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母情)

3월 4일, 어머니의 선택 2022

by 조이홍

오늘도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채 5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제도, 어제도 확인한 안부를 여쭈었다. 별 탈 없이 지내는 일조차 힘겨운 시대에 식사 잘하시고 볕이 좋아 운동도 하셨다니 잘하셨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힘드시더라도 당분간 마스크는 꼭 착용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도 그러마 하셨다. 그 옛날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나 심지어 대학생 때도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차조심'하라고 당부하시던 어머니셨다. 지금도 운전하고 고향집을 찾으면 운전 중에 핸드폰 받지 말아라, 졸지 말아라 등등 사서 걱정을 하셨다. 서로의 안부가 여전히 걱정되는 모자(母子)였다.


통화를 끝내기 전에 어머니께 이번 대통령 선거는 다른 사람 말 듣지 말고 어머니가 뽑고 싶은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오늘 아버지와 운동 나가셨다 사전투표를 하고 오셨다고 했다. 누구한테 투표하셨냐는 질문이 목구멍을 넘어오는 걸 겨우 밀어 넣고 잘하셨다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니가 조용히 "걱정 마, 엄마는 O번 찍었어." 하시는 게 아닌가! 너무 놀라 벌어진 입이 한참 동안 다물어지지 않았다. 충격 그 자체였다. 아들에게서 아무 반응이 없자 계속된 어머니 말씀이 나를 더욱 죄인으로 만들었다. "어제 통화할 때 아빠가 옆에 있어서 ★번 뽑겠다고 한 거야. 자식이랑 손주들이 살기 좋은 세상 만들겠다는 사람을 대통령 뽑아야지. 엄마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끝내 아무 말도 못 하고 전화를 끊었다. 결국 어머니는 자식과 손주를 위한 선택을 하셨다. 아버지가 아무리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아도 늘 아버지 편에 섰던 어머니셨다. 그런 어머니의 선택이 감사하면서도 죄송스러웠다. 내일모레면 반백 년을 산다. 이 나이에도 아직 모정(母情)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으니 불효자가 따로 없었다. 내가 지금의 어머니 나이가 되면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을까? 아마 그것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모정이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도 끝도 없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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