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소설
2033년 7월 22일,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맥의 해발 3343m 마르몰라다산 일대 빙하가 붕괴해 21명의 등반객이 사망하고 34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상자 대부분은 세계 각지에서 온 환경단체 회원들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알프스 정상의 만년설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참사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후 변화에 의해 평균 기온이 3도 이상 상승하리라는 극한의 시나리오를 주도적으로 연구하는 케임브리지대 실존위기연구센터 연구진이 다수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번 참사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섭씨 42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기록한 이상 기후와 무관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마르몰라다산 정상은 여전히 한여름에도 만년설을 볼 수 있지만, 무더위가 일찌감치 알프스 산맥을 덮치면서 섭씨 13도 안팎으로 온화한 날씨가 이어진 게 화근이었다. 이탈리아 극지과학연구소의 안토니오 콘티 연구원은 이번 사고가 예견된 비극이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면서 알프스 산맥 빙하의 50%는 2004년부터 2025년 사이 이미 녹아 사라졌으며 앞으로 2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누엘 라자르 이탈리아 총리는 참사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유럽 전역이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불타고 있는 가운데, 전 국토의 85%가 빙상으로 덮여 있는 그린란드도 본격적인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대륙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CNN이 인용한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지난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총 270억 톤에 달하는 물을 바다로 쏟아냈는데 이는 올림픽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국제 규격의 수영장 1,080만 개를 채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유럽우주국이 코페르니쿠스 위성으로 촬영한 그린란드의 모습을 보면 참혹한 현실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20년 전만 해도 국토 대부분이 빙하를 나타내는 흰색이었는데 이제는 절반도 남지 않았다. 세계기상기구 소속 빙하 전문가들은 그린란드가 2032년에 이어 올해에도 기록적인 빙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2032년 여름 당시 폭염으로 녹아내린 그린란드의 빙하는 총 5860만 톤으로 전체 빙하의 15%로 추정된다. 국립빙설자료센터 선임 연구원 에드워드 스타인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빙하의 상당수가 캐나다 북극에서 유입된 따뜻한 공기 영향으로 녹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7월 평균 기온이 대체로 영하를 밑도는 북극이 섭씨 17도까지 올라간 탓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많은 얼음이 녹아내린 그린란드는 강수량도 증가하고 있다. 빙하에 비가 내리면 얼음 표면이 햇빛을 더 잘 흡수하게 되고, 해빙 속도는 그만큼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일부 해양 전문가들은 그린란드에 있는 빙하가 모두 녹아내릴 경우, 지구 해수면이 3.5m까지 상승하리라 예측했다. 이는 해발 고도가 높은 남미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들이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펠레 브로베르그 그린란드 총리는 북극위원회 회원국과 국제사회에 탄소 넷-제로를 실천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좋아, 이 정도면 훌륭해! 어, 벌써 한 시가 넘었네. 이제 자야겠다."
지호는 내일 오픈북으로 진행하는 사회 수행평가 '기후변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위해 정리한 자료를 다시 한번 훑어보며 흡족해했다. 이 정도로 빈틈없이 준비하면 10점 만점은 충분할 터였다. A4 용지에 출력한 자료를 L자 파일에 넣던 아이는 문득 궁금했다. 기후변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수행평가를 봤는데, 정작 자신을 포함해 주위에 있는 사람 누구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이건 경각심을 심어 주기 위해 좀 과장한 걸 거야. 정말 심각하면 어른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라고 생각한 아이는 재빨리 자료를 L자 파일에 넣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내일 아침에 한번 더 읽어보리라 마음먹었다. 아이는 오늘 밤은 왠지 잠이 잘 올 것 같았다. 침대가 유난히 포근했다. 지호가 곤히 잠든 순간에도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과 그린란드의 빙하는 계속 녹아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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