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텐스 열 단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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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 브런치에 글을 쓰다가 아무리 궁리해도 좋은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 쉬어갈까 하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켰습니다. 마치 누군가 토끼몰이라도 하는 것처럼 알고리즘이 챗GPT를 향해 무섭게 질주했습니다. 무심코 영상 하나를 클릭하고 그렇게 한 시간가량 챗GPT란 무엇인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부'했습니다. 시청을 끝내고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려는데 한 글자도 쓰지 못했습니다. 모니터와 저 사이에 거대한 장벽이라도 두른 것처럼 한 걸음도 나갈 수 없었습니다. A4 서너 장 에세이는 물론이고 시(詩)까지 그럴듯하게 써내는 재주꾼 AI를 보았더니 뭔가 허탈함, 허무함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고작 한 문장을 써 내려가지 못해 전전긍긍하는데, 녀석은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작품'이라 부를만한 것들을 완성하더군요. 아직은 여러모로 어색하고 서툰 구석도 많은 데다 하나마나한 대답이 주를 이루지만, 이런 문제들은 결국 시간과 빅 데이터(와 딥러닝)가 해결해 줄 것입니다. 지금은 그저 할아버지가 손주 재주 보듯 눈에 애정이 담뿍 담겨 바라보지만, 언젠가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어 우리를 가르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걸 왜 벌써 고민해. 그때 가서 생각해 물어보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자꾸만 이런 질문이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칩니다. 우리 세대는 지금 엄청나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건 아닐까. 그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중 하나는 인간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으리라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류를 말살하는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이런 발전 속도라면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특이점이 빨리 올지도 모릅니다. 선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지금처럼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바로 지금 차분히 앉아서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합니다. 어디까지 갈지, 어디까지는 가지 말아야 할지를요. 지금 브레이크를 걸어주지 않으면 가속도가 붙어 제어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미 AI가 작곡한 음악이, 그린 그림이 두각을 나타냅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소설도 쓴다지요. 세계 3대 문학상을 휩쓴 익명의 작가가 AI라면, 우리는 그 문학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설마 그런 날이 오겠어,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이, 설마 물을 돈 주고 사 먹는 날이 오겠어, 에이, 설마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날이 오겠어, 에이, 설마 비대면으로 수업받는 날이 오겠어. 에이, 설마 화성에 인류가 거주할 수 있겠어…. 과거에 누군가 상상했던 일은 결국 미래에 대부분 일어났습니다. 왜냐하면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꿈꾸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꿈이 한 편의 아름다운 동시였다면, 앞으로 펼쳐질 꿈의 스펙트럼은 100권 짜리 대하소설이 될 지도 모릅니다.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소망합니다. 저는 없겠지만, 미래 또한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