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을 파는 끈기

by 조이홍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의미 있는 숫자나 좋아하는 숫자가 있습니다.


저는 611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6번으로 시작해 중3 때 당당하게 11번이 되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 당시에는 키 순서대로 번호를 부여받았습니다.

가장 작은 아이가 1번이었지요.

원래 작은 키였던 저는, 솔직히 한때 국민학교 6학년 키가 현재 키라고 우기기도 했지만, 무려 10번 대로 밀려났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습니다.

12번이 아니라 11번인 게 아쉬운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2번이었던, 제가 한~~~참 내려다보던 친구가 중3 때 40번 대로 갔다는 사실을 뒤늦게(반이 갈려) 알고는 충격에 휩싸이긴 했지만요.

원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잖아요.

그런대로 11번에 만족했습니다. 뿌듯했지요.

그래서 6과 11은 제게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19라는 숫자도 무척 좋아합니다.

태어난 날이니까요.

각종 비밀 번호의 두 자리는 이 숫자가 차지했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잖아요.

또한 14, 24라는 숫자도 19 만큼 의미가 깊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태어난 날이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저와 아이들은 모두 6월 생입니다.

아내는 10월 생이고요. 더 재미있는 건 아내가 태어난 날도 10일입니다.

그래서 6과 10을 더한 16이라는 숫자도 무척 좋아합니다.


21도 제게는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모솔인 제게 첫사랑이 찾아온 나이거든요.

현재의 제게 10, 14, 24가 엄청난 의미라면, 20대의 제게는 21이 전부였습니다.

뭐, 그때의 그리움이란 시간의 풍화가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긴 했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그 시절이 아스라한 날이 평생에 한두 번은 있잖아요.

파란 하늘이 눈부신 어느 봄날 오후, 스무 살의 내가 그리워지는 날이요.

그런 차원에서, 딱 그 정도만큼만 21은 제게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여보, 첫사랑이 아니라 '청춘'이 그리운 거랍니다~~~)


45라는 숫자도 제게는 무척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제 커리어, 직작생활의 터닝 포인트가 된 순간이거든요.

중간중간 편도 1차선 좁은 도로와 맞닥뜨리긴 했지만, 제법 쭉 뻗은 8차선 고속도로를 달리던 제게

자갈이 무성한 비포장 도로를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찔했지요.

하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에 결말이 어떻게 끝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내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다 정도로는 말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 45라는 숫자도 제게 분명 소중한 숫자입니다.


6, 11, 16, 19, 21, 45


눈치채셨나요?

여섯 개 숫자들.

네, 그렇습니다. 로또 번호입니다.

가끔, 그리고 요즘은 좀 더 자주 로또를 삽니다.

자동 선택이 당첨될 확률잎 높다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저는 제게 의미 있는 숫자를 매번 동일하게 선택했습니다.

10, 14, 24와 같은 숫자들도 중간중간 섞어서요.

그런데 몇 주 전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저 '운'에 맡겨 볼까 싶어 자동을 선택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결과는 '꽝'이었습니다.

어, 그런데 숫자들이 굉장히 낯이 익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숫자들이다 싶었지요.

순간 저는 그 자리에 얼음처럼 굳어버렸습니다.

왜냐고요?

그날 1등 당첨 번호가 바로 이거였거든요.

로또 1066회차.png


만약 평소처럼 했다면 2등에 당첨되었을 거고 무려 4천7백만 원을 당첨금으로 받을 수 있었던 거예요.

왜 하필 다른 날도 아니고 그때 마음을 바꿨을까요?

평소대로 했으면 당첨됐을 텐데 말입니다….

한 번은 앞의 번호 4개가 나란히 적중했던 경험도 있었지요.

저는 그때를 '신이 바로 코앞까지 왔다가 간 순간'으로 기억합니다.

온전히 와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지요.

하지만 아직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잖아요.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번개에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고 합니다.

그런데 매 회차마다 1등이 나옵니다. 적게는 7~8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요.

우리는 매주 번개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기적과도 같은 상황과 맞닥뜨리는 사람들을 지켜봅니다.

로또에 당첨되고 싶은가요?

제가 비법을 알려 드릴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로또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직접 발품을 팔지 않고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숫자를 떠올려 보세요.

내 삶에 의미 있는 숫자들을요. 꼭 여섯 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게 가장 중요한데, 꾸준히 그 번호로 밀고 나가세요.

이번 주에 당첨되지 않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 주에 당첨될 확률이 그만큼 올라갈 테니까요.

수학적으로는 그렇지 않지만 기적은 수학으로 풀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요.

한 우물을 꾸준히 파세요.

왜 인디언 기후제 끝에는 항상 비가 내릴까요?

비가 내릴 때까지 기후제를 지내기 때문입니다.

물이 나올 때까지 우물을 파세요.

로또만 그런가요, 세상만사가 모두 그렇습니다.

적어도 어떤 일을 진짜 잘하기 위해서는 '만 시간'은 투자해야 한다잖아요.

우리는 그런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릅니다.

몸이 전부인 평범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자산,

로또에 당첨될 기적은 아니라도, 노력하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기적은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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