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시대적 산물입니다. ※부록: MZ 세대 신조어 사전
얼마 전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소위 요즘 MZ 세대들이 이해하지 못해 '문해력 논란'이 일었다. 일부 누리꾼들이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인 '심심(甚深)'을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심심하다'로 오해하는 사례가 발단이었다. 두해 앞선 2020년 8월에는 '사흘'이라는 단어가 지금은 사라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8월 15일 광복절이 토요일과 겹쳐 8월 17일 월요일까지 3일간 휴일이 결정되자 각 언론에서 이를 '사흘 연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는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3일 연휴인데 왜 사흘이라고 쓰냐'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 탓이었다. 3일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사흘'을 4일로 잘못 이해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 어렵다는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외에도 '성질이 외곬으로 곧아 융통성이 없다'는 뜻의 '고지식하다'를 높을 고(高)를 사용해 '지식이 높다'는 뜻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5인 이상 집합 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졌을 때 '이상'이라는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해 4인까지 모여도 되는 건지, 5인까지 모여도 되는 건지를 두고 설왕설래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살짝 심각해 보이기는 한다. 그렇다고 이게 '문해력' 논란으로 번질 일인가?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한 이래 우리말은 꾸준히 변해왔다. 성조와 고어가 사라지고 발음하기 어려운 자, 모음도 발음하기 편리한 다른 자, 모음에 통합되었다. 언어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사용의 편리성이나 경제(효율)성이 반영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축약과 탈락 현상 사례가 빈번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시대가 변하고 외국과 왕래가 잦아지면서 신조어, 외래어, 외국어가 자연스럽게 편입돼 우리말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었다. 이처럼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생물이기에 오래되고 낡은 말은 도태되고, 필요에 따라 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므로 당대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지 않는 말이 점점 옛말이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심심한'과 '사흘'이라는 표현을 요즘 세대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 말들은 더 이상 언어로서 생명력을 잃은 것이니 이를 모른다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이런 지적은 너무 꼰대스럽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요즘 젊은 세대들이 무분별하게 신조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가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대화하는 내용을 들을 때면 60~70% 밖에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언어가 생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언어의 진화 그래프 역시 코스피 지수와 같아서 들쑥날쑥 굴곡은 심하더라도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우상향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 문헌에서 "요즘 애들 참 버릇없다"라고 말한 것을 보라. 70~80년대 당시 미니스커트를 입고 머리를 길은 톡톡 튀는 매력의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던 비속어, 은어 등이 모두 우리말에 편입되지 않았듯이 지금 MZ 세대가 사용하는 언어 또한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한때 반짝할 뿐이다. 일부는 언어로서 생명력을 가질 테지만, 또 일부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게 분명하다. 아무도 지금 MZ 세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그들의 손주들에게 "어쩔티비, 저쩔티비, 쿠쿠루삥뽕"이라 말하리라고 상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 MZ 세대들이 구사하는 언어는 우리말의 변화 과정을 그대로 닮았다. 주로 문자와 SNS로 대화하기에 짧고 빠른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축약과 탈락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게다가 언어적 유희, 발화의 유희 등이 많아 소통하는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한글 파괴라는 지적도 많지만, 우리말이 풍성해지고 발전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일부 과한 측면이 있더라도 언제나 그렇듯이 자정 작용에 의해 순화할 것이다. 언어는 결코 고정불변한 존재가 아니기에.
MZ 세대의 언어 습관과 별개로 '문해력'이 조금 심각하기는 한가보다. 하지만 이는 비단 MZ 세대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성인 역시 문해력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BS에서 방영된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정리, 보강한 <EBS 당신의 문해력>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문해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성인 남녀 883명을 대상으로 복약설명서, 주택임대차 계약서 등 실생활에 필요한 글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총 11문제를 15분간 테스트했는데, 평균 정답률이 55%에 불과했다(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만점을 받았다). 아이들에게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할 것이 아니라 당장 어른들부터 해결이 시급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절반이 1년에 책 한 권을 읽지 않는다. 지식 매개체도 읽는 것(책, 신문, 잡지 등)에서 보는 것(영상 매체)으로 옮겨갔으니 소위 '읽을 일'이 사라져 버렸다. 수능 시험이 비단 국어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들도 문해력을 기본으로 하기에 청소년에게 문해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실생활에 꼭 필요한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 성인들에게도 문해력은 필수이다. 문해력을 회복하는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은 독서이다. 꾸준한 독서 활동은 문해력을 향상시켜주는 것은 물론이고 글 쓰는 능력까지 기를 수 있다. 단풍도 모두 떨어졌으니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이나 동네책방에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에 가면 분명 읽은만한 책 한 권은 발견할 것이다. 거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MZ 세대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를 정리해 보았다. 이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싶기도 했지만, 한창 쓰던 <지구 연대기>에 20~30년 후 사람들이 어떻게 대화할지를 한 꼭지로 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각종 커뮤니티와 뉴스 기사 등을 통해 신조어를 모으면서 연신 "이런 말도 있다고?" 신기해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보면 볼수록 재미있었다. 언어는 시대적 산물이니 여러분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잘못된 것이 있거나 여러분이 알고 있는 신조어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셔도 좋겠다.
