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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Nov 25. 2022

달을 둘러싼 辛 우주 패권 경쟁

전 세계가 작고 동그란 축구공에 열광하는 사이 NASA 우주선 '오리온'이 더 커다란 구체인 달 상공 130km 지점까지 근접 비행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의 달 착륙 이후 50년 만에 재개되는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의 일환으로 지난 16일에 발사된 아르테미스 1호는 '차세대 대형 발사체 우주발사시스템(SLS)'과 오리온 우주선의 안전성 및 기능을 검증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끝내면 2024년 본격적인 유인 달 탐사가 시작된다. 화성에 밀려 찬밥 신세로 전락했던 달이 다시 우주 시대의 중심에 우뚝 섰다. 

<오리온의 광학 내비게이션 카메라로 찍은 지구 / NASA 홈페이지 제공>

차세대 발사체 시스템(SLS)은 NASA가 새롭게 개발한 우주 발사체다. 기존 유인 우주 탐사를 수행한 새턴 V 로켓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자랑한다. 2014년 개발에 착수해 개발 비용만 약 230억 달러(31조 900억)가 투입됐다. 로켓 길이는 98m로 32층 건물 높이에 달하고 지구 저궤도까지 무려 143t의 탑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다. 이런 고성능 발사체가 필요한 이유는 달에 정착할 수 있는 제반 시설을 건설하고, 화성 탐사를 위한 자원과 인력을 달에 운반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주먹구구식으로 우주 개발하던 냉전시대가 아니다. 두 수, 아니 열 수 뒤를 내다보는 미국의 치밀한 우주 개발 전략이다. 


이번 탐사에는 사람을 태우지 않았지만, 오리온 우주선은 향후 우주비행사를 우주에 데려다주고, 지구로 귀환하는 탐사 차량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오리온 안에는 특수 제작된 마네킹 세 구가 실렸다. 이 마네킹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방사선 노출 여부와 움직임 등을 측정하고, 로켓의 발사, 지구 진입 등 다양한 임무 수행 과정에서 착용할 차세대 우주복 성능도 점검한다. 또한 지구 귀환 시 시속 4만㎞ 속도를 견뎌낼 우주선의 방열판과 열 차폐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검증할 계획이다. 


이번 1단계 무인 탐사에 성공하면 2단계에서는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오리온 우주선이 달 궤도를 돌아 지구로 귀환하는 유인 탐사를 거친 뒤 3단계 계획이 추진된다. 인류 최초로 달 탐사에 성공한 아폴로 계획은 NASA의 위대한 업적이지만, 달에 내린 우주비행사 12명 모두 백인 남성이었다. 3단계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최초로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게 된다. 우주에도 비로소 다양성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최근 유럽우주국은 장애인 우주비행사 후보를 선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미국 주도 하에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이탈리아, UAE 등 2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 5월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해 10번째 참여국이 됐다. 9월 발사된 우리나라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호에 NASA가 개발한 음영 카메라 섀도 캠을 장착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을 주축으로 여러 국가가 참여한 아르테미스 협정은 달 탐사에 한 발 앞서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중국이 미국보다 한 발 앞서 달 탐사 계획 ‘창어(嫦娥)’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무인 우주탐사선 창어 1호를 시작으로 2018년 12월 발사된 창어 4호가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다. 중국 역시 2024년 달 남극을 탐사하고, 2030년 이후를 목표로 달 남극 기지 건설을 위한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이 우주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것과 발맞춰 민간 기업들의 달 착륙선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선두에 나선 건 일본의 신생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다. 아이스페이스는 다가오는 29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일본의 첫 달 착륙선인 '미션1(M1)'을 스페이스엑스의 팰컨 9 로켓에 실어 발사할 예정이다. 이 착륙선에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과학장비와 함께 UAE의 소형 로봇 탐사차가 실린다. M1 우주선이 달 착륙에 성공하면 일본과 UAE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에 이어 네 번째 달 착륙 국가 대열에 동시에 합류하게 된다. 한편 미국에서는 '애스트로보틱'과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달 착륙에 도전 중이다.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착륙선 '노바-시(Nova-C)'는 내년 3월 발사 예정이지만 M1과 달리 직선 경로로 비행하기 때문에 단 6일 만에 도착이 가능하다. M1은 연료 절약을 위해 지구와 태양의 중력을 이용하는 우회 경로로 비행해 내년 3월~4월경 도착 예정이라 아직 어떤 회사의 우주선이 먼저 달에 착륙할지 알 수 없다. 애스트로보틱은 올해 안에 착륙선 '페레그린'을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페레그린에는 나사 장비를 포함해 10여 개의 탑재체가 실릴 예정인데 이중 눈길을 끄는 건 영국 신생기업 '스페이스빗'이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아사구모’다. 달을 포함해 다른 천체에 보행 로봇을 보내는 건 아사구모가 처음이다. 이 프로젝트에 성공하면 영국 역시 첫 달 탐사를 기록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난 8월 발사한 대한민국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는 무얼 하고 있을까? 다누리호는 얼마 전 BTS 뮤직 비디오를 지구로 전송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런 상태로 계속 비행하면 12월 말경 달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다누리호 발사 /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민간 기업이 달 착륙선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달에 헬륨 3, 우라늄, 희토류 등 희귀 자원이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헬륨 3은 금보다 여섯 배 이상 가치가 높은 자원으로, 채취에 성공해 지구로 가져올 수만 있다면(물론 핵융합 기술 개발이 완료되어야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고민을 끝낼 수 있다. 방사능과 이산화탄소 배출 걱정 없는 완벽한 그린 에너지가 헬륨 3다. 과연 이토록 경제적 가치가 뛰어난 달의 희귀 자원은 누구 것일까? 이는 아직 국제법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각 국가별로 마련한 국내법에 따른다.  


