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어떻게 거대한 몸집을 갖게 되었을까요? 다양한 요인이 진화론적인 관점에 의해 설명됩니다. 어떤 요인이든 이러한 변화는 수백만 년 동안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유구한 지구의 역사에서 12월 31일 자정 바로 직전에 등장한 인류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간 단위입니다. 여러 원인 중에서 눈여겨볼만한 것은 거대한 식물의 출현입니다. 초기 공룡들은 주로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이었습니다. 마침 당시 지구 환경은 식물이 잘 자라기에 최상의 조건이었습니다. 날씨는 따뜻하고 비도 많이 내렸습니다. 모든 날이 식물에게 좋았습니다. 식물이 커지자 자연스레 공룡의 몸집도 커지게 된 것입니다. 사바나 초원에 사는 기린 목이 왜 그토록 길어졌는지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거대한 몸집은 거대한 식물을 소화하고 에너지를 얻기 위한 자연선택이었습니다. 초식 공룡들이 거대해지자 먹이 피라미드 위에 군림하는 육식 공룡들도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지구의 주인들은 거대한 몸집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날씨'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새삼 놀랍지도 않습니다.
한 평 텃밭에 이르는 계단은 대략 폭이 1.5미터 정도 됩니다. 사실 사람에겐 그리 넓은 계단은 아닙니다. 주말마다 한 평 텃밭에 오르는데 늘 작은 장애물을 만납니다. 한 번도 예외가 없습니다. 그 장애물이란 바로 거미줄입니다. 산에 오르다 보면 종종 좁은 등산로에서 거미줄이 얼굴에 걸릴 때가 있습니다. 아프지도 않고 딱히 몸에 해로울 것도 없는데 괜히 기분이 찜찜합니다. 물론 그럴 일은 없지만 꼭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이 된 듯한 기분입니다. 나무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숲도 아니고 휑한 계단 위를 가로지른 거미줄의 목적은 뭘까 궁금했습니다. 거미가 도대체 무엇을 사냥하려고 열심히 거미줄을 분비해 덫을 놓아둔 것일까요? 어쩌면 인간을 탐내는 건 아닐까요?
엉뚱한 상상입니다. 거미가 인간을..., 그럴 리야 없을 테지요. 기후변화로 종의 다양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거미는 주로 작은 벌레나 곤충을 먹이로 삼습니다. 극히 일부, 대형 거미류는 작은 도마뱀이나 새를 사냥하기도 하지만요. 지구가 조금씩 더워지면서 거대 곤충들이 출현합니다. 매해 등장해 일 년 농사를 망치는 거대 메뚜기 떼의 출현도 이런 사례 중 하나입니다. 몇 해전부터 동네 뒷산에 출현한 대형 매미나방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먹이 피라미드 아래에 있는 개체들이 커지면 위에 있는 개체들이 커지는 건 당연합니다. 거대 공룡처럼 진화의 산물입니다. 다만, 진화의 시간대에서 하루살이에 불과한 인류는 그 변화를 미처 인식하지 못할 테지만요. 중요한 건 우리가 깨닫건 깨닫지 못하건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가 아주 조금씩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라면 언젠가 거대 거미도 출현하지 않을까요? 인공 지능과 사물 인터넷, 웨어러블 로봇과 복제 장기 덕분에 '호모 데우스'로 진화한 인간이 대형 거미의 사냥감이 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미래입니다. 거미는 다른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를 테지요. 약 6,500만 년 전 말레기-투르냐시기 경계에 발생한 크레타이스-터티어리스 대멸종 시대에 살던 공룡들도 다른 꿈을 꾸었을 테고요.
다섯 번의 대멸종에도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습니다. 주인이 바뀌었을 뿐이죠. 한 평 텃밭에 오르는 계단에서 얼굴에 스친 거미줄 덕분에 참으로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 6월 폭염이 유난히 덥습니다. IPCC 6차 보고서 '정책 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이나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