔이 같은 것은 아니어서 모슬포 쪽의 자리는 크고 뼈가 억센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주로 젓갈이나 조림용으로 사용한다. 서귀포에서 잡히는 자리가 부드러워 물회에 많이 사용한다. 자리 축제가 서귀포시 보목동에서 열리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솔직히 딱 한번 자리돔 물회를 시도해 봤지만 아내도 나도 딱히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다. 된장을 기본으로 한 시큼한 맛이 우리와는 잘 맞지 않았다. 그 이후로는 용기가 나지 않아 시도해 보지 못하고 있으니 자리돔 물회를 7대 향토음식으로 선정한 분들께는 죄송할 따름이다.


  갈칫국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주인들이 집에서 자주 먹는 음식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 향토음식으로 각광받고 있어 오히려 제주사람이 신기해할 정도라고 한다. 아마도 제주 근해에서 잡히는 갈치가 싱싱하고 맛도 좋으니 전통음식이라기보다는 관광객을 위해 근래에 들어 많이 먹게 된 것 같다. 갈칫국은 가을에 잡은 싱싱한 갈치를 토막 내고 여기에 호박, 얼갈이배추, 풋고추를 넣어 소금 간을 해 만든다. 우리 가족은 일부러 갈칫국을 찾아 먹기보다는 향토음식점에 가서 정식류를 주문할 때 함께 나오는 갈칫국을 맛보는 정도이다. 아직까지는 조림이나 구이로 먹는 것이 익숙해 갈칫국은 조금 낯설다. 하지만 맛은 담백하고 좋았다. 딱 거기까지만이다. 


  제주에는 예로부터 성게가 많이 났다고 한다. 갓 채취한 날미역에 성게를 싸서 먹으면 싱싱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일상의 별식이자 간식처럼 먹었다고 한다. 싱싱한 미역과 함께 끓인 성게국은 잔치나 상례 등 경조사에 손님을 접대하는 국으로 많이 먹었다. 바다 향을 머금고 있다가 뿜어낸 듯한 진한 향과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은 성게 미역국을 좋아하지 않지만 아내와 나는 제주에 가면 꼭 먹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성게알로 만든 초밥을 먹지는 못하지만 미역국은 정말 좋아한다. 


  한치물회는 여름철 어느 식당에서나 가장 큰 인기를 누리며 자리돔 물회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룬다. 한치는 오징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리가 더 짧다. 쫀득하고 담백한 맛 덕분에 인기가 높은데 보통 6월 말부터 9월까지가 제철이다. 한치 내장과 껍질을 벗겨낸 후 가늘게 채 썰어 야채와 양념장을 곁들여 찬물에 부어 먹는다. 부드러우면서 쫀쫀한 한치 속살과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한치물회는 무더위로 잃은 입맛을 한순간에 되찾아준다. 우리도 자리돔 물회는 못먹어도 한치물회는 먹는다. 요즘은 육지사람을 위해 된장을 쓰지 않고 고추장으로 양념을 하는 음식점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마도 우리가 먹은 것도 고추장을 기본양념으로 한 물회였던 것 같다. 콩국수와 함께 정말 여름철 별미로 최고의 음식이 아닐까 싶다. 


  제주에서 생선이라고 하면 옥돔을 말한다. 제사, 명절에 국은 생선국을 끓이는데 옥돔에 미역이나 무를 넣고 끓인 국이다. 또 옥돔구이도 꼭 올린다. 옥돔의 배를 가르고 펴서 소금을 뿌려 꾸덕꾸덕하게 말린 뒤 구운 것이다. 옥돔은 원래 귀한 생선이지만, 제주에서 옥돔은 그야말로 생선 중의 생선인 것이다. 하지만 육지 사람에게 (우리 가족을 포함해) 옥돔은 정말 어려운 생선이다. 미분, 적분도 아닌데 생선이 어려우니 가까이하기 쉽지 않다. 옥돔의 맛을 깨우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혹시 이미 옥돔의 맛을 깨우친 분이 있으시면 힌트라도 좀 알려 주세요.)


  제주신화에는 자청비라는 여신이 있다. 농경신인 자청비는 사람들이 풍년 농사를 짓도록 돕는데 하늘에서 여러 가지 곡식 종자를 얻어서 땅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한 가지 잊고 온 오곡의 씨앗이 있었다. 하늘에 다시 올라가 씨앗을 가져오니 그것이 바로 메밀이다. 제사, 명절이나 혼, 상례와 같이 집안과 동네에 큰일을 치를 때 하던 대표적인 메밀 음식이 바로 빙떡이다. 빙떡은 삶은 무채로 만든 소를 얇은 메밀전으로 말아 만든 떡이다. 무가 메밀의 독성을 중화시키므로 메밀과 무는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다. 메밀의 담백한 맛과 무채의 삼삼하고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이 난다. 우리도 서귀포향토5일장에 가서 비로소 맛본 빙떡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할머니가 해 주신 강원도식 메밀전병과 모양은 똑같지만 맛은 극단적으로 달랐다. 내 기억에 무채와 김치가 들어간 강원도식 메밀전병은 매운맛이었다. 물론 둘 다 맛 좋다. 


  제주의 혼. 상례, 제사, 명절 무속 의례에서 돼지고기 음식은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일상 음식으로는 거의 먹을 기회가 없었고, 의례가 있을 때나 한두 번씩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지금도 제주도 의례에서 돼지고기는 빠지지 않는다. 돼지를 삶아 낸 국물에 면을 삶아서 넣고 돼지고기 편육을 얹어 먹기 시작한 것이 고기국수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은 주로 삶은 밀가루 중면에 돼지 뼈로 우린 뽀얀 육수를 넣고 그 위에 수육을 올려 먹는다. 진한 국물 맛이 배지근한 제주의 맛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준다. 아내와 나에게 성게 미역국이나 한치물회가 진정한 제주 음식이라면 준, 큐 형제에게 진정한 제주 음식은 바로 고기국수가 아닐까 싶다. 제주에 들어오고 나갈 때 항상 먹는 음식이 고기국수이기 때문이다. 둘 다 모두 좋아한다. 이제 제법 큰 준은 비빔국수도 좋아한다. 아기였을 때는 잔칫국수(멸치국수)를 먹었는데 이제 둘 다 우리와 함께 나란히 고기국수를 먹는다. 시간이 큐 공깃밥 한 그릇 먹듯 정말 후다닥 지나갔다. 앞으로는 더 빨라질 테니 조만간 같이 소주 한 잔 하는 건아닌지 모르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국민이 뽑은 제주 7대 특산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