2015년 미국은 ‘민간우주발사경쟁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미국 기업에 다른 천체에 대한 재산권은 부여하지 않지만, 거기서 추출한 우주 자원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 외계 행성에서 민간 기업이 자원을 획득할 경우 그 권리는 해당 기업에 있다는 것이다. 룩셈부르크와 UAE도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고, 최근 일본도  ‘우주자원 탐사와 개발을 위한 상업적 활동 촉진법’이라는 유사한 법안을 발효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국가 모두 아르테미스 협정 서명국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국내법을 이용해 우주자원 처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67년 체결한 우주조약에 따라 우주는 모두의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지는 우주조약 체결국 모두가 함께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러시아가 빠지는 상황에서 달 자원 개발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달 기지 건설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민간 기업도 참여하면서 달을 둘러싼 우주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발사체와 우주선으로 달 탐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우주 강대국들에 비하면 많이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다. 하루아침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다고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더 늦기 전에 우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유럽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수 세기에 걸쳐 지구를 지배했다. 여기에는 서로 다른 문명의 충돌, 살육과 약탈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 우리가 아는 한, 우주 개발에는 그런 어두운 그림자는 없다.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진 정당이 권력을 잡든 우리는 미래로 나가야 한다. 자꾸만 뜨거워지는 지구를 멈추기 위해서도 국제사회와 더욱 연대해야 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 비전을 가진 정치인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달을 두고 매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류는 한 마리 개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최초로 생명체를 태워 우주로 보낸 역사적인 사건, '스푸트니크 2호' 이야기다. 모스크바 인근을 떠돌던 이름 없는 개는 동료들로부터 '라이카'라는 이름을 얻고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우주로 보내진 최초의 생명체다. 라이카의 탑승 실험으로 비로소 유인 우주선의 시대가 열렸다. 어차피 돌아오지 못할 운명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운명은 라이카에게 가혹했다. 온도 제에 시스템이 고장 나 선내 온도가 40도를 훌쩍 넘었고 좁은 공간에 갇힌 스트레스로 라이카는 발사 몇 시간 만에 죽음을 맞이했다. 스푸트니크 2호도 열흘간 지구 궤도를 돌다가 대기권에서 소멸했다. 러시아어 '스푸트니크'는 '동반자'라는 뜻이다. 이 글을 쓰면서 예전에 '한뼘소설'로 썼던 <동반자>가 떠올랐다. 내용을 일부 수정해 다시 소개한다.  




 숨쉬기가 힘듭니다. '하늘을 나는 집'이 점점 뜨거워집니다. 이 집도 제 몸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가족이 없습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세상에는 오직 저 혼자였습니다. 동료들이 보잘것없는 저에게 먼저 다가와 주었습니다. 도시의 뒷골목을 떠돌던 제게 따뜻한 보금자리와 맛있는 먹이를 선뜻 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제게도 이름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저는 숫자나 거친 된소리로 불리지 않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동료들처럼 똑똑하지는 않아도 이 여행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도 비밀을 귀띔해주지 않았지만 본능이 제게 속삭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인간 동료들보다 훨씬 뛰어났습니다. 아마도 홀로 하늘을 나는 집에 있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배신감 같은 건 느끼지 않았습니다. 헤어지는 날, 동료들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슬픈 눈이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제게도 무언가 내어줄 게 있어서 오히려 행복했습니다. 이상한 장치들이 시뻘건 불빛과 함께 요란한 소음을 토해냅니다. 겁이 없는 저도 조금 무섭습니다. 동료들과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하늘을 나는 집과 똑같이 생긴 작은 공간에서 놀았습니다. 재미있는 놀이를 지칠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했습니다. 그래도 동료들이 곁에 있어 힘들 줄도 몰랐습니다. 지금 이 작은 집에서 무엇보다 힘든 건 끝없이 펼쳐진 하늘에 저 홀로 있다는 사실입니다. 외로움은 시뻘건 불빛이나 요란한 소음보다 훨씬 무섭습니다. 아, 이제는 정말 숨쉬기 힘듭니다. 저는 여기서 죽지만, 제 동료들은 더 멋진 여행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제 이름은 라이카입니다. 제게 이름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 순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바이코누르 우주 기지국 안에는 세계 최초로 우주로 간 생명체의 구슬픈 하울링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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