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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Dec 11. 2019

한 해의 마무리는 달력과 성장앨범 만들기로

인생 수업

  어느새 2019년의 마지막 달이 되었다. 40대가 된 이후로는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간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정말 휙~ 지나간다. 올해 달력의 첫 장을 넘기며 새해 다짐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계획은 많고 한 일은 없는 한 해였다. 마음이 헛헛하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이맘때면 항상 해오던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 해 동안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탁상용 캘린더와 벽걸이용 캘린더를 만드는 일이다. 또 준과 큐의 성장사(史)를 담은 앨범도 만들어야 한다. 1년 동안 찍은 사진을 추리고 추려서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린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컬 카메라로 옮겨 오면서 수도 없이 늘어난 사진을 정리하는 것은 큰일이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2~3주는 걸렸는데 다행히 요즘은 한 주 정도면 끝이 난다. 요령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단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경우는 여행이다. 보통 3박 4일 정도 다녀오면 6~700장은 족히 넘는다. 아내의 휴대폰과 내 휴대폰으로 찍고 별도로 가지고 간 DSLR 카메라로도 찍기 때문에 사진 숫자가 엄청나다. 그나마 내가 휴대폰을 아이폰5에서 갤럭시 S10으로 바꾸면서, 놀랄 정도로 성능 좋은 S10 카메라 덕분에 요즘은 DSLR 카메라는 챙기지 않아 사진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참 다행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날짜별로 사진을 정리한다. 그리고 해당 날짜에서 나만의 베스트 컷을 따로 모아 둔다. 캘린더와 아이들 성장 앨범은 오롯이 내가 맡은 일이기 때문에 사진 선택은 내 몫이다. (물론 최종 주문 전 아내의 허락을 득해야 한다. 그때 아내의 사진 위주로 재편집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베스트 컷을 바로바로 모아두면 연말에 사진을 정리할 때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물론 그때 베스트라고 생각하고 모아둔 것도 나중에 보면 아닐 때가 있어 전체적으로 한번 더 보게 되지만 그래도 대부분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평소에 해 두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계속 좋아지면서 퀄리티 높은 일상 사진을 언제라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일상 사진 또한 많이 늘어났다. 이 경우에는 월 단위로 사진을 저장해 둔다. <1월의 일상>, <5월의 일상> 이런 식이다. 이렇게 저장을 한 다음에 마찬가지로 베스트 컷을 따로 모아 둔다. 


  마지막으로 이벤트 사진은 따로 모아 저장해 둔다. 전시회나 공연을 보러 갔다거나 가까운 친척 결혼식, 가족 생일, OO랜드 간 날 등등 작은 이벤트마다 찍은 사진을 각각 저장해 두는 것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때마다 베스트 컷을 따로 모아 두면 한꺼번에 정리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베스트 컷만 모아도 사진이 수백 장이 넘는다. 하지만 막상 캘린더 작업을 하거나 성장 앨범을 만들려고 하면 쓸 사진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정작 작업을 할 때면 추가로 사진을 보충해야 할 때가 많다. 이럴 때를 대비해 B컷을 모아 두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사진이 덜 잘 나와도 테마와 주제에 맞는 사진을 골라 넣기도 한다. (여행, 먹기, 놀이 등등의 테마에 맞는 사진을 사용) 


  벽걸이용 캘린더는 3부를 만든다. 먼저 본가와 처가에 한 부씩 드린다. 양가 부모님이 무척 좋아하신다. 우리 어머니는 손자들 보고 싶을 때마다 달력을 바라보신다고 한다. 남은 한 부는 아이들 책 읽는 방에 걸어 놓는다. 아이들도 좋아한다. 올해 1월에 찍은 사진이 내년 1월 달력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매월 무엇을 했는지 추억을 되새겨 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은 성장 앨범이다. 태어난 해부터 매해 만들어 주었으니 준은 벌써 12권, 큐는 9권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의 평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준, 큐 형제는 가끔 각자의 성장 앨범을 꺼내 본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와 호기심 등 표정이 다양하다. 적어도 자신들의 성장 앨범을 꺼내 보는 재미를 아는 것 같다. 아내와 나도 가끔 꺼내 보며 추억을 되새기곤 한다. 아내는 지금 준, 큐 형제가 지겹도록 말을 안 들어도 그때(아기 때)로 돌아가기는 싫다고 한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란다. 나는 아내 속도 모르고 그때는 준, 큐 형제가 참 귀여웠어라고 혼자만의 회상에 빠져든다. 뒤통수가 따갑다. 사실 성장 앨범은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 독립하거나 결혼하게 되면 '추억 소환용'으로 만들어 둔 것이지만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들도 참 좋아하니 비싼 값에 아이들에게 팔아볼까 한다. 안 사곤 못 배길 것이다. 딱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만들어 줄 계획이다.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캘린더와 아이들의 성장 앨범까지 다 만들고 나면 정말 한 해가 끝이 난다. 12월 31일 자정을 넘기는 순간까지 작업하다 혼자 새해를 맞이할 때도 많았다. 모두가 잠든 밤 나 홀로 한 해의 사진들을 보며 웃고 눈물 흘리며 1년을 마감하는 것도 꽤 운치 있는 일이다. 헛헛한 마음을 전부 비우는 시간이다. 그렇게 비우고 또다시 채워 나갈 준비를 한다. 힘들고 지칠 때 가끔씩 꺼내 보는 추억 꾸러미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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