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4월 13일, 바보야, 문제는 기후변화야!

by 조이홍

완연한 봄 날씨다. 지난주 태재령을 넘은 개나리 개화선에 이어 반가운 벚꽃도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 터진 팝콘 같은 벚꽃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계절의 순환에, 자연의 경이로움에 저절로 탄성이 쏟아진다. 멀리 꽃구경 갈 것도 없이 온 동네가 꽃동산이다. 그런데 꽃동산에 으레 날아들어야 할 꿀벌들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노랗고 까만 앙증맞은 외모와 달리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비행 소리와 생명까지 위협하는 따끔한 독침에 반갑다기보다 두려움 반, 귀찮음 반으로 꽁무니 빼기 일쑤지만, 마땅히 보여야 할 작은 존재들이 보이지 않으니 괜스레 마음이 헛헛하다. '꿀벌 실종' 기사를 본 탓일까? 그저 기분이 그런 걸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겨울에 폐사(또는 실종)한 꿀벌이 무려 78억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전국에서 사육되는 양봉용 꿀벌은 매년 평균 255만 봉군(1 봉군은 약 2억 마리)인데, 올해 사육 마릿수는 이보다 약 6% 적은 240만 봉군이라고 한다. 6% 감소면 얼마 안 되는데 무슨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꿀벌 실종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인 아인슈타인도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라고 경고할 만큼 꿀벌은 인류와 밀접한 공생 관계에 있다. 2000년대 초반 이미 대규모 꿀벌 폐사(일명 군집붕괴현상)를 경험한 미국은 2014년에 꿀벌을 국가 보호 가축으로 인증했고, 2016년에 꿀벌 7종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다른 국가들도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때 유럽은 30%, 남아프리카는 29%, 중국은 13%의 꿀벌이 폐사하거나 실종되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경우 2035년에는 꿀벌이 멸종할 수 있다고 유엔은 경고했다. 이 정도면 천재 이론물리학자의 예언이 틀렸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벌은 세계 100대 주요 작물 가운데 70종의 꽃가루받이 역할을 한다. 그중 꿀벌의 기여도가 압도적이다. 호박벌이나 뒤영벌 같은 다른 종의 벌이나 나비, 몇몇 다른 곤충들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지만 꿀벌의 확고부동한 자리를 감히 넘볼 수 없다. 한 평 텃밭에서 부족함 없이 매해 수확하는 호박, 오이, 토마토도 부지런한 꿀벌들 덕분이다. 제대로 일당도 챙겨준 적 없는데…. 어디 그것뿐이랴! 우리 식탁에 오르는 대다수 채소와 과일은 모두 꿀벌이 기꺼이 수고스러움을 나눠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몬드는 100% 벌에 의지해 수분하는 특별한 사례다. 꿀벌이 계속 줄어들면 가장 먼저 고소한 아몬드부터 우리 식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꿀벌 실종 사태가 일어난 걸까? 안타깝게도 아직 정확한 이유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2006년 미국에서 처음 CCD(군집붕괴현상)가 보고됐을 때, 당시 미 환경보호국은 해충이나 농약, 새로운 병원균에 의한 질병 등 복합 작용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각에서는 휴대폰(스마트폰) 전자파가 꿀벌의 비행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 벌어진 꿀벌 실종 사건의 원인으로 농촌진흥청은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 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두를 원인이라고 지목하면 정작 진짜 원인을 밝혀낼 수 없다. 그렇기에 혐의가 짙은 '기후변화'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는 지구 상에 생존하는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며 꿀벌도 예외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꿀벌은 기온에 민감한 변온 동물이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꿀벌은 항온 동물과 달리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어서 바깥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한다. 지난해 이상 고온 현상으로 11~12월에 꽃이 피어 화제가 되었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봄이 온 줄 착각해 활동에 나선 벌들이 집단 폐사했다. 마찬가지로 올봄 이른 시기에 개화한 꽃이 월동 중이던 일벌들을 일찍 깨워 화분 채집 활동에 나서게 해 체력을 소진시켰고, 이런 꿀벌들이 또다시 낮아진 외부 기온으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렇게 해를 거듭할수록 들쑥날쑥해지는 이상 기온 현상이 꿀벌 실종 사건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깟 아몬드 좀 안 먹고, 오이나 호박, 사과나 블루베리 등 몇몇 채소나 과일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 다행히 벼, 밀, 보리, 콩 등 주요 식량 자원은 자가 수정이 가능하기에 당장 꿀벌이 사라진다고 해도 식량난이 오지 않을 터였다. 개나리며 진달래, 동백꽃이나 벚꽃 등 봄꽃 나들이 안 해도 사는데 전혀 지장 없지 않은가!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 종(種)이 멸절하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쉽게 예상할 수 없다. 얼핏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 식물이나 곤충이 인간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지혜로운 사피엔스들은 여전히 다 밝혀내지 못했다. 무지가 죄는 아니다. 하지만 모른다고 함부로 방치하는 건 죄가 될 수 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꿀벌이 사라지면 매년 142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을 내놨다. 작고 앙증맞은 친구 하나가 이렇게 소중하다.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 심지어 무생물까지 그물망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다음 차례는 누가 될까? 번호표를 뽑고 멸절을 기다려야 할 만큼 우리 인간은 아둔하지 않다. 나무나 꽃을 심는데 열중하고 덜 소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할 수 있는 일을 더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덜 하는 것, 이것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이자 모든 생명체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자료 출처 : Pixabay>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너 때문에 내가 미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