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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Oct 30. 2019

미식가 아내가 인정한 식당들(1)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맛사모 (맛있는 것만 먹는 사람들의 모임) 경기지부장인 아내는 음식에 대한 철학이 있다. 가격을 떠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몸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라면 한 그릇을 먹어도 맛있는 집에서 먹어야 한다. 그렇다고 유명한 맛집만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아내 입맛에 맞아야 한다. 아내 입맛에 맞는 것은 대체적으로 우리 가족 모두 마음에 들어한다. 이번에 제주에 한 달 동안 머물면서 먹어본 음식 중에 우리 가족이 좋아했던 식당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예전부터 다녔던 식당도 있고, 이번에 우연히 가게 된 식당도 있다. 맛의 기준은 철저히 우리 가족의 입맛이므로 다른 사람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식당에 가려면 인터넷 먼저 검색하게 된다. 블로그에 소개된 식당들은 대부분 보통 이상은 하니까 실패할 염려가 적다. 하지만 늘 다름 사람의 입맛을 따라가게 되면 도대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될 수 있을까? 우연히 발견한 작은 식당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된장찌개를 맛보게 되는 재미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행은 일상에서 낯설어지기이므로. (그러므로 여기에 소개된 식당은 참고만 할 뿐 꼭 가보라고 추천하지는 않는다.)


1. 고기국수의 맛을 일깨워준 삼대국수


  제주에 갈 때마다 항상 처음으로 들르는 식당이 삼대국수다. 보통 아침을 거르고 출발하기 때문에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출출해지기 마련이다. 공항에서 가깝기도 하고 고기국수를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곧장 삼대국수를 간다. 이번에도 역시 제주항에 내리자마자 서둘러 향한 곳이 삼대국수다. 사실 이곳에 처음 가게 된 것은 근처에 있는 유명한 고기 국숫집에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아무리 맛있는 식당이라도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쏙 들어간다. 그래서 근처 아무 곳이나 가보자는 마음에 찾게 된 곳이 삼대국수다. 우리 가족에게 이곳의 고기국수는 최고의 맛이었다. 이미 다른 식당에서 몇 번 고기국수를 먹어봤는데 고기국수가 특별히 맛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사골육수의 맛이 진하게 우러나온 국물과 큼직하게 썰어 넣어준 돼지고기는 쫄깃하게 맛있었다. 입안 한 가득 면발을 머금으면 진한 국물의 여운이 전해진다. 이곳에 처음 갔을 때 준과 큐는 아직 어려서 멸치국수를 먹었지만 이제는 함께 고기국수를 먹는다. 나는 비빔국수도 좋다. 중면으로 먹는 비빔국수의 맛도 정말 일품이다. 조금 아쉬우면 물만두도 한 접시 시켜 먹는다. 고기국수로 든든하게 배를 채워야 제주에 도착한 것이 실감이 난다. 삼대국수는 우리 가족에게 제주의 시작점인 것이다. 

 (고기국수, 비빔국수, 멸치국수 7,500원 / 본점 제주시 삼성로 41)

삼대국수에서 네 살, 다섯 살의 큐 / 오른쪽은 비빔국수


2. 핫도그의 참맛 두물머리 연핫도그


  자칭 핫사모 (핫도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으로서 많은 핫도그를 먹었다고 자부한다. 옛 회사가 강남에 있었는데 근처 아파트 단지로 수요일마다 핫도그 트럭이 왔다. 이 날 만큼은 점심을 먹지 않고 바로 핫도그를 먹었다. 밥을 먹으면 핫도그를 1개밖에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핫도그는 최소 2개는 먹어 주어야 한다. 이런 내가 제주에서 인생 핫도그를 맛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이름이 두물머리다. 알고 보니 이미 핫도그로 너무 유명한 양평 그 집이었다. 하나만 있는 분점이 제주 판포포구에 있는 것이었다. 나와 큐는 핫도그를 워낙 좋아하지만, 평소 핫도그를 잘 먹지 않는 준도 이 집 핫도그만큼은 매번 먹었다. 사실 처음 이곳에 간 날 준은 핫도그를 안 먹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 핫도그를 한 입 먹어보더니 내 것을 빼앗아 갔다. 그리고 핫도그 열광팬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평소 소시지를 잘 먹지 않는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꼭 2개씩 먹었다. 하나 더 먹을 수 있었지만 저녁을 먹어야 하니 참았다. 판포포구에 있다 보니 금릉 해수욕장에 갈 때마다 들렀다. 핫도그가 맛있어봐야 얼마나 맛있겠어 라고 말하는 사람은 꼭 가 봐야 한다. 가격은 3천 원이고 순한 맛과 매운맛이 있다.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2881-3) 

