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 먹고 싶을 때…

2월 20일, 치킨 공화국의 민낯

by 조이홍

금요일 밤 '비대면 미술 전시회' 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아내와 나도 모처럼 치맥을 했다. 아내가 집에서 직접 만들어준 맛!좋!은! 치킨 덕분에 사 먹는 건 영원히 맛!없!게! 느껴지는 고약한 저주를 받았지만, 역시 치맥은 옳았다. 웬만해선 하루 맥주 한 캔을 고수해 왔으나, 아내의 수상 소식과 버무려진 맛 좋은 양념 치킨 덕분에 맥주를 무려 두 캔이나 마셨다. 치킨 한 마리에 2만 원, 맥주 네 캔에 만 원이니 아직 행복은 손 내밀면 닿는 거리에 있었다.


코로나 이후, 특히 금요일 밤에 치킨을 주문하면 재료가 떨어졌다거나 주문이 밀려 배달이 안된다는 치킨집 사장님의 청천벽력과도 같은 대답을 종종 듣곤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저...정마알 안 돼요?" 그렇다고 이미 내 안을 가득 채운 치심(치킨을 먹고자 하는 마음)을 포기할 수 없었다. 재빨리 다른 치킨집에 전화를 걸었다. OMG! 다른 치킨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동네에 이렇게 치킨집이 많은데 전부 배달이 안된다고? 도대체 사람들이 얼마나 치킨을 먹는 걸까? 이러다 동네 치킨집 사장님들 모두 조물주보다 한 수 위라는 건물주 되겠다 싶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에 약 10억 7천만 마리의 닭을 도축했다. 1인당 연간 20마리 꼴로 닭을 소비하는 셈이다. 일주일에 1회 이상 집에서 치킨을 먹는 비율도 약 71퍼센트로 매우 높다. 배달앱에서도 단연코 주문량이 가장 많은 음식도 치킨이다. 단순 계산으로 10억 7천만 마리의 50퍼센트가 치킨으로 소비된다는 가정하에, 치킨 한 마리당 2만 원을 곱하면 우리나라 치킨 시장은 10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 정도면 가히 '치킨 공화국'이라고 불릴만하다.


닭의 유통 구조가 궁금해진 참에 마침 한국일보에 '치킨 공화국의 속살'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유심히 읽어보았더니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결론부터 말하면 치킨집 사장님이 치킨 한 마리 팔아서 남는 이윤은 고작 1천 원, 많아야 2천 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에 평균 치킨을 100마리 판다고 가정할 때 한 달이면 3,000마리고 이윤은 300~600만 원이 되는 셈이다. 치킨집은 혼자서 운영하기 힘든 구조이다 보니 보통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최저 임금보다 월 100만 원을 더 버는 셈이다. 프랜차이즈 비용 등 투자비를 감안하면 이렇게 수익성이 나쁜 사업도 없을 듯하다. 건물주는커녕 월세 내고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구조가 아닐 수 없다.


한 마리에 500원 하는 병아리가 프랜차이즈 치킨집에 납품될 때 평균 가격은 약 5,557원이 된다. 인기 높은 부분육(날개 등)은 평균 7,000원 대에 달한다고. 유통 단계마다 필연적으로 비용이 발생하므로 마냥 거품이 끼었다고 할 수도 없고,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을 상대로 횡포를 부린다고 일방적인 마녀 사냥을 할 수도 없다. (일부 그런 사례가 있기는 했지만…) 다만, 이러한 유통 구조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와 플랫폼 기업(배달앱)이 몸집을 키워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치킨 공화국의 민낯은 어딘가 모르게 낯익으며 동시에 낯설다.


우리 가족은 배달앱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치킨도 주문하면 웬만해선 직접 찾아올 수 있는 가까운 곳에서 주문한다. 구매자가 직접 픽업하면 보통 2~3000원 가격 할인을 해준다. 배달 수수료와 플랫폼 수수료가 절약되는 것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골목상권 살리기, 우리 동네 소상공인 살리기의 힌트가 여기에 있다. 가까운 곳에서 주문하고 직접 찾으러 가기. 운동할 시간 없다고 불평하지 말고 동네 산책도 할 겸 잠깐 걸어갔다 오는 건 어떨까? NEAT(니트) 실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은가!


배달하는 라이더 분들 다 굶어 죽일 작정이냐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당분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미 배달앱에 익숙해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몸에 밴 습관을 바꿀 확률은 0을 수렴하니까. 일단 나 하나부터 바꿔보면 된다. 그럼 언젠가는 균형점을 찾지 않을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행복한 균형점 말이다. 이런 희망마저 없다면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 세상을 바꿀 혁명에 몸을 던지지는 못해도 세상이 좋아지리라는 희망마저 포기할 수 없다. 나는 소망한다. 모두가 행복한 치킨 공화국을.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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