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One 금능 해수욕장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by 조이홍

이번 제주 한달살이를 통해서 새롭게 발견한 제주의 보석 중에 최고를 꼽으라고 하면 우리 가족 모두 주저하지 않고 금능 해수욕장을 꼽을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갈등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라도 더 금능을 찾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만큼 이곳은 아직 많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옛 제주의 바다 그대로, 자연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내게는 20년 전 협재 해수욕장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같은 곳이다.


한림읍에 자리한 금능 해수욕장과의 인연은 회사 업무로 시작되었다. 브랜드 매니저로 일할 당시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곳에서 해양보호활동을 계획했다. 전문 다이버와 지역 주민이 금능 바닷속의 폐기물과 쓰레기를 수거하고 해변 정화활동도 진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행사 당일에 정작 다른 업무로 바빠서 참석을 하지 못했다. 행사는 물론 잘 마무리되었다. 벌써 3년도 지난 일인데 담당자였던 나는 이제야 찾아오게 된 것이다. 조금 식상한 표현지만, 금능 해수욕장을 처음 보고 우리 가족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준, 큐 형제는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질렀다. 좋은 날씨 탓도 있었겠지만 해변 앞으로는 비양도가 그림처럼 바다 위에 떠있고, 뒤로는 야자수와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었다. 그 가운데 펼쳐진 에메랄드와 비취색 바다는 너무 아름다워 사실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완벽한 바닷가의 모습이다. 사람의 손으로 그릴 수는 있어도 현실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것 같은 풍광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토록 협재를 많이 다녀갔는데 어떻게 금능에 한 번도 오지 않았을까 싶었다.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인데 말이다. 이제라도 발견했으니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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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금능 해수욕장은 스노클링 하기에 최상의 장소다. 수심이 낮고 잔잔한 파도 덕분에 썰물 때에는 꽤 멀리까지 나갈 수 있는데 범돔, 보리멸, 복어, 고등어, 벵에돔 그리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물고기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떼로 몰려다닌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어서 그런지 물고기들이 도망가지도 않았다. 오히려 우리 주위를 뱅뱅 돈다. 물고기들도 사람이 신기한가 보다. 다른 곳에서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밖에 되지 않는 범돔도 이곳에서는 손바닥만 한 것 투성이다. 새끼 벵에돔은 나 잡아봐라 하듯이 잘도 나를 놀려댔다. 꼭 한번 잡고 싶었는데 너무 빨라 끝내 잡지 못했다. 그 대신 사리(밀물과 썰물의 차가 최대가 되는 시기) 때 그렇게 잡기 어렵다는 문어를 잡았다. 그것도 세 마리나 말이다. 한 마리는 스노클링 하다가 아내의 눈에 띄어 잡혔다. 바위 색깔로 위장해 알아보기 힘든 것을 아내는 어떻게 눈치챘을까? 손으로 잡기에는 조금 겁이 나 가져 간 족대로 얼른 잡았다. 가장 큰 문어와 작은 문어는 큐가 발견했다. 사리 영향으로 바다 중간 수심이 얕은 곳이 마치 길처럼 드러났는데 물이 빠질 때 미처 빠지지 못한 문어가 모래 위를 기어가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바다를 탐구하는 큐의 집중력은 정말 대단하다. 이런 집중력을 공부할 때도 조금만 발휘해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집 근처 횟집에서 문어 손질을 부탁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오늘 큰 횡재한 거라고 하셨다. 세 마리 문어는 문어숙회와 문어라면으로 변신해 우리의 기력을 보충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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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한 달 머무는 동안 금능을 일곱 번이나 왔다. 이곳도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이라 일부러 늦게까지 놀다가 그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고 가기도 했다. 갯바위 낚시도 했다. 물론 낚시로는 물고기 한 마리도 못 잡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고기를 잡고 싶었다면 스노클링 장비와 족대를 챙겨 바닷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지만 낚시 자체를 배우고 즐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금능 앓이로 곽지와 김녕에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금능을 본 후 마음을 빼앗겨 다른 곳에 갈 수가 없었다. 다른 곳이 아름답지 않거나 사람이 많아서가 결코 아니었다. 마침 날씨가 정말 좋았고, 마침 바다, 비양도 그리고 구름이 너무 잘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았으며 마침 잔잔한 파도에 투명한 바닷물 속으로 예쁜 물고기들이 많았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안 갈 수 있었겠는가? 금능에 자주 가다 보니 이곳이 웨딩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청나게 많은 예비부부가 다녀갔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제발 금능해수욕장만은 가지 마세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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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비양도 이야기>


비양도(飛揚島)는 하늘을 날아온 섬이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바다에서 솟은 화산이다. 섬 전체 면적은 약 0.6㎢ 정도로 해안 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도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옛날에는 비양도를 죽도(竹島)라고 부를 정도로 대나무가 많았지만 지금은 띠가 온 산을 덮고 있다. 띠는 볏과에 속하는 풀로 제주에서는 ‘새’라고 하는데 제주 초가지붕에 얹는 풀이 바로 이 띠다. 비양도를 들어가려면 한림항을 이용해야 한다. 배편은 하루에 모두 네 번이 있다. 한림항 출발은 09:00, 12:00, 14:00, 16:00이고, 비양도에서 나오는 시간은 09:16, 12:16, 14:16, 16:16이다. 승선권은 왕복 기준 대인 9,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제주 부속섬 중에 아직은 한갓진 섬마을로 옛 제주의 정취를 느껴 보고 싶다면 비양도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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