<금릉에서 놀다가도 집에 가기 전에는 꼭 판포포구를 들렸다. 석양과 핫도그 때문이었다.>

         

3. 두루두루 다 좋은 용이식당


  10년 전 우연히 들른 용이식당.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시장 안 식당이다. 메뉴는 제주산 돼지 두루치기 하나인데 그 맛이 끝내준다. 그때 아직 아기였던 준이 먹기에는 많이 매웠는데 주인 할머니가 김을 따로 챙겨주셨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용이식당은 장소를 옮겨 훨씬 커졌지만 여전히 친절하고 인심 좋았다. 4명인데 아이가 2명이니 3인분만 주문하라고 했다. 돼지고기에 파절이, 콩나물, 김치를 넣고 볶아 먹으니 많이 먹는 우리 가족에게도 3인분이 모자라지 않았다. 게다가 밥과 반찬은 계속 리필이 가능하다. 고기가 조금 남으면 볶음밥까지 해 먹는다. 정말 배 터지게 먹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용이식당은 메뉴가 하나밖에 없다. 주류나 음료는 팔지 않는다. 하지만 근처 슈퍼에서 사 와서 마셔도 괜찮다. 1인분에 7천 원. 이틀에 한번 꼴로 가다가 준, 큐 형제가 이제 다른 음식도 먹고 싶다고 해 좀 덜 갔다. 하지만 정말 맛과 가격, 인심까지 최고의 식당이다. 주차도 가능하지만 자리가 넓지 않아 우리는 근처 유료주차장을 이용했다. 
 (서귀포시 중앙로 79번길 9)      

<맛있는 식당의 공통점은 예쁜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먹느라 바뻐 사진 찍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4. 인생 된장찌개를 만난 소랑밥상


  위미항 앞 소랑밥상에서 정말 맛있는 된장찌개를 만났다. 집 밖에서 먹는 된장찌개로는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18년 전 진주식당 오분작 뚝배기였는데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을까 생각할 정도였다. 처음으로 된장찌개 뚝배기에 밥을 말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먹었다. 소랑밥상의 딱새우 된장찌개에서 그 옛날 맛보았던 환상의 맛을 느꼈다. 그때처럼 국물 한 방울까지 다 먹었다. 주인아주머니가 딱새우도 꼭 다 먹어 보라고 했다. 사실 지금까지 된장찌개에 들어간 새우는 국물을 우려내기 위한 용도라고 생각해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딱새우는 속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었다. 껍질 벗기기도 의외로 쉬웠다. 점심 메뉴는 정식을 주문하면 흑돼지구이와 딱새우 된장찌개 그리고 밑반찬들이 나온다. 예쁜 그릇에 정성스럽게 담긴 찬들은 하나 같이 모두 맛있다. 오랜만에 딱새우를 손질해 아내 밥공기에 올려 주었다. 갑자기 왜 이러느냐고 놀란다. 준이도 된장찌개 국물이 맛있다며 계속 떠먹는데 큐는 아직 아이 입맛이라 별로라고 했다. 제일 좋아하는 어묵 반찬만 계속 더 달라고 했다. 큐가 밥을 잘 먹는다고 한 공기를 그냥 주셨다. 주인아주머니가 정말 친절했다. 

(정식 가격 8천 원 / 서귀포시 위미중앙로 179)

<소랑밥상은 반찬그릇도 너무 예쁘다. 그러니 밥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5. 수식어가 필요 없는 태을갈비


  제주도를 자주 찾는 나에게도 가끔 맛집을 소개해 달라는 친구나 직장 동료가 있다. 그때마다 내가 소개해 주는 곳이 바로 태을갈비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다. 우리 가족의 원픽 고깃집이다. 제주산 생등갈비 맛집이다. 300g 28,000원으로 가격이 만만치는 않다. 이모님이 구워주시고 먹기 좋게 가위로 손질까지 해 주신다. 맛은 식상한 표현이지만 수식어가 필요 없다. 왜 이 곳 고기만 이렇게 맛있는 건지 늘 궁금했다. 생등갈비라 양념도 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비법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우리는 5인분을 주문했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다고 하던 아내는 너무 많이 시킨 것 같다고 걱정을 했다. 괜한 걱정이다. 추가로 2인분을 더 주문하고 냉면과 갈비탕까지 먹었다. 아내는 태을갈비만 왔다 가면 항상 많이 못 먹었다고 아쉬워했다. 오늘은 그런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7인분을 다 먹고 마지막에 갈비탕 국물까지 남기지 않고 먹었다. 태을갈비는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 매일 오고 싶은 곳이다. (제주시 진군중길 12)

<이 사진을 찍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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