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父傳子傳)

4월 9일, 감정 표현에 서툰 부자

by 조이홍

토요일 아침에 둘째 아이는 올림픽 스포츠센터로 농구하러 간다. 코로나 최대의 피해는 '확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확찐자'가 된 것이라는 철석같은 믿음에 새벽마다 수영하는 걸로는 2프로 부족하다 느낀 아내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반공소년(구기종목을 유난히 싫어하는 소년)'이던 둘째 아이가 "농구가 이렇게 재미있는 운동이었어?"라며 새로운 종목에 흠뻑 빠져 기본기를 익히는 사이, 좋은 아들과 좋은 아빠가 되기로 한 첫째 아이와 나는 근처 공원 농구장에서 생면부지 바스켓맨들과 진짜 농구를 즐겼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말도 둘째 아이를 센터에 데려다주고 첫째 아이와 나는 공원 농구장으로 향했다.


간간이 여우비가 내리는 묘한 날씨라 마침 농구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야투 연습을 하던 아이가 오늘은 감이 좋다며 일 대 일 농구를 하잔다. 지난주 현격한 점수 차이로 패하고서도 또다시 도전하는 용기가 가상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부자지간에 피 튀기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말 그대로 진짜 피가 낭자했다. 수비 중 반칙을 밥 먹듯이 하던 아이가 아빠 얼굴을 할퀴어 양쪽 눈 옆에 제법 눈에 띄는 생채기가 났다. 상처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경기가 중단되었다. 사실 뚝뚝 떨어졌다는 건 과장법이고 살짝 흐르는 수준이었지만, 땀이 흐르면서 상처를 건드려 무척이나 따끔거렸다. 자리에 벌렁 누워 "아니, 무슨 농구를 이렇게 험하게 하냐? 아들이 아버지를 잡는구먼" 했더니 수비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냐며 아이가 손만 살짝 들어 미안함을 표시했다. 경기 매너도 꽝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더니 엄살떨지 말란다. 누구 아들인가 싶었다.


사실 농구 경기하다 보면 자주 몸싸움이 발생하니 가벼운 상처 정도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안경들이 농구장에서 유명을 달리했던가! 툭툭 털고 일어나 경기를 속개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승부였다. 15점 승부에서 14 대 9로 앞서 갔다. 마지막 1점만 남겨둔 채 최후의 슛을 던졌고 림을 맞고 튀어나오는 공을 리바운드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서로 공을 차지하려다 아이가 튀어 오르는 공에 오른쪽 검지를 잘못 맞았다. 아이 손이 퉁퉁 부어올랐다. 반칙한 건 아니었지만 경합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니 책임이 없지 않았다. 경기는 중단되었다. 마음속으로는 엄청 미안했지만 입 밖으로는 "괜찮아. 농구하다 보면 이런 일 자주 생겨. 집에 가서 냉찜질하면 금방 부기 빠질 거야."라는 말만 나왔다. 그러고 보니 아이도 아빠를 닮아 미안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걸지도 몰랐다. 미안하면 그저 미안하다고 한 마디 하면 될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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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곧 중간 고시 기간(실제로는 한 달여 남았지만 아이 기준으로는 그랬다)인데 손가락을 다쳐 시험을 잘못 보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거지 손가락으로 하냐고 또 뾰족한 말이 튀어나왔다. 아이는 열심히 필기해야 공부가 잘 된다고 했다.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이쯤 되면 누가 더 공부 잘했는지 한바탕 베틀이 벌어질 터였다. "우리 아들 역시 잘 났네." 빈정 가득한 말로 서둘러 대화를 끝냈다. 아이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아프다고 엄살떠는 터에 약국에 들러 손가락 보호대를 샀다. 아이가 '공부에는 지장 없겠네. 한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더니 여우비가 물러간 주말 정오는 유난히 더웠다. 갑자기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했다. 시원한 냉면 한 그릇 후루룩 하기에 그만인 날씨였다.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아이한테 물었더니 '시원한 열무국수'가 먹고 싶단다. 부전자전이었다. 입맛도 어찌나 아버지를 닮았는지. 새삼 깨달았다. 피는 물보다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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