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만우절 거짓말보다 먼저 떠오르는 스타 - 장국영
"여보……, 아들이야…… 딸이야?
"딸이야."
"몸무게는?"
"2.8kg이야. 아주 예뻐."
"2.8kg이면…… 너무 작은 건 아닌가? 누굴 닮았어?"
"날 닮았어. 하지만 눈은 자기야."
"……"
"여보세요, 여보세요?"
"지금…… 아기와 얘기할 수 없을까?"
"바보 같이. 아기가 어떻게 말을 해? 우는 것밖에 모른다고."
"……우는 거라도 듣고 싶어."
"그렇게 보고 싶으면 빨리 와."
"곧…… 갈게……."
남자가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TV를 껐다. 뾰로통한 얼굴이 꼭 다섯 살 난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왜 4월 1일만 되면 모든 채널에서 이런 영화들만 보여주는 거야?"
옆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인의 눈에서 애정이 꿀물처럼 뚝뚝 떨어졌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닌 것인 양 여인은 능숙하게 남자를 달랬다.
"자기는 여기서도 대스타잖아. 난 그런 자기가 마냥 부럽기만 한데?"
"난 이제 불멸이라면 지긋지긋해. 사람들에게 잊히고 싶다고. 영원히."
"오, 레슬리, 헤밍웨이 아저씨처럼 굴지 마. 자기는 행운아야. 평생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잖아. 자기가 떠난 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를 사랑했고 또 그리워했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고."
"흥! 자기도 지난 12월 30일에 인지구, 금지옥엽 2, 심사관만 상영한다고 온종일 심기가 불편했던 것 같은데?"
"내가 그랬어? 오, 이런. 레슬리, 자기가 잘못 본 거야. 그건 그렇고 이제 그만 서둘러야겠어. 주인공이 늦으면 안 되잖아. 4월 1일은 자기가 이곳에서 다시 태어난 날이잖아. 모두들 당신을 기다린다고. 서둘러야 해."
"난 그런 자리 별로 가고 싶지 않아. 시끄러운 파티 따위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만 칭얼거리고 어서 옷 갈아입어! 생일 파티에 입고 갈 멋진 옷도 벌써 골라놨다고. 자기는 아무거나 잘 어울리지만 오늘은 특별한 슈트를 챙겨놨어. 어휴, 내가 일찍 와서 다행이지, 나 아니면 누가 이렇게 자길 돌봐주겠어?"
"그 점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 자기랑 천국에서 다시 만날 거라곤 상상도 못 했거든. 애니타."
"자기와의 마지막 통화가 항상 마음에 걸렸어.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기도했어. 자기를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자자! 옛날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정말 가야 할 시간이야."
두 볼에 빵빵하게 바람은 넣어 심술쟁이 아이처럼 보였던 레슬리의 표정이 이내 부드러워졌다. 천사도 홀린 듯한 아름다운 미소가 행복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가득 채웠다. 애니타도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두 사람은 천국에서도 당분간 좋은 친구로 지낼 터였다. 천사에게 슬쩍 물어보니 그들의 환생 순서가 아직 꽤 많이 남아 있었다. 레슬리와 애니타는 사람들이 왜 이곳을 천국이라고 부르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았다. 오래도록 사귀어 좋은 벗, 친구가 함께 있기 때문이었다. (천만분의 일의 확률로 부부가 함께 천국에 온 이들도 있었다. 천국인들은 모두 그런 부부들을 부러워했지만, 왠지 그들끼리는 천국을 '지옥'이라고 불렀다. 왜 그렇게 불렀는지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해 4월 1일 썼던 한뼘소설입니다. 그를 추모하는 마음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늦었지만 지난 글을 조금 각색했습니다. 거짓말이 재미없는 나이가 될까 봐였을까요? 왜 하필 그는 4월 1일 떠났을까요? 거짓말처럼. 언제부턴가 만우절은 장국영(Leslie Cheung)을 추억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매염방(Anita Mui Yim-fong)이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연인이라고 스캔들이 날 정도로 친한 친구사이였다고 합니다. 장국영이 떠난 해 겨울, 사랑스러운 매염방도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 시절, 우리를 잠 못 들게 했던 두 개의 반짝이는 별이 동시에 사라졌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영원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기억하는 누군가가 있는 한에는요. 두 사람이 천국에서 다시 만나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