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예쁜 김녕 해수욕장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by 조이홍

우리 가족이 즐겨 찾는 해수욕장은 좋고 나쁨을 떠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변했다. 협재, 함덕, 곽지가 그랬다. 처음 본 느낌 그대로 있어주길 바랬지만 욕심일 뿐이다. 제주로 유입되는 여행객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토록 아름다운 해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안타깝지만 우리가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 변하지 않은 곳이 있다. 언제나 우리를 기다려주고 포근하게 안아줄 것 같은 곳, 바로 김녕 해수욕장이다. 인근에 있는 함덕 해수욕장과 월정리 해변에 가려져 있어 그런지 여전히 덜 알려진 보석 같은 곳이다. 요즘도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여유롭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심지어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무엇을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


김녕 해수욕장은 에메랄드 색과 코발트 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바다 색깔이 예쁜 곳이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하게 바다 색깔이 표현되는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게다가 근처에 커다란 풍력 발전기가 있어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하기도 한다. 제주의 다른 해수욕장처럼 꽤 멀리까지 수심과 경사도가 낮아 아이들과 물놀이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김녕 요트 투어의 스노클링 스폿도 해수욕장 바로 앞이기 때문에 파란 하늘과 멋진 요트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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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달살이 첫 주를 계속 바닷가에서 놀다 보니 해수욕장에 도착하면 야영지에 도착한 군인처럼 각자의 임무를 일사불란하게 처리한다. 그늘막을 치고 야외용 돗자리를 깔고 캠핑 의자를 앞에 배치한다. 비치 타월을 깔고 돗자리가 날아가지 않도록 돌을 주워와 각 모서리에 올려 둔다. 이 모든 과정이 10분 안에 끝난다. 세팅이 끝나면 준, 큐 형제는 아쿠아슈즈로 갈아 신고 스노클링 장비와 잠자리채를 챙겨 물고기 탐색을 시작한다. 나도 아쿠아슈즈를 신고 따라나선다. 바닷가에서는 아쿠아슈즈가 필수다. 바위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고 모래 바닥의 조개껍데기나 이물질로부터 발을 보호해 주기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 꼭 챙겨 신는다. 한편 아내는 가장 예쁜 장소를 찾아다니며 셀카를 찍는다. 많이 찍는다. 자기애가 넘치는 아내는 만족할 만한 사진이 나올 때까지 찍고 또 찍는다.


올해 해수욕장에서 유독 해파리를 많이 만났다. 김녕에도 해파리가 제법 많았다. 아예 해파리 전문가(안전요원)가 머물며 해파리를 처리하기도 했다. 작은 해파리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물놀이를 했지만 가끔 진짜 큰 해파리가 나타나면 준, 큐 형제는 얼른 바다 밖으로 뛰어나왔다. 해파리는 근육 수축을 통해 물을 아래쪽으로 밀어내면서 이동하지만 운동성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 조류의 흐름에 따라 이동한다. 이렇게 조류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해파리가 위험한 이유는 스스로 사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근처에 사람이나 장애물이 가까이 오면 본능적으로 촉수를 휘두르며 독을 마구 쏘아대는 것이다. 해파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하면 절대 안 된다. 예전에 직장 동료가 해파리에 쏘인 경험이 있었는데 거의 한 달 이상을 치료하며 고생을 했다. 아프기도 엄청 아프다고 했다. 해파리에 쏘이면 해당 부위에 손을 대거나 문지르지 않고 물밖으로 나와 깨끗한 물로 충분히 세척해주어야 한다. 민간요법으로 흔히 사용하는 식초는 해파리의 종류에 따라 사용 유무가 달라질 수도 있어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통증이 심할 경우에는 냉찜질을 해주는 것도 좋다고 한다. 물론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해파리들을 잠자리채로 건져내고 있는 준, 큐 형제를 그만하게 한 것도 혹시 잠자리채에 촉수가 남아 있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안전요원이 꾸준히 해파리를 처리해 주신 덕분에 안심하고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김녕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처리해주신 안전요원 아저씨 정말 고맙습니다.


해수욕장에 반려견과 함께 온 가족도 제법 있었다. 반려견도 해수욕장 입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바닷물에 들어오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반려견이 조금이라도 물에 들어오면 어떻게 아는지 상황실에서 경고 방송이 나왔다. 특히 김녕과 표선 해수욕장이 엄격했다. 아내는 상황실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엄청 열심히 일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같이 물놀이를 즐겨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일반 이용객의 안전과 청결 문제 때문에 금지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더 늘어나면 언젠가 인간과 반려동물이 함께 물놀이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김녕 해수욕장 주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해수욕장 입구에 매점이 하나밖에 없다. 매점에서 치킨도 판매하고 근처 중국집에서 짜장면 배달도 가능하지만 해변에서는 역시 컵라면이 최고다.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아내도 바닷가에서 먹는 컵라면만큼은 무척 좋아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컵라면을 먹을 때면 평소에 먹지 못하는 탄산음료도 함께 먹을 수 있으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셈이다. 김녕 해수욕장 근처에 맛집이나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매점 하나밖에 없는 지금 그대로가 좋다. 이런 불편함은 얼마든지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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