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에서 만난 강원국 작가
바쁘다는 핑계로 글 쓰는 시간이 자꾸만 줄어듭니다. 말 그대로 변명인 걸 알면서도 게으른 뇌는 글 쓰는 저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습니다. "힘들게 뭐 하러 재미도 없는 글을 써, 누가 알아준다고. 그냥 넷플릭스나 봐. 유튜브에 진짜 재미있는 영상이 얼마나 많은지 알잖아!" 악마의 속삭임이 귓가를 맴돕니다. 의지가 박약한 저는 귀가 솔깃해 몸이 편한 길을 선택합니다. '그래, 오늘 열심히 일했잖아. 사람인데 좀 쉬어야지.' 요즘 브런치에 왜 새 글 업로드가 뜸한지는, 궁금해하신 분들은 없겠지만, 바로 이런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부슬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제가 활동하고 있는 '책사공'이라는 동네책방 모임에서 강원국 작가님과 함께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북토크였습니다. 강원국 작가의 책은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나는 말하듯이 쓴다>를 재미있게 읽은 터라 <결국은 말입니다>에 기대하는 바도 상당했습니다. 사실 '재미있게' 정도가 아니라 <강원국의 글쓰기>는 처음 글쓰기 시작할 때 교과서로 삼다시피 했지요. 그런데 <결국은 말입니다>는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책 내용은 너무 좋았지요. 하지만 죄다 중요한 말들만 늘어놓으니 책 전체를 달달 외우지 않고서는 이 책을 도대체 어떻게 읽으라는 건가 조금 심술이 났습니다. 강원국 작가 초심(?) 잃은 거 아니야 싶었지요.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습니다. <결국은 말입니다>의 책 제목처럼 결국 말이 중요했습니다. 북토크를 진행하는 두 시간 반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책 내용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아가 오늘의 이야기, 살아 있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작가님은 책은 그저 '밭'일 뿐이고, 그 밭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꽃이 피고, 식물이 자란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유난히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책 출간이 목적, 아니 전부인 제게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지요. 하물며 글쓰기를 게을리하다니, 저란 사람은 참 부족하구나 싶었습니다.
북토크 말미에 사인회를 가졌습니다. 참석자 대부분 <결국은 말입니다>에 사인을 받았지만 저는 <강원국의 글쓰기>에 받았습니다. 몇 년이 지난 책을 내밀며 "작가님 책이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했더니 "그럼 어서 출간하셔야죠. 제가 추천사 써 드릴게요." 하시는 게 아닌가! 어쩌면 우연히 만난 독자에게 듣기 좋으라고 한 인사치레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그 말이 다시 열심히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작가님이 북토크에 참가한 모든 참석자들에게 명함(휴대폰 번호가 나온)을 돌렸으니 뱉은 말을 물릴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 북토크에서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않을 만큼 무책임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작가님은.
한 참석자의 질문에 강원국 작가님이 일러준 '작가의 루틴'도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작가의 루틴이란 뇌가 글쓰기에 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겁니다. 글쓰기란 뇌란 녀석 입장에서 피곤한 일입니다. 갑자기 하려고 들면 "하지 마,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당연하다는 겁니다. 그러니 뇌가 글쓰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루틴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산책을 하고, 샤워를 하고, 커피를 마신다. 이게 강원국 작가님의 루틴입니다. 하루키도 비슷하지요. 요즘에는 카페를 정해 그곳에 가야만 글이 써진답니다. 루틴은 작가에게 이렇게 중요합니다. 저도 다시 저만의 루틴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좋은 말 백과사전이지만 <결국은 말입니다>를 읽고 메모에 둔 문장이 딱 하나 있습니다. 책을 읽던 시점에서 제게 가장 의미 있던 문장이었나 봅니다. "긍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한계가 없고,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한 게 없다." 왠지 이 모든 일들이 다 이렇게 되기로 정해진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러니 긍정적인 마인드로 다시 열심히 써보려 합니다. 그래도 괜찮겠지요?