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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Dec 15. 2022

글쓰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작가들의 글쓰기

작가들의 글쓰기

다사다난했던 2022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새해가 시작되었다는 설렘도 잠시, 시간에 가속도가 붙었는지 눈 깜짝할 새 6월인가 싶더니 추석이고, 추석인가 싶더니 크리스마스가 코앞에 다가왔다. 숫자라는 프레임 안에 시간을 가뒀지만, 시간은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해 본다. 올해 나는 무엇을 했던가.


출간을 꿈꾸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눈에 띄는 커다란 성과는 없었다. 이런저런 시도도 아직 빛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좌절했다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써 놓은 글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소중한 일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터였다. 투박한 원석을 발굴해 세상에 둘도 없는 보석으로 만드는 과정은 무척이나 길고 지루하다. 하지만 그 작업의 끝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이 있다.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 말이다. 깎이고 깎이고 또 깎이는 고통을 통해서 원석은 보석으로 거듭난다. 다른 방법은 없다. 나는 그저 여전히 깎이고 있는 중이다.   


절차탁마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볼까 하는 사사로운 마음에 올해는 특히 글쓰기 관련 책을 많이 읽었더랬다. 리스트를 훑어보니 대략 15권 정도 된다. 


장르 소설을 쓰고 싶은 이들이 읽어볼 만한 레이먼드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21세기 르네상스적 인물 움베르트 에코의 <젊은 소설가의 고백>

등단 50주년을 맞아 독자와 묻고 답한 내용을 담은 조정래의 <홀로 쓰고 함께 살다>

묘사(보여주기) 스킬 쌓기에 그만인 샌드라 거스의 <묘사의 힘>

작가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는 로저 로젠블랫의 <하버드대 까칠 교수님의 글쓰기 수업>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법에 대한 안내서 강원국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 

스토리의 힘을 깨닫게 해주는 리사 크론의 <스토리만이 살 길> 

잘 쓰기보다 글 쓰는 습관 자체를 길러주는 이시카와 유키의 <쓰는 습관>

작가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지만 제대로 알기 어려운 '시점'을 위한 안내서 샌드라 거스의 <묘사의 힘>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그것도 잘, 편성준의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초단편 소설 쓰기의 실전 비급, 소설 쓰기에 도전하고 싶다면 읽어야 할 김동식의 <초단편 소설 쓰기>

시와 글쓰기에 관한 거의 모든 아포리즘 이성복의 <무한 화서> 

작법서를 읽고 소설가가 된 사람은 없다고 고백한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연필로 고래 잡는 글쓰기>

장편을 쓰지 못한 풋내기 작가 시절 헤밍웨이의 글쓰기와 삶을 보여준 <파리는 날마다 축제>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길잡이가 되어준 <인간의 130가지 감정 표현법>


이 책들을 읽고 내 글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느냐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여전히 글을 쓰는 건 어렵고 때론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루키는 자신은 글 쓰는 일이 조금도 고통스럽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건 神급에만 해당되는 말이고 출간이라는 바늘구멍을 쫓는 예비 작가에게는 고통스러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건 고통과 함께 즐거움도 따르기 때문이다. 행복 호르몬, 사랑 호르몬인 '도파민'이 중독에 관련된 것처럼 글쓰기도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러니 끊어내려고 해도 쉽게 끊어낼 수 없다. 더는 한 자도 쓰지 못할 것 같다가도 다시 노트북 자판에 두 손을 가지런히 올린다. 작가라서 쓰는가, 쓰니까 작가인 거지 하면서.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문장은 밑줄을 긋거나 필사를 해둔다. 챈들러 식으로 말하면 그 문장을 뜯고 해체해 내 문장으로 만들어 보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다. 금과옥조로 삼아 커다랗게 써 책상에 붙여두기도 한다. 여기 몇 가지 글쓰기 조언을 동료 작가님들과 나눈다. 나에게 의미 있는 문장이 동료 작가님들에게도 의미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내게 힘과 격려가 되어준 그 문장들이 작가님들이 창작의 바다를 길을 잃고 헤맬 때 한 줄기 불빛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네덜란드 저널리스트이자 사상자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휴먼카인드>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 본성은 선하며 우리는 남을 돕기 위해 태어났다고. 


네가 할 일은 진실한 문장을 딱 한 줄만 쓰는 거야.
네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 한 줄을 써봐. 
그렇게 한 줄의 진실한 문장을 찾으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었다.
- 헤밍웨이


제대로 쓰려고 하지 마라. 그냥 쓰라.
- 제임스 서버 (미국 소설가)


소설은 무엇을 추구하는가? 가슴에 불을 지르는 것이다.
- 제임스 미치너 (미국 소설가)


작가란 오늘 아침에 한 줄의 글을 쓴 사람이다.
-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


때때로 나는 궁금합니다.
글을 쓰거나 작곡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들은
도대체 인간의 삶에 내재된 광기나 우울, 고통, 두려움 등을
어떻게 피하는 걸까요?
- 그레이엄 그린 (영국 작가)


좋은 글을 쓰고, 못 쓰고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의 여부로 결정된다.
단어는 문학의 밥이다.
- 조정래


'영감'이란 약삭빠른 작가들이
예술적으로 추앙받기 위해 하는 나쁜 말이다.
- 움베르트 에코 


스스로 터득할 수 없는 작가는
다른 사람에게 배움을 얻을 수도 없습니다. 
'분석'하고 '모방'해 봐요. 
나에게 플롯은 만드는 게 아닙니다. 
자라나는 거지요.
- 레이먼드 챈들러 


그것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있으면 소설이 된다.
- 황정은 


커다란 실수와 시행착오를 범하라.
많은 종이를 다 써버려라.
완벽주의는 졸렬하고 냉혹한 형태의 이상주의이다.
반면 뒤죽박죽 무질서야말로 예술가들의 진정한 친구이다.
우리가 무엇을 써야 할지를 깨닫기 위해서도 실패는 필수다.
- 앤 라모트 


겉장이 파란 공책 한 권, 연필 두 자루와 연필깎이,
대리석 상판 테이블, 코끝을 간질이는 커피 향,
이른 아침 카페 안팎을 쓸고 닦는 세제 냄새, 
그리고 행운. 이것이 내게 필요한 전부였다.
- 헤밍웨이

모든 소설의 제목은 상징적이고 압축적이고 흡입력을 가져야 합니다.
작품의 주제를 상징해야 하고, 내용을 압축해야 하고,
그리하여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흡입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 조정래 


가슴에 불을 지필 준비가 되었는가? 공책과 연필 혹은 볼펜을 준비하자. 노트북 전원을 켜자. 영감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자. 인간의 삶에 내재된 우울, 고통, 두려움을 찾아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희망이라는 양념으로 맛깔나게 버무리자. 좋아하는 작가의 문장을 찾아 뜯고 씹고 맛보자. 진실한 문장을 처절하게 고민하고 그 생각의 요람 위에서 소설을 잉태하자. 그 소설에 독자를 끌어당기는 제목을 지어주자.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제목이 떠오르는 행운이 따를지도 모른다. 이 모든 위대한 성취는 한 줄의 문장에서 시작된다. 달랑 한 줄이 하찮게 느껴지는가? 그것이 당신을 진정한 작가로 만들어 줄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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