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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Oct 30. 2019

미식가 아내가 인정한 식당들(2)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6. 담백한 짬뽕국물에 반한 섬소나이


  사실 섬소나이는 제주 도착한 날 집 근처를 산책하면서 발견한 식당이었다. 그런데 메뉴가 짬뽕과 피자였다. 맛있는 향토 음식이 많은 제주에서 굳이 먹을 메뉴가 아니라고 생각해 항상 그냥 지나쳤다. 따끈한 짬뽕 국물이 생각나는 비 오는 저녁 마침내 이곳에 들렀다. 메뉴는 짬뽕 3종류, 피자 2종류로 심플했다. 우리는 세트 2개를 시켰다. 개운하고 시원한 맑은 짬뽕인 땡짬 (매운맛 조절 가능), 우도 땅콩이 들어간 매콤 담백한 크림 짬뽕인 백짬, 피자는 소섬(우도), 되새기(돼지) 피자가 나왔다. 메뉴 선택이 달갑지 않았던 아내도 짬뽕 국물 한번 맛보고 엄치척. 나는 특히 백짬 국물이 좋았다. 크림 파스타처럼 보이지만 전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해산물도 잔뜩 들어가 있다. 피자를 워낙 좋아하는 큐는 말할 것도 없고, 한식파라 피자는 한 조각도 겨우 먹는 준도 서 너 조각을 뚝딱 해치웠다. 짬뽕과 피자도 제주와 참 잘 어울린다고 느끼게 준 음식점이다. (서귀포시 위미대화로 15번길 26)

<먹다가 사진을 찍지 않음을 알아채렸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기다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7. 맛과 가격 모두 착한 석경초밥


  제주 식당은 일찍 문을 닫는다. 오후 5~6시에도 재료가 떨어져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삼고초려해야 하는 식당이 있었다. 비로 석경초밥이다. 두 번 실패를 경험한 후에 겨우 맛볼 수 있었다. 석경식당은 용이식당과 함께 아랑조을거리에 있다. 워낙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그러니 재료가 빨리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문은 메뉴판을 보고 할 수도 있고, 초밥 모형을 접시에 담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다. 우리는 모듬초밥 3인분, 모듬롤초밥 1인분을 시켰다. 아내는 너무 많이 주문한 건 아닌지 걱정했다. 하지만 음식 나오는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더 짧았다. 초밥을 좋아하는 준뿐만 아니라 초밥을 먹지 않던 큐도 잘 먹었다. (물론 장어, 계란, 롤 위주로만 먹었다.) 추가로 모듬초밥을 1인분을 더 주문해 먹었다. 신선한 재료와 맛있는 초밥을 이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모듬초밥 15,000원, 모듬롤초밥 10,000원. (서귀포시 천지로 18)


<그나마 정신차리고 나오자마자 찍은 사진이다. 오른쪽은 일종의 메뉴판이다.>


8. 떡볶이 끝판왕 짱구분식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떡볶이다. 회사가 강남역 근처에 있을 때 길거리 포장마차부터 프랜차이즈 떡볶이까지 빠짐없이 사갈 정도였다. 그런 아내가 제주에 와서 떡볶이를 한 번도 못 먹었다. 한라산 영실코스를 無김밥으로 완등 한 후 마침내 제주 떡볶이와 만났다. 짱구분식은 골목에 있는 평범한 분식점이다. 하지만 떡볶이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닥치기(大)를 주문했다. 모닥치기는 여러 개를 한 접시에 모아준다라는 뜻인데 국물 자작한 떡볶이에 튀김, 계란, 어묵과 김밥이 함께 나온다. 튀긴 떡으로 만든 떡볶이는 쫄깃함이 두 배였다. 평소 매운 것은 입도 못 대는 큐도 잘 먹을 정도로 맵지 않고 맛있었다. 정말 푸짐하게 나온 한 접시를 눈 깜짝할 사이에 해 치우고 튀김 떡볶이를 추가해 먹었다. 미식가 아내도 떡볶이 맛을 인정했다. 너무 배고파서 더 맛있게 느껴진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평가해 달라고 했더니 배고픔과 상관없이 최고의 맛이란다. 집에 가면 이 맛이 굉장히 그리워질 것 같다. 
 (모닥치기大 10,000원, 小 7,000원 / 서귀포시 중동로48번길 3)          


<이렇게 음식을 싹 비울 수도 있다>


9. 돈가스의 클래스가 다른 까망고띠


  까망고띠는 거문오름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거문오름 해설사님이 소개해 준 카페 겸 식당인데 돈가스가 맛있어 자주 들르는 곳이라고 했다. 향토식당이 아닌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의 식당을 추천해 주신 것이다. 까망고띠는 일종의  마을기업으로 거문오름 주위에 ‘블랙푸드’를 육성하기 위해 운영되는 식당이다. 돈가스도 제주 흑돼지로 만들고, 이외의 식재료도 모두 로컬 재료만 사용하고 있다. 준이는 떡갈비를, 나머지는 돈가스를 주문했다. 후식으로 먹을 팥빙수도 미리 주문해 두었다. 돈가스는 두툼하지만 부드러웠다. 재료도 좋지만 튀기는 기술이 예사롭지 않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흐르는데 말이 필요 없는 맛이다. 끝내 한 입을 주지 않은 준의 고집으로 떡갈비는 맛보지 못했다. 미식가 아내는 이곳 돈가스가 지금까지  먹어본 돈가스 중에서 제일 맛있다고 했다. 후식으로 먹은 팥빙수도 두 말할 것 없이 최고였다. 거문오름에 또 와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떡갈비 12,000원, 돈가스 10,000원 / 제주시 조천읍 와선로 254)


<예쁜 정원, 예쁜 인테리어에 맛까지 갖춘 곳은 드물다.>


10. 분식의 품격 관덕정 분식


  제주시에 있는 작은 서점 ‘미래책방’에 가기 위해 주차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들른 관덕정 분식은 품격 높은 분식의 세계를 보여준 곳이다. 분식 골목이던 동문시장 끝자락에 자리해 있는데 분식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세련되고 우아한 인테리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간단하게 관덕정 떡볶이, 쫄면 그리고 한치튀김을 주문했다. (유부주먹밥과 명란아보카도 비빔밥도 맛있어 보였다.) 멋진 인테리어와 친절한 직원, 그리고 훌륭한 맛까지 삼박자가 모두 맞는데 가격까지 마음에 들었다. (떡볶이 4,000원, 쫄면 6,000원, 한치튀김 10,000원) 특히 한치튀김은 오징어 튀김과는 또 다른 맛으로 우리를 사로잡았다. 예전 여행 때는 맛집 리스트를 만들어 시간표까지 작성해 다녔는데, 이제는 발견하는 것 자체가 재미인 여행을 하게 된다. 인터넷 도움도 많이 받지만 다른 사람의 입맛이기에 참고 정도만 한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절대 모르는 것이 맛집, 그리고 인생이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고급 진 분식집이라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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