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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Nov 24. 2022

쉽게 출제했다는 수능 한국사 영역을 풀어보았다

올해도 수능 문제를 풉니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시험지를 다운로드하여 한국사 영역, 국어 영역, 그리고 영어 영역을 풀어 보는 게 가족 이벤트가 되었다. 역사학 전공자라 3년 전에는, 너무 까마득한 옛날이라 대학교에서 배운 건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저 재미로 한국사만 풀었는데 중학교 다니는 아이에게 '국어 공부'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기 위해 국어와 영어까지 풀게 되었다. 평소에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으면 수능 문제도 거뜬히(?) 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국어는 그렇다 치고 영어는 왜 풀었을까? 영어 영역에서 문법에 관한 문제가 한 문항밖에 나오지 않기에 결국 영어도 '문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접 풀어 보니 영어 단어를 전부 알아도, 문장을 해석해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었다. 질문과 지문을 이해하고 배경 지식을 활용해 추론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았다. 더러 단순 독해 문제도 있었지만 결국 영어 영역 역시 문해력이 핵심이 '언어' 시험이었다. 그렇게 다시 대입에 도전하는 것도 아닌데 수능 시험의 절반을 풀었다. 때로는 재미있었지만 때로는 힘들었다. 얼마나 어려운지, '이런 걸 고등학생이 푼다고?' 낙담할 때도 많았다. 특히 작년 국어와 영어 영역은 정말 매웠다.  


 마침 아이가 기말고사 기간이라 문항수가 적은 한국사 영역부터 풀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 싶었다. 


2023학년도 대입 수학능력 출제위원장이 밝힌 한국사 영역 출제 경향은 "한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평가한다는 취지에 맞춰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했다"였다. 지난 5년 동안 한국사 영역 기출문제들을 푼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자면 수능 한국사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 자체가 쉽다기보다 '보기'가 헷갈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사실 시험이 어려운 건 보기 두 개가 헷갈릴 때가 아니던가! 수업 시간에만 집중했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을 터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올해 홀수형 1번 문제는 신석기시대 대표 유적지인 '암사동 유적'에 관한 문제였다. 이 시대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고르면 된다(한국사 영역은 늘 이 문제가 1번으로 나온다).

1) 간석기가 사용되었다. => 신석기시대

2) 백동화가 발행되었다. => 백동화는 조선시대 말 전환국에서 발행한 화폐다.   

3) 철제 무기가 보급되었다. => 철기시대

4) 비파형 동검이 보급되었다. => 청동기시대

5) 석굴암 본존 불상이 만들어졌다. => 통일신라시대

이 문제는 지문에 '농경과 목축이 시작된 시대'라는 힌트가 있어 신석기시대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2번, 3번, 5번은 확실히 답이 아니다. 4번이 살짝 헷갈릴 수 있지만, 비파형 동검은 청동기 시대 대표 유물이니 수험생들은 쉽게 맞힐 수 있는 문제다. 게다가 2번 '백동화'를 몰라도 풀 수 있다. 적어도 신석기에 화폐를 발행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홀수형 9번 문제는 김옥균과 박영효가 주축이 되어 일으킨 갑신정변에 관한 문제다. 이 변란의 영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면 된다. 이 또한 보기의 시대적인 구분이 너무 뚜렷하다.  

1) 삼청 교육대가 운영되었다. => 현대

2) 자유시 참변이 발생하였다. => 1920년대

3) 한성 조약이 체결되었다.

4) 삼별초가 조직되었다. => 고려말

5) 녹읍이 폐지되었다. => 신라시대

아마 수험생이라면 갑신정변의 결과로 조선과 일본이 한성 조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을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걸 모른다고 하더라도 1번, 4번, 5번은 확실히 아니다. '자유시 참변'과 '한성 조약' 두 개 중에 고민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다. 나는 다행히(?) 한성 조약을 알고 있어 수험생들처럼 쉽게 맞췄다. 


난해한 두세 문제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런 식으로 문제가 출제되었다. 총 20문제 중에 틀린 문제는 하나였다. 3점짜리 15번 문제를 틀렸다(실수였다고 말하고 싶지만 실수도 실력이라고 늘 아이한테 말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난 3년간 한국사 영역을 풀었는데 이번 결과가 가장 좋았다. 보통은 2~3개 정도 틀렸는데 확실히 이번 시험은 쉬웠나 보다. 


요렇게 말하면 무척 '4가지' 없어 보인다. 수험생들은 뼈를 갈아 넣으며 공부한 걸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잘 봤으니 말이다. 한국사 시험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 절반만 맞다. 어른이 되어도, 누가 공부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공부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게 언제일까? 지적 호기심이 생길 때다. 역사를 전공해서 가끔 역사 관련 책을 읽거나 궁금한 사건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곤 한다. 평소에 공부하는 셈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에게 귀감이 되어야 할 때다. 공부 잘해야 한다고 잔소리하는 건 하수다. 점수로 보여주면 된다. 평소에 책을 가까이하고 단순 암기가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면 시험을 잘 볼 수 있다. 아이에게 제대로 된 공부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수능 문제를 푼다. 호수 위에서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처럼 평온해 보여도 사실 물아래서는 엄청나게 물장구를 치고 있다. 좋은 성적이 그냥 나오는 건 아니다.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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