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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소원

부제 : 아이들에게 부치는 편지

by 조이홍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절대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가족의 평화요"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가족의 평화요"할 것이요, 또 "그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 가족의 완전한 평화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얘들아!

아버지 소원은 이것 하나밖에는 없다. 내 과거 20년 평생을 이 소원을 위해 살아왔고, 현재에도 이 소원 때문에 살고 있고, 미래에도 이 소원을 達(달)하려고 살 것이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家臣(가신)으로 지난 10년간 눈칫밥과 설움을 받은 아버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이 완전하게 서로를 위하는 집에서 가신으로 사는 일이다. 아버지는 일찍이 우리 집의 家卒(가졸)이 되기를 원하였거니와, 그것은 우리 집에 평화가 찾아오면 가장 미천한 자가 되어도 좋다는 뜻이었다. 왜 그런고 하면, 가족이 서로를 위하고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는 평화로운 집에서 사는 것이 매끼마다 스테이크를 먹으며 서로를 헐뜯는 집보다 기쁘고 영광스럽고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집에서라면 기꺼이 절대자님 발아래 엎드릴 수 있다.


나는 우리 집이 동네(아파트)에서 가장 조용한 집이 되기를 원한다. 가장 넓은 집이나 고급 승용차를 몇 대씩 보유한 집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너희들이 자랄 때 뛰어다니며 낸 층간 소음으로 아래층에 늘 미안했으니 우리가 어찌 위층 네 살배기 아이가 거실에서 운동회를 벌인다고 화낼 수 있겠니. 우리 집 富力(부력)은 중간문을 설치하고 소음 매트를 살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조곤조곤 정겹게 이야기하는 대화법이다. 언성을 높이지 않는 대화법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이웃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동네에서 부족한 것은 '이웃 간의 情'이 아니요, 바로 '이웃 간의 靜'이다. 이웃끼리 다정하게 사는 것도 좋으나 동네 전체로 보면 현재의 느슨한 연대만으로도 평화롭게 살기에 충분하다. 우리 동네가 지금 불행한 이유는 누군가가 밤늦게 노래를 부르고 세탁기를 돌리고 샤워를 하거나 화장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창문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고 분리수거를 엉망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요함을 유지하고 기본을 지킨다면 온 동네가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고요함과 기본을 지키는 일의 시작은 예의를 갖춘 대화법이다. 형제가 서로 못된 것만 배우지 말고 잘하는 것에 더욱 힘쓰기를 바란다. 그래서 진정한 동네의 평화가 우리 집에서, 우리 집으로 말미암아 실현되기를 원한다. "그 집은 아이들을 정말 잘 키웠어" 절대자님이 듣고 싶어 하는 이 말을 듣게 되는 날까지 너희는 더욱 정진하라. 아버지는 가신이자 가졸로서 최선을 다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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