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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Dec 20. 2022

해답을 찾아가는 인류

계속 뜨거워지는 지구에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기후위기 이론이 옳고 인류가 온난화를 막지 못해
남극과 북극 일부를 빼고는 인간이 살 수 없게 된 경우,
누가 쓰건 기후위기가 파국으로 치달은 경위를 중심에 두고
역사를 정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유시민 <거꾸로 읽는 세계사> 中 


유시민 작가님의 걱정이 현실에 일어난다면 어쩌면 인류는 바퀴벌레나 생쥐에게 '문자'를 가르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기후위기 시나리오가 옳고 인류가 온난화를 막지 못해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맞으면 인류를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체는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적어도 인류가 한 시대를 풍미한 책임 있는 지배자라면 생존 가능성이 높은 種에게 문자를 가르쳐 '인간의 실패'를 교훈으로 남겨놓아야 한다. 그래야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無에 가까운 시대가 도래하면 과연 누가 역사나 인류의 교훈에 관심을 가질까. 어쩌면 40억 년 전 고독한 '유전자 수프'의 세계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휴, 그러면 우리(인류)가 무대에 다시 등장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까. 게다가 시행착오를 경험한 어머니 지구가 다음에는 인류 말고 다른 종을 파트너로 선택할지도 모른다. 기후위기는 현생 인류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것도 매우 풀기 어려운 숙제. 더 소름 돋는 건 언젠가 반드시 숙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축구공 하나에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사이 모처럼 인류에게 희망이 되는 뉴스가 들려왔다. 성공만 하면 기후위기를 한 방에 잠재울 수도 있는 엄청난 사건이다. 바로 미국이 지난 5일 '핵융합'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항성)처럼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화석 연료를 태우지 않으니 탄소 배출도 거의 없다. 방사성 폐기물도 나오지 않아 안전 문제도 걱정 없는 한 마디로 꿈의 에너지, 청정 무한동력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해 몇몇 나라들이 핵융합에 성공했지만, 정작 투입된 에너지에 비해 발생된 에너지가 적었다. 쉽게 말해 석유 10리터를 태웠는데 7~8리터만큼의 에너지만 나온 것이다. 그런데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 처음으로 투입된 에너지보다 20% 더 많은 순 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위기에 몰린 미국이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기 위해 벌인 '쇼'라고도 하고, 아직 과학적 성과일 뿐 상용화 단계까지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리리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어찌 되었건 인류가 '해답'에 한 걸음 다가선 건 분명하다. 


빌 게이츠도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탄소 제로'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언급했던 핵융합 발전은 워낙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상용화 시점도 예측할 수 없어 주로 국가 주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빌 게이츠뿐만 아니라 제프 베이조스를 포함한 많은 민간 기업과 스타트업도 대거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의 논리(이익 추구)로 움직이는 민간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건 희박하나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이고, 또 많은 기업이 참여하면 핵융합 기술이 더욱 빨리, 더욱 혁신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핵융합 기술 개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MIT 출신들이 만든 코먼웰스퓨전시스템스는 ‘스파크’라는 소형 핵융합로를, 구글과 쿠웨이트 투자청이 투자한 TAE 테크놀로지스는 ‘코페르니쿠스’라는 핵융합로를 만들고 있고.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제너럴 퓨전은 영국 옥스퍼드 인근에 대규모 실험로를 건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내에 핵융합 실증로 'KSTAR'를 건설해 기반기술(초전도 자석, 진공용기 등) 확보에 노력하고 있지만, 해외 사례처럼 민간 기업이 더욱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에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원료로 사용하지만, 핵융합은 중수소나 삼중수소, 헬륨 3을 원료로 사용한다. 중수소나 삼중수소는 바닷물에 일정 비율로 녹아있지만 극히 소량이기에 세간의 관심은 헬륨 3에 향한다. 헬륨 3라고?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달에 막대한 양이 묻혀 있으리라 추정되는 바로 그 광물. 미국이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유인 달 착륙선을 보내고 궁극적으로 달 기지를 건설하려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헬륨 3 때문이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돼 핵융합 발전 기술이 상용화되고 달에서 안정적으로 헬륨 3을 공급할 수 있다면 지구와 인류는 기후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 유한한 화석 연료에 더는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아무리 낙관적으로 계산해도 이는 2050년 이후에나 가능한 시나리오다. 속마음은 2100년 경이지만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라 50년이나 앞당겼다. IPCC는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실천하지 못하면 2도가 아니라 그 이상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리라고 경고했다. 안타깝게도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물리학계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고 한다. '핵융합 발전이 언제 상용화되느냐'라는 질문에 관련 연구자들은 항상 20년 뒤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핵융합 난도 불변의 법칙’도 있단다. 난관 하나를 겨우 넘어서면 그만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다.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이번 성과는 수많은 난관 중 하나를 겨우 넘어선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는 결국 해답을 찾아낼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유시민 작가님의 걱정이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우리도 각자의 삶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미래와 후대의 생명을 담보로 너무 많은 풍요를 당겨 쓰지 말아야 한다. 넘치는 풍요에 대한 이자는 무시무시한 복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2050년까지는 탄소 벨트를 더욱 꽉 옥죄는 수밖에. 아직 인류는 어머니 지구에게 안녕을 고할 때가 아니지 않은가. 


<이미지 출처 :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홈페이지, KSTAR 최초 플라스마 no.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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