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딸기가 좋아! (feat. 입맛 없는 아내)
아내가 또 입맛을 잃었다.
무언가 먹고 싶은데 무엇을 먹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단다.
이럴 때 "이거 먹고 싶지?" 해야 점수를 따는데 20년 함께 산 남편도 아내 입맛을 잘 모르겠다.
이것도 드셔 보고 저것도 드셔 보더니 "이게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한다.
그리고는 "한 끼도 못 먹어서 기운이 없어." 하며 세상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이 못내 애처롭다. 안쓰럽다.
한 끼도 못 먹어서 어떡하지 싶지만,
이것저것 맛 본 음식(군것질거리 포함)의 총량을 가만히 살펴보면 웬만한 사람 세끼 식사량이다.
그런데도 아내는 온종일 굶어서 배가 고프다고 했다.
이쯤 되면 이전에 아내에게 붙여 준 별명 '과식 다이어터'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천만다행으로 최근 아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았다.
'딸기'였다.
장미목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비타민 C 함유량이 높고 상대적으로 칼로리는 적어 성인병 예방에 좋은
겨울철 과일이다.
다량 섭취해도 부담이 적었다.
하루에 2팩씩 하루도 거르지 않고 딸기를 먹었다.
네 가족이 함께 나눠 먹으니 사실 한 사람 당 먹는 딸기는 그리 많지 않을 터였다.
일주일쯤 지나자 아이들이 먼저 싫증을 느꼈다.
과일을 좋아하는 나도 손이 덜 갔다.
하지만 유일하게(?) 입에 맞는 음식을 찾은 아내는 다른 대안이 없으니 오롯이 딸기에 집중했다.
마침내 주말에는 2팩 드시고 2팩 더!
아내에게 지상에서 가장 무거운 동물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차가운 눈빛이 비수가 되어 심장을 향해 날아온다.
오싹하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그 동물이 엄청난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등짝 스매싱이 정확히 날아와 꽂힌다.
일상이니 그러려니 한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는 법, 아내에게 용기 내 말한다.
"진정한 용기란 진실을 향해 침묵하지 않는 법"이라고.
아내도 호기롭게 말한다.
"굶고 싶냐?"
일찍이 성 평등을 이룩하다 못해 초월한 우리는 모던 패밀리다!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