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small world!
좀처럼 지하철 탈 일 없다가 모처럼 지하철을 탔다.
출근 시간은 벌써 지났지만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의 발이 되어주는 교통수단이라 그런지 출근 시간에 상관없이 승객이 제법 많이 눈에 띄었다. 눈대중으로 헤아려보니 100명 남짓했다.
얼굴도 나이도 성별도 옷 입는 스타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다는 것.
어떤 이는 뚫어져라 쳐다보고 또 어떤 이는 무심하게 응시했지만, 그들의 시선이 작은 화면에 닿아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게임하는 사람, 음악 들으며 SNS 하는 사람, 뉴스 읽는 사람, 동영상 보는 사람, 글 읽는 사람 등등 저마다 용도는 달랐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문명의 정점이 선사하는 편리함에 흠뻑 취해 있었다.
뭐, 새로울 것도 없는 풍경이었다.
언제 내려야 할지 역마다 확인하거나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노약자석의 어른들을 제외하면 90명 이상이 모두 같은 동작을 취하고 있던 셈이다.
왠지 그 모습이 너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다.
북한 열병식 때 관중석에서 일사불란하게 펼쳐지는 카드 섹션을 보는 듯했다.
엄청난 통일감이었다!
그 압도적인 균일성을 깨는 파괴자가 등장했다.
그녀의 두 손에는 분홍색 표지의 책이 들려 있었다.
그녀에게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착시임이 분명했지만 후광이 비쳤다.
차를 운전해 미대륙 절반을 횡단하며 여행했더랬다.
패키지여행으로는 갈 수 없는 많은 도시를 방문했다.
미국 여행이 흔한 시절이었지만, 의외로 한국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옐로 스톤에서 한국인 대학생들을 만났다.
정답게 인사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물은 게 전부였지만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오늘 지하철에서 똑같은 기분을 느꼈다.
내 손에는 노란색 표지가 예쁜 책이 들려 있었다.
그러고 보니, 손에 책을 쥐고도 한 눈만 열심히 팔았다.
오늘은 지하철 사람 구경이 책보다 더 재미있었나 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