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 빛 바다의 매력 곽지해수욕장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by 조이홍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여름휴가로 제주를 찾으면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게 다양한 곳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아내와 나는 휴가가 끝나는 날 진짜 휴가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관광(觀光)보다는 휴양(休養)으로 휴가의 성격이 바뀌었다. 주로 바닷가에서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하고 낮잠도 자고, 책도 읽었다. 다행히 준, 큐 형제 모두 바닷가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가족 모두 진정한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휴양의 시작은 아마도 곽지 해수욕장을 만나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7년 전쯤인가 제주로 여름휴가를 왔을 때 우리는 늘 그렇듯이 즐겨 찾던 협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가까스로 주차를 하고 해변을 본 순간 아주 당황스러운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이 정말 사랑한 협재 해수욕장이 마치 워터파크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사람이 이렇게 많을 수가 없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바다로 들어가 몸을 담글 수조차 없어 보였다. 휴가철에 얼마나 많은 인파가 해수욕장을 찾는지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함께 자료화면으로 나올 만한 장면이었다. 인파 속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도 물론 많지만 아이가 있는 부모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협재를 빠져나왔다. 준, 큐 형제의 바닥난 인내심이 폭발하기 전에 빨리 가까운 바닷가를 찾아야 했다. 그렇게 우연히 발견한 곳이 곽지 해수욕장이었다. 협재해수욕장과 1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차로 10분이면 도착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곽지지만 그때만 해도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해수욕장이었다. 우리가 머무른 사흘 내내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조용하고 깨끗한 바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만의 것이었다. 특히 비취 빛 바다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아이들이 놀기 좋은 천연 원담도 있었다. 원담은 썰물 후 얕은 물에서 다양한 물고기들을 볼 수 있어 준, 큐 형제가 너무 좋아했다. 하루 종일 둘이서 신나게 너무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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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찾은 곽지 해수욕장은 여전히 비취 빛 바다가 아름다웠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눈물 흘릴 일은 점점 없어지는데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가끔 울컥해질 때가 있다. 곽지의 바다가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니 고마웠다. 물론 달라진 점도 있었다. 사람이 아주 많아졌고 주위에 건물이 늘어났다. 해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니 숨겨놓은 보물을 다른 사람에게 들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내 욕심이었다. 갈수록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니 도리가 없었다. 주위가 적당히 개발되면 편의시설도 늘어나니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적당함의 수준이다. 솔직히 자연과 만나고 싶은 제주에서 신도시 카페 골목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나 혼자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지만 제주를 사랑하는 여행객으로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 나 혼자 세상 걱정을 다 하는 동안 준, 큐 형제는 벌써 원담을 한번 둘러보고 스노클링 장비와 잠자리채를 들고 바다로 갔다. 나도 목숨 걸고 (아내에게 반대 의견을 제시했으니) 챙겨 온 족대를 챙겨 따라갔다. 물이 어느 정도 빠져 범돔이나 보리멸, 새끼 복어 등을 잡았다. 이제는 준, 큐 형제도 잠자리채로 제법 잘 잡는다. 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그동안 제주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잠자리채를 망가뜨렸던가? 하지만 잠자리채는 족대 앞에서는 장난감일 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나도 민물용 족대로 바닷속에서 혼자 고기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우리가 물고기를 잡기 시작하면 어느새 우리 주위로 엄마들과 아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잡은 물고기를 아이들에게 구경시켜 주기도 하고, 한두 마리 얻으러 오기도 한다. 우리는 가능하면 잡은 물고기를 다른 아이들에게 주지 않는다. 욕심쟁이여서가 아니다. 잡은 물고기는 준, 큐 형제가 만들어 놓은 모래 수족관에 풀어주고 누구나 구경할 수 있게 한다. 그러다 집에 오기 전에 모두 놔준다. 먹을 목적이 아니라면 불필요한 살생은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는 경우 (예쁜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귀여움을 발산하는 경우) 에도 집에 가기 전에 바다에 다시 놓아주어야 한다는 약속을 받는다. 그 아이들이 실제로 풀어주었는지 확인은 못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라 꼭 그렇게 했다고 믿는다.


곽지 해수욕장은 넓은 백사장과 얕은 수심, 완만한 경사로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장소이다. 입구에 엄청 시원한 용천수가 나오는 노천탕도 있어 이색적인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가까운 곳에 담백하고 맛있는 당근 케이크를 판매하는 하우스 레시피 (한림읍 일주서로 5892)도 있으니 간식용으로 사가면 좋다. 물놀이하다 출출해질 때 쯤 한 입 베어 먹으면 맛이 정말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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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원담 이야기>


제주 해안가에서 밀물과 썰물의 차를 이용하여 고기를 잡을 수 있게 쌓아 만든 돌담을 말한다. 만(灣)을 이룬 자연적인 지형을 이용하거나 인공적으로 돌담을 쌓아 놓고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이 되어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 자연히 그 안에 갇혀 쉽게 잡을 수 있게 장치해둔 곳이다. 돌로 만든 그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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