어쩔티비 : ‘어쩌라고’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주로 상대방의 말에 대답하기 싫거나 귀찮을 때, 그냥 상대방을 짜증 나게 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말
알잘딱깔센 :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를 줄인 표현. 센스 있게 잘 처리한다는 뜻
자강두천 :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이라는 뜻으로 막상막하 실력을 가졌다는 의미
당모치 : 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는 뜻
삼귀다 : 사귀기 전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는 단계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
억텐 : 억지로 텐션을 높이다라는 뜻으로 억지로 재미있는 척, 신나는 척하는 뜻으로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고 있을 때 사용하는 표현
갑통알 : 갑자기 통장을 보니 알바를 해야겠다를 말로 돈이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말
조삼모사 : 조금 모르면 삼 번, 완전 모르면 사 번이라는 뜻. 시험 볼 때 많이 사용하는 말
고진감래 : 고용해 주셔서 진짜 감사한데 집에 갈래라는 뜻
소확횡 : 소소하고 확실한 횡령이라는 뜻으로 회사 물건을 사적으로 소비하면서 만족감을 얻는 것
먹노매 : 먹을 걸 노리는 매의 눈
완내스 : 완전 내 스타일이라는 뜻으로 설렘을 나타내는 용어
700 : 기존 귀여워 'ㄱㅇㅇ'에서 변형된 단어
ㄴㅇㄱ : 매우 놀라는 모습을 형상화
ㄹㅇㅋㅋ : 리얼크크라는 용어로 기존에 사용하던 리얼의 업그레이드 버전
점메추 : 점심 메뉴 추천, 저메추는 저녁 메뉴 추천
갓생 : 성실하고 부지런한 삶. 자신이 세워둔 계획을 실천해 나갈 때 ‘갓생 산다’라고 표현
오히려 좋아 : 생각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우울해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상황을 좋게 받아들이자는 뜻
쪄죽따 : 쪄 죽어도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얼죽아, 즉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의 반대 개념
웃수저 : 남을 웃기는 재능을 타고나서 주변에 늘 웃음을 주는 존재
슬세권 :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 있는 만큼의 거리, 슬리퍼로 생활이 가능한 세력권. 이와 비슷하게 스세권(스타벅스), 편세권(편의점), 맥세권(맥도날드) 등이 있음
좋댓구알 : 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 설정의 줄임말
많관부/많참부 :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앱테크 :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 휴대폰을 이용해 돈 버는 것을 의미
킹받네 : '킹(King)'과 '열받네'의 합성어. 어떤 일에 화가 나거나 흥분하여 격분한 상태를 의미
너또다 : '너 또 다이어트 한'의 줄임말.
제당슈만 : '제가 당신을 슈퍼스타로 만들어드릴게요'를 의미
H워얼V : 'H웨얼V'을 거꾸로 읽으면 '사랑해'라는 단어를 의미
쉽살재빙 :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라는 의미. 가수 거북이 노래 '빙고' 가사에서 유래
너뭐돼? : '네가 특별한 무엇이라도 되느냐'라는 뜻
설참 : '설명 참고하라'는 뜻
별다줄 : 별걸 다 줄인다
반모 : 반말 모드
일취월장 : 일요일에 취하고 월요일에 해장하자’라는 뜻
왁왁 : 한자 ‘맛없을 왁’을 이용한 “맛이 없다”는 신조어
쩝쩝박사 : 맛있는 음식 조합을 잘 아는 사람
궁사물사 : 궁금한 사람? 물어본 사람?
머선129 : 무슨 일이야? 사투리에서 변형된 말
개펀리펀 : 개 fun re fun, 다시 봐도 꿀잼이라는 의미
복세편살 :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라는 뜻
만잘부 : 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JMT (존맛탱) : 아주 맛있다
가심비 :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이 좋을 때 사용하는 말
제곧네 : 제목이 곧 내용이네라는 뜻
자만추 :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는 뜻
웃안웃 : 웃긴데 안 웃기다는 의미
톤그로 : 피부에 맞지 않는 화장품이라는 말
법블레스유 : 법과 블레스(Bless), 유(you)의 합성어, 법만 아니면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의미
쿠쿠루삥뽕, 홀리몰리과카몰리 등은 특별한 의미 없이 감탄사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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