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대통령 선거일
이럴 때 꼭 그 누군가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 누군가의 자리에 들어가는 이름을 멋지게 써내야 폼나는데 말이다. 참….
녹색창에 검색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누군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고 했으니까.
(또 누군가네....)
차를 타고 갈까 하다가 모처럼 이른 새벽 공기를 마시며 걷기로 했다.
'너무 일찍 가는 거 아니야. 좀 오반가!' 혼자 생각하며 걷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투표장으로 향하는 길은 결코 새벽 공기처럼 쌀쌀하지 않았다.
한 점을 향해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왠지 그 장면이 감동을 부추기는 할리우드 영화의 클라이맥스처럼 뭉클했다.
다소 작위적이지만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그 장면처럼 새벽어둠을 묵묵히 걷고 있는 이들이 아름다웠다.
지지하는 후보는 다를지 언정 모두 '대한민국'을 위해 기꺼이 노곤한 몸을 이끌고 꼭두새벽부터 나오지 않았던가!
나이 들었는지 별개 다 감동스럽다.
투표장에 도착하니 차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주차장에는 바늘 하나 세워 둘 자리가 없었다. 주차대란!
6시가 되려면 아직 20분이나 남았는데도 긴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었다.
다시 한번 감동의 물결이 몰려왔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모두 누구를 지지할까? 누구에게 투표할까?
성별과 나이를 살펴 지지하는 후보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1번? 2번? 3번?
이내 의미 없는 일이다 싶어 포기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원하고 그래야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고 믿지만,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지는 않을 터였다.
그저 고생길이 훤히 보일뿐.
사익이 공익을 덮고, 개인의 욕망의 국민의 희망을 덮으면 다시 촛불을 드는 수밖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소중한 한 표를 알차게 행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첫째 아이가 이른 아침에 외할머니께 전화드렸단다.
할머니께 소중한 한 표 현명하게(?) 행사하시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할머니도 그러마 하셨다니 아이가 나보다 낫다 싶었다.
잘했다 칭찬했다.
아이와 우리 현대사 이야기를 한참 했다.
아이가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은 무소불위 권력을 지향하는 후보를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지 내게 따져 물었다.
민주주의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어디 있냐며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했다.
이 정도는 자기 또래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다 아는 일이라고….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지만, 결국 내가 쥔 것을 놓지 못하는 욕심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에게 "항상 깨어 있으라" 말하는 걸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상식이 통하는, 정의가 통하는, 미래로 향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일, 우리 대한민국이 희망찬 세상의 문턱에 우뚝 서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