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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사이언스

by 조이홍

우연히 '세계 다크투어'라는 JTBC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다. 마침 소재가 '백두산 화산 폭발'에 관한 것이었다. 백두산은 서기 이후 단 세 차례 발생했던 슈퍼 화산(화산폭발지수 7 이상) 중 하나로 지금으로부터 약 천년 전인 946년 대폭발을 일으켰다. 폭발 시 위력이 어찌나 대단했는지 우리나라(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역사뿐만 아니라 일본 역사에도 그 흔적이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그린란드 빙하 속에서도 백두산 화산재가 발견되었다. 이는 백두산 폭발이 한반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흩날리는 재는 마치 눈같이 사방에서 떨어졌는데
그 높이가 한치쯤 되었다.

홋카이도에 무려 5cm의 화산재가 쌓였다.


게다가 대폭발 당시 발생한 화산재가 대기를 덮어 북반구 평균 기온이 약 1도~2도 정도 하락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역사에도 당시 흉년에 따른 기근, 전염병, 민란 등이 끊이지 않았음이 기록되어 있다. 산업 혁명 이후 약 200년간 화석 에너지를 연료로 '풍요의 시대'를 질주한 인간의 노력 덕분에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1.5도냐 2도냐를 두고 설왕설래하는데, 그 증가분을 한 번의 폭발로 상쇄하는 어마어마한 재앙임은 분명했다.


백두산 천지 아래는 서울시 면적 두 배만큼의 '마그마방(또는 호수)'이 최소 2개 이상 존재하고, 여기에는 천 년 이상 응축된 마그마가 언제 분출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모여 있다. 소규모 분화는 100년에 한 번, 대규모 분화는 1000년에 한 번 발생했던 백두산이 마지막으로 분화한 것은 1925년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백두산이 폭발할 가능성은 100%라고. 문제는 타이밍과 규모이다. 일본의 한 화산 전문가는 2032년 백두산이 분화할 확률이 99%라고 주장했다. 2000년대 초반 잦은 화산성 지진으로 들썩거렸던 백두산이 자체 억제력으로 안정화 상태에 들어섰는데,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잠든 백두산을 깨웠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맞는다면 백두산 분화까지 10년 남은 셈이다. 물론 일부 학자들은 염려하는 것처럼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미 수 만년 축적된 마그마가 946년 대폭발로 한 차례 분화되어 마그마방이 생각보다 비어있으리라는 주장이다. 안타깝게도 어느 편 의견이 옳은지는 상자를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화산학자 '조지 테일러'는 화산학을 ‘신데렐라 사이언스’라고 불렀다. 화산학이 폭발에 따른 재해의 잿더미 위를 걸으면서 진보하는 과학이기 때문이다. Cinderella는 프랑스어 Cendrillon(불이 타고 남은 재)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토록 부조화스럽지만 적확한 비유가 있을까. 기후변화로 이미 충분히 골머리가 지끈한데 백두산까지 나서서 팔을 걷어붙였다. 이건 또 어쩌나…. 한 가지 해결책은 북한이 전 세계 화산학자, 지진학자 등 과학자들에게 백두산을 개방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가 의지할 것은 호박을 마차로 바꿔주는 마법이 아니라 과학의 힘일 테니 말이다.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면 당신은 지극히 보통 사람이다.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듣고 '화산 폭발 대비 요령'을 찾아본다면 당신은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다.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듣고 '이야기'가 떠올랐다면 당신은 크리에이터(창작자)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보통 사람인 나는 창작자가 되기로 했다.

이것이 새해 나의 첫 번째 글쓰